내청춘/놀랍게도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히키가야 하치만의 동거생활은 계속되어 간다. - 2. 그리고 히키가야 하치만은 시간을 죽인다.

모래마녀 2015. 9. 16. 19:35

앞으로도 히키가야 하치만의 동거생활은 계속되어 간다. - 2. 그리고 히키가야 하치만은 시간을 죽인다.
 
 
 
심심해.
심심해.
웃을 수 있을 정도로 심심해.
 
"아-…………"

 
게으름뱅이로 이름 높은 나도 몸에 남는 지루함에 무심코 카오나시로 변한 나는 실가의 자실보다다 조금 더 넓은 거실에 뒹구르고 있었다.
 
"유키노시타………큰일이야………너무 지루해서 나의 수명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어…………"
 
이대로라면 개념 핵채로 붕괴해버려서 게르게, 라고 신음지르는 나에게 하지만 유키노시타는 탁상 위에 올린 노트북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어머, 그래. 그건 다행이네. 다행이니까 조용히 해줘. 집중하고 싶어"
 
달칵달칵 바쁘게 소리를 내는 키보드.
6우러 중순.
대학 2번째, 그것도 이과가 되면 그런대로 레포트로 바빠지는 시기.
재녀 유키노시타도 또한 예외는 아닌 모양이라 오늘도 아침부터 액정과 눈싸움을 하고 있다.
정말이지, 모처럼 일요일인데 아깝다.
 
"너는 레포트 없니? 요즘 공부에 힘쓰는 모습을 못 봤는데"
 
"아아, 그건 그거다. 제출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 실력 시험으로 중시한 수업만 듣고 있으니까"
 
"귀차니즘도 여기까지 오면 대단하네"
 
하아, 라며 고민스럽게 한숨을 쉬는 유키노시타.
아니, 이건 이거대로 하나의 선택지겠지.
그만큼 시험은 필사적으로 받지 않으면 안 되니까 수업은 놓쳐들을 수 없고 예습복습도 빼먹을 수 없다.
다행히 잇시키의 연주로 서클 미소속의 몸으로도 과거문제를 입수할 수 있으니까 괜찮지만, 과거문제 없이 싸워온 1학년의 1년간은 지옥말고는 없었다.
의미불명한 곳을 유키노시타에게 배우면서 어찌어찌 했디만 그걸로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아니, 그건 그거대로 중간부터 이상한 분위기가 되어서 해피네스 차지했지만.
일부러 고생하면서까지 그런 수업을 받는 이유가 나에게는 있는 것이다.
그걸 알고 있는건지 모르는건지 유키노시타는 특별히 흥미를 갖지 않고 레포트를 쓰고 있다.
 
"……………………"
 
자, 어떡한다.
방해하는건 미안하다는건 잘 알고 있지만, 심심한건 심심하다.
"얼른 방에나 틀어박히면 돼, 힛키!" 라고 뇌내의 유이가하마가 조언을 해주지만 그건 왠지 쓸쓸하다. 그보다 수수하게 악랄하지 않냐, 내 안의 유이가하마. 얼마전에 만났을때도 평범하게 착한애였잖아. 뭐야? 나의 심층의식은 가시있는 유이가하마를 바라는거야? ………그럴법하군. 가능성 있어. (까일)각오는 됐나? 나는 되어 있어.
그런 잡생각을 하면서 올려다보니, 판씨 시계는 옹후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간식시간이라고 짧은 휴식시간으로 가져가기에는 조금 이르다.
마침내 본격적으로 손을 쓸 수가 없게 됐다.
이제 나에겐 카페트를 깐 바닥에서 뒹굴거리면서 드물게 안경을 장비한 유키노시타를 로우 앵글로 멍하니 쳐다보는 수밖에 선택지가 없어져버렸다.
아니, 그거구만.
안경 좋네.
왠지 이거, 낀것만으로 비주얼상으로 멋짐이 20정도 업하는 이미지.
거기에 크림색 서머 스웨터가 더해지면 조금 쿨하고 멋진 누님이라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미니스커트에 검은 스타킹으로 M자로 앉아있으니까 갭이 굉장하다.
조금 쿨하고 멋진 누님이 방에서 약간 풀어진 자세가 되어 있다.
과연, 역만이잖아.
밀로의 비너스는 잃어버린 양팔이기에 상상력을 돋운다고 하지만, 그건 현재의 유키노시타에게도 할 수 있는 소리다.
누구나가 한 번은 꿈꿀만한 시츄에이션을 체현하고 있기에, 자연히 상상력이 솟아서………이거 상상이랄까 망상이군. 저급한 마음이 한 가득이다. 아니, 하지만 밀로의 비너스도 너 좀 풍만한 몸 갖고 있고, 잡다한 상상력을 돋우는거 아니야? 어라, 같은거 아냐? 유키노시타 = 밀로의 비너스 아냐? 그거다, 유키노시타는 양팔이 아니라 등에 달고 있었을 천사의 날개를 잃은거야. 요컨대 유키노시타 is 날개 부러진 엔젤 = 마이 천사. …………죽고 싶어졌다. 몇 번을 해도 황홀해지는데는 익숙하지 않다. 그보다 제정신으로 황홀해지는 녀석 있는건가? 이런건, 뭐라고 할까 사귀기 시작한 여세가 형태를 형성한거라고 생각하는 요즘 이맘. 요컨대 주구장창 황홀해하는 커플은 그런 의미로 식지 않는 것이다. 요컨대 황홀 is 저스티스. 황홀해하면 안태. 좋아, 황홀해할까. 아니구만.
하지만 망상이라.
어찌할 수도 없이 한가하니까 뭔가 망상이라도 할까.
…………의식하고 망상을 하는건 처음이군. 기뻐해야할지 분해해야할지 모르겠다.
뭘 방상할까.
일단 유키노시타에게 뭔가 입혀보자………아니, 오히려 어딘가로 데려갈까?
모에 시츄에이션인가?
그렇군, 그거라면 메이드 찻집에서 메이드를 하는 유키노시타는 어떨까.
 
『다녀오셨어요, 주인님』
 
아아, 응. 이런 느낌이다. 절대로 이런 느낌이다.
이때다시피 천사의 미소로 말하겠지.
이후에 엄청 접대받고 싶다(소망).
그러고보니 봉사부에서 가져온 고양이귀 카츄샤는 어디 뒀더라………….
꽤나 즐거운 망상. 오라 두근두근한다고!
왠지 모르게 인간으로서 글러먹기 시작한 느낌이 들지만 신경써선 안 된다.
분위기를 타서 다음 망상으로 넘어가자.
다음은, 그렇군.
카지노에서 바니걸을 하고 있는 유키노시타군.
 
"…………………………?"
 
이상한데, 모습이 떠오르지 않아.
아니, 고등학교 시절과 달리 가슴도 그런대로 있으니까 못 입을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 봐봐 힛키! 토끼! 토끼야!』
 
대신에 유이가하마가 나왔다.
어울리네, 이 녀석. 아니 내 망상이지만.
역시 유이가하마는 밝고 기운차서 보고만 있는걸로 힐링된다. 뭐어 나의 망상이지만.
………곤란한데 허무해졌다.
뭐가 기뻐서 눈 앞에 유키노시타가 있는데 허구의 세상으로 뛰어들어야하는거야.
잘못된건 그거다, 내가 아니라 레포트 과제 같은걸 내는 대학이다.
그런고로 5분전과 마찬가지로 유키노시타 감상으로 돌아갈까.
좋아, 라며 끄덕이고 다시 시선을 들자 유키노시타와 눈이 마주쳤다.
…………엥, 뭐야. 보여진거야? 내 얼굴을?
 
 
 
"…………자못 기분 나쁜 얼굴을 보여버렷다고 생각하지만, 그 뭐냐. 용서해줘"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뒹구는 자세로 이마만 카페트에 내려친 나에게 유키노시타는 힘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아, 다행이다. 깨지 않았다.
 
"확실히 기분 나쁘게 히쭉거리긴 했지만, 이미 익숙해졌어"
 
"아, 그렇슴까…………"
 
싫다, 수수하게 마음이 아파……….
익숙해질만큼 히쭉거렸어? 아니, 그건 그거대로 좋은 일인가?
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좋지 않다. 평범하게 괴롭다.
 
"그래서, 나의 감상회는 이미 끝났니?"
 
"뭘 말씀하시는건지"
 
"거짓말. 아까부터 힐끔 보고 있었잖니"
 
눈치채지 못할거라고 생각했어? 라며 유키노시타는 불만스런 모습.
아니, 새삼 빤히 쳐다보여도 불평할만한 관계 아니잖아?
뭘 그렇게 언짢아하는거야.
고개를 기울이는 내 눈앞에 유키노시타는 하아, 라며 또 한숨을 쉰다.
 
"……말을 걸어오지 않으니까 하다못해서 신경 정도는 써줬으면 싶어"
 
"야 잠깐, 너 조용히 하라고 한거 너잖아"
 
이 녀석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거냐?
레포트가 너무 막혀서 피곤한건가?
 
"그런건 단순히 가장이야. 본심은 제대로 받아줬으면 싶어"
 
그렇게 말하면서 뚱하니 미간에 주름을 모은다.
본심?
본심이라고 해도 말이지이………….
아니, 아무 자랑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어떤 고등학교에 대충 반년 가까이 보낸 여자애한테 어필을 무시해온 남자가 있었거든? 거기서부터는 말을않는다.
이래도 남의 마음에 민감했을텐데………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센서에 걸리지 않았던걸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그래, 천본앵의 무상권같은거.
그런고로 최종방위 라인을 가볍게 돌파해온 유키노시타에게 나는 어찌하지 못하게 둔감해져버린 것이다.
그것이 미안해져서 그렇기에 얻은것을 함께 소중하게 생각하거나.
보이지 않기에 믿는다는 행위에 가치가 생겨난다.
그런걸 그녀와 일상속에서 알았다.
………폼잡을 상황이 아니군.
 
"하아…………"
 
당사자인 유키노시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오늘 3번째 한숨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한숨을 내쉬면 복이 달아날거야.
그러니까 내쉰 한숨을 내가 들이킬게요. 거짓말이지만.
 
"……일부러 자기 방이 아니라 여기서 작업하는 의미를 생각해줬으면 싶어"
 
"어?"
 
"집중하고 싶다면 자기 방에 가는게 뻔하잖니?"
 
약간 빨개진 뺨.
조금 쿨하고 부끄럼쟁이인 멋진 누님・유키노시타는 탁상을 따라 이쪽으로 이동해서 그대로 누워있던 내 머리를 자신의 허벅다리에 올렸다.
 
"모처럼 일요일인걸. 조금 정도 효율이 떨어져도 상관없어"
 
오른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시선은 액정에 돌린채로 유키노시타의 왼손은 내 머리카락을 빗는다.
…………아아, 그런거군.
잊고 있었다.
나는 유키노시타가 여기에 있으니까 거실에서 뒹굴거리고 있었지만 유키노시타도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선택지는 있었던 것이다.
그걸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말하는 의미를 나는 조금 더 생각해야했다.
 
"……배려를 못한 남자라 미안해"
 
"딱히 괜찮아. 지금 시작된게 아닌걸"
 
"큭………그것도 익숙해져서 그런거야?"
 
"그래. 익숙해졌다는건 꽤 올바르다고 생각해"
 
노트북 화면을 그 안경에 반사시키면서 유키노시타는 쿡 미소짓는다.
 
"너의 글러먹은 점도 싫지 않았으니까"
 
"……………………어, 어어"
 
순간 호흡이 멎었다.
그리고 제정신을 차려보니 글러먹은 인간 루트 일보직전이라는걸 깨달았다.
…………정말로 기둥서방이 되는거 아니겠지, 나.
새삼스럽지만 불안해졌다.
그치만 절대로 유키노시타가 더 좋은 회사 들어가는걸. 나는 별볼이 없는 문과인걸.
이제 그거구만, 유키노시타를 초월하는 주부력을 가져서 장가가는수밖에 없다.
 
"……………………뭐어, 그거다. 정말로 싫은건 말해줘. 그러는 편이 안심이 돼"
 
"터무니 없는 마조구나"
 
"아니, 매도를 하라고는 안 했어. 이런점은 싫어- 라고 살살 가르쳐주면 그거면 돼. 괴롭히긴 안 돼 절대로"
 
"그래? 하지만 너, 어제밤은 까달라고 부탁했잖아"
 
"…………밤은 그게, 응. 밤, 이니까"
 
매도할때 유키노시타는 빛나고 있으니까.
왠지 가끔은 후광이 보이는걸.
대낮부터 밤의 적나라한 사정을 폭로당해 정신적인 대미지를 입으면서 나는 유키노시타의 무릎배게에 빠졌다.
 
"얼른 끝내줘, 유키노시타. 하다못해 슈퍼 정도는 가자"
 
"그러네. 네가 도와주면 못 갈것도 없어"
 
"돕는다, 라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는데"
 
"조금 등 쪽이 차가우니까 따뜻하게 해주면 기뻐.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등이 차갑다니, 너 지금 6월인데 말야.
뭐, 하고 싶은 말은 알았다.
나는 묵묵히 일어나서 잽싸게 유키노시타의 뒤로 돌아 천천히 안아준다.
 
"후후, 따뜻해"
 
목에 감긴 손등에 유키노시타가 뺨을 비빈다.
이쪽은 뺨의 상기가 멈추지 않는데 꽤나 익숙한 모양이다.
그것도 익숙해졌다는거군요.
질리지 않으면 좋겠네에, 라며 장래를 옅게 생각하기 시작한 나에게 갑자기 유키노시타가 말을 건다.
 
"빨리 끝내고 시장보러 가자"
 
"오, 오오. 그렇군"
 
"일부러 실력 시험 온리 수업을 받으면서까지 나와 보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겨준 너를 위해서도"
 
"……………………"
 
어렴풋이 깨달을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막상 정면으로 들으면 왠지 부끄러운데.
수업을 제대로 듣고 예습복습을 쉬는 시간중에 학교 안에서 끝내면 집에 돌아오고나서 작업량은 상당히 적다.
공부 시간도 과거문에 따라선 방향만 잡으면 남은건 필사적으로 쓴 노트를 읽기만 하는걸로 대충 어떻게든 된다.
레포트 작성과 비교해서 드는 노력은 그렇게까지 큰 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집에 작업을 갖고 오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나로서는 무척이나 고맙다.
학교 안에서 하는 작업이 많다는건 즉, 그만큼 유키노시타와 접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이니까.
 
"…………야, 손 멈췄어 유키노시타"
 
"괜찮아. 1분만이니까"
 
길어, 라고 딴지걸기보다도 먼저 입술이 막힌다.
이건 길어지겠네, 라며 어떤 종류의 확신도 갖고 나는 그녀의 마음에 응했다.
 
 
 
 
그렇게해서.
 
"아, 안녕하세요 선배, 아니 뭐에요 그 흐리멍텅한 눈"
 
"아? 오오, 잇시키. 안녕, 아니, 좀 철야해서 말이지…………"
 
"하아…………철야인가요…………"
 
"유키노시타의 레포트가 끝나지 않아서 말야. 그걸 돕고 있었어"
 
"유키노시타 선배요? 그건 또 드무네요"
 
"시작한 시간이 늦어졌으니까…………. 그보다 지금부터 학식에 아침 먹으러 갈건데, 올거야? 사줄게"
 
"정말인가요!? 갈게요! 당장 갈게요! …………그나저나 선배"
 
"왜"
 
"왠지 간만에 좀비네요. 선거 도울때도 가끔 그렇데 됐지만 뭐라고 할까 이거, 정도 힘도 다했다고 할까 빨렸다고 할까…………"
 
"…………뭐어, 그러네"
 
 
다음날 월요일.
대충 2년만에 남에게 좀비취급 당한건 또 다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