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놀랍게도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히키가야 하치만의 동거생활은 계속되어 간다. - 1. 앞으로도 히키가야 하치만의 동거생활은 계속되어 간다.

모래마녀 2015. 9. 16. 19:35

앞으로도 히키가야 하치만의 동거생활은 계속되어 간다. - 1. 앞으로도 히키가야 하치만의 동거생활은 계속되어 간다.
 
 
 
"………"
침묵은 금, 웅변은 은이라고 하지만 요즘 세상에 있어선 반대라고 나는 생각한다.
의지력이나 행동력이나 뭔가 활발하게 움직이는게 장려되는 세상속이긴 하지만 뭐, 잘못된건 아니겠지.
꽁무니 감추려고 해도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일단 뭔가 하지 않으면.
그 속담같은 말이 퍼진 당시에는 아마 다들 당연하다는듯이 스스로 행동하여 활발하게 입을 여는 의논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최저한의 활력, 행동력을 다들 갖추고 있었기에 쓸데없는 얘기를 해선 안 된다고 기피한느 말이 퍼졌다고 생각한다.
침묵은 금, 웅변은 은.
단 활발하게 행동하는 사람에게 한정한다.
입을 다물고 있어도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는다, 침묵은 어디까지나 선택지이며 항상 추장되는 행동이 아니라는건 알고 있다.
그러니까 혼자서 게임하고 있을때 혼잣말을 중얼중얼해도 되지?
뭐 농담은 이 정도로 해두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웅변을 하는 유키노시타이기에 특별히 매력적이라는 얘기다.
"저기, 유키노시타…………"
"………………"
시간은 흘러, 대학교 2학년 봄.
나는 에이프런 차림의 유키노시타의 앞엥서 엎드려빌기를 엄행하고 있었다.
 
정좌한채로 올려다보는 곳에 퉁명스런 얼굴의 유키노시타가 있다.
위압 가득한 두 다리에서 뿜어지는 경멸의 시선은 이쪽의 SAN치를 용서없이 깎아간다.
단단한 플로링 바닥에 정좌되고나서 약 30분, 전혀 입을 열어주지 않는다.
아니, 잘못한건 나니까 불평으르 할 생각은 없다.
그저 할 수 있다면 변명 하나 정도는 하게 해줬으면 싶다는게 솔직한 감상.
"미안해, 유키노시타"
그래도 하다못한 사죄를 보이려고 생각해 고개를 숙이지만 이것도 5번째. 단위를 붙인다면 다섯 엎드려빌기. 어디의 시스콘이라면 이걸로 4권 정도는 요건 해결할 수 있겠지.
"…………히키가야"
"읏! 유키노시"
"머리가 높아"
"우그읏………"
한희의 표정과 함께 올려진 머리는 유키노시타의 발꿈치로 인해 있는대로 플로링에 박힌다. 수수하게 아파………….
그대로 꾸깃꾸깃 밟으면서 유키노시타는 입을 열었다.
"어째서 내가 화내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걸까, 이 똥개는"
"똥개인거냐………"
"어머, 아니야? 예쁜 여자애를 휙휙 꼬리 흔들고 따라간 모양인데"
"휙휙 따라갔을지는 모르겠지만 꼬리 흔든 기억은 없어. 거기다 예쁜 여자애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눈으로 안 봐. 너도 잇시키의 본질을 알고 있잖아. 무서워서 볼 수 없다고"
신음거리듯이 중얼거리면서 나는 어떻게든 유키노시타를 올려다본다.
역시 다리 예쁘네, 이 녀석………….
아쉽다, 이게 치마라면 각도상으로 여러가지로 보였을텐데.
뭐, 늘씬한 팬츠룩도 여유롭게 해내겠군.
나의 사념을 뒷전으로 유키노시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집까지 바래다줬다는건 잇시키였어?"
"그래. 나참, 그 녀석 고등학교때부터 나를 심부름꾼 취급하는거 그만두지 않는다니까 진짜"
"변명치고는 어째선지 기뻐보이는 음색인데"
"역시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라는건 귀여워, 특히 그게 후배가 되면 말이지. 그보다 의지해오는 후배는 지금도 옛날도 그 녀석말고는 없으니까. 그냥 귀엽다고"
고등학교 재학중에도 결국 마지막까지 응석부리게 했으니까아.
역시 잇시키를 위한게 아닌 일은 안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나와 같은 대학에 입학해서 지금도 응석부리고 있다만.
"…………어째서 화내는건지 알고 있어?"
"미, 미안………"
딱, 이마가 울었다.
깊게 박혔다.
지금 확실히 머리가 플로링에 박혔다.
"아니, 잠깐만 유키노시타. 잇시키는 아냐. 나는 그게, 그거다. 너 외골수야"
"그런 흔해빠진 말은 필요없어. 그보다도 지금은 잇시키야.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건 아니잖니?"
"전혀없다고 생각하는데………우선 잇시키가 나한테 손을 댈 의의가 없잖아"
"친근하게 따르고 있잖니?"
"그거 친근하게 따른다고 해도 되는거냐"
"얼마전에 네 대학에 실례했을때도 따라다녔던것 같고"
유키노시타는 나하고는 다른 대학에 다니고 있다.
이따끔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 대학에 놀러와서, 그때마다 학생이 들떠서 내가 우쭐댄 표정을 짓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
"딸이 아빠한테 사달라고 조르는거랑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는건 적어도 친애의 정 정도의 호의는 있구나"
"딸 얕보지마, 유키노시타. 호의 같은것 없어도 딸은 아버지에게 응석부리면 돼"
"뭐니, 그 묘한 설득력은…………코마치야?"
"아버지의 입장에서 딸이라는건 귀여우니까………응석부리게 해주고 싶은 모양이야"
"과연…………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
"뭘?"
"…………잊어줘"
커흠, 하고 유키노시타는 빨개진 얼굴로 헛기침을 하고 말을 계속한다.
"그래서? 실제로는 어떠니, 파더가야"
"그리운데 그런 별명으로 부르기………잇시키는 커뮤력이라고 할까, 처세술에 되게 뛰어나니까 말야. 그런식으로 여러 남자에게 응석부려서 즐기는거 아냐?"
"그런걸까…………"
"그 녀석한테 물어봤더니 『그런거 아니에요- 에이 싫다 증말-』라고 할테고 말야. 그것도 아마 눈이 웃지 않은 상태로 말이지"
"잇시키는 그렇게나 응석을 잘 부리는구나"
"어. 위험하다고, 그 녀석. 어쨌든간에 사탕과 채찍을 달인급으로 쓰니까"
"사탕과 채찍? 채찍은 부려먹는걸로 친다고 하고, 사탕은?"
"뭐, 아이처럼 응석부리는것도 사탕이라고 하면 사탕이지만, 가끔 과자같은걸 만들어와"
"어머, 의외로 귀엽구나. 좀 더 얄짤없는 짓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얄짤없다니 뭐야"
"자못 포상이라는듯이 데이트에 부른다거나"
"데이트라아…………짐들게 시키기도 하지만 데이트는 아니지"하?" 아니 그러니까, 데이트는 불린적이 없어"
"………짐꾼은 당하는거야?"
"짐들고 옷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제멋대로란 말이지. 뭐, 그걸로 동반해주는 나도 나지만"
"…………옷 가게에 간거야?"
"모처럼이니까 남자의 시선으로 본 의견을 달라고 데려갔어. 옷가게도 너랑 꽤 갔으니까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너하고는 옷 취미가 전혀 다를니까. 신선해서 그런대로 즐거웠어"
"…………그래. 그건 다행이네"
어라?
그저 내 고생담을 하고 있는것뿐인데 이마의 접지면적이 늘어났다?
지구의 중력이 늘었어?
"그래서? 어차피 옷가게 말고도 간거겠지, 쓰레기가야?"
"야, 잠깐 호칭 심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왠지 언잖아졌어, 유키노시타………아직 화난건가.
어쩔 수 없다, 내가 잇시키와 바람피우지 않았다는 증거만을 말하는수밖에 없나.
그러기 위해서도 평소 나와 그녀의 거리감을 전하기로 하자.
"모처럼 거리에 왔으니까, 라고 하면서 여러곳에 끌고 간다고 매번. 노래방이니 볼링장이니"
"…………몇 번이나 갔어?"
"상당한 빈도로 부탁받으니까. 아, 물론 너하고 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제대로 너와 예정이 없을때를 사전에 잇시키한테 말하니까"
"………일부러 예정이 없을때를 사전에 전하자고 생각할만큼의 빈도야?"
"2주일에 1번, 가끔 1주일에 1번이라는 느낌인가"
"한 달에 3번………나하고 데이트보다도 횟수가 많잖아"
"아니, 너는 수업이 바쁘니까 어쩔 수 없잖아. 그만큼 매번 데이트를 하이 퀄리티로 하고 있잖아. ………하고 있지?"
"뭐, 너의 데이트 계획에 지금 상황에서 불만은 없지만………"
므으, 하며 유키노시타는 볼을 부풀린다.
"괜찮다고. 잇시키는 후배야. 여자로서 본 적은 없어. 말하자면 친구랑 노는것 뿐이야. 너도 가끔 학부 술자리에 가잖아? 그거랑 같은거야"
"밀도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데"
"기분 탓이야. 적어도 네가 걱정할만한 짓은 안 해"
"…………뭐, 너인걸"
"뭐야 그거"
"『나와 유키노시타의 사이에는 사랑이나 그런게 아니라 신뢰라는게 있어』, 였던가"
"…………너 잘도 기억하고 있네"
3년 전이라고, 라며 반뜬눈으로 얼굴을 붉히는 나에게 유키노시타는 쿡 미소짓는다.
"인생에서 가장 놀랬는걸. 그리 잊을 수 없어"
"잊어줘…………"
"싫어. 이 죄상을 양식으로 몇 번이라도 위자료를 받을 생각이니까"
"심하구만, 어이"
"안심해줘. 위자료 대신에 청구하는건 네가 간단하게 줄 수 있는거니까"
"그럼 괜찮지만 말야…………"
끄덕이는 나에게 유키노시타도 끄덕이며 살짝 한숨을 쉰다.
"밟고 있는것도 피곤하네"
"주물러줄까?"
"가슴을?"
"다리를"
"욕실에서?"
"거실에서. ………엥, 뭐야? 오늘 그런 날이야?"
"괜찮잖니? 불안하게 만든만큼 보충해줬으면 싶은걸"
"…………뭐, 나는 언제라도 웰컴이지만"
"그럼 결정이네"
만족스럽게 끄덕이며 유키노시타는 웅크려 앉아서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엎드려빌기 자세인 나에게 고양이처럼 짖궂은 미소로 그녀는 질문해왔다.
"모처럼이니까 잇시키와 얘기를 듣고 싶어"
"아직도 걱정하는거야?"
"아니. 그저 잇시키의 얘기를 하고 있을때 네 얼굴이 무척이나 즐거워보였으니까"
"그래?"
"멋진 미소를 짓고 있었어. 그야말로 진짜로 딸이 귀여워서 견딜 수 없다고 하는 아버지처럼"
"그거 아저씨 냄새난다는거 아냐?"
"그런건 아니야, 충분히 매력적이야"
얘, 라며 유키노시타는 몽롱한 눈동자로 이쪽을 쳐다봤다.
"좀 더 보여줘. 너의, 정말 좋아하는 너의 웃는 얼굴을"
"……………………"
"안 돼?"
소악마같은 미소는 어른스런 요염함을 띠기 시작했다.
유키노시타는 예뻐졌다.
이 3년간 놀랄만큼 예뻐졌다.
고등학교 무렵에 간신히 남기고 있던 용모상의 앳된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어른 여성으로 바뀌고 있다.
가슴도 하루노 씨만큼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커졌다.
그녀는 변하고 있다.
앞으로도 분명 변해간다.
하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건 있다.
용모에서 사라진 앳됨은 바뀌어서 마음에 그 위치를 옮기고, 이따끔 이렇게 얼굴을 보여준다.
여자를 강하게 의식시키는 색향에 배어나오는 아이같은 무구한 호기심은, 어찌할 수 없이 매력적이라서 내 마음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조금만.
"…………유키노시타"
"왜, 히키가야?"
"…………좋아해"
"……………………"
유키노시타는 아무 말없이 내 뺨에 손을 댄다.
그 눈이 말하고 있었다.
불안해진거야?
아아, 분명 그 말대로야.
예뼈저가는 그녀에게 어딘가 불안을 느꼈다.
그녀는 바뀌어버려도, 내 곁에 있어주는걸까.
"떠나지 않아"
그녀는 말했다.
"절대로 떠나지 않아"
작은 중얼거림.
하지만 그건 마치 선언처럼 들렸다.
"알겠어?"
다정한 웃음으로 유키노시타는 물었다.
뭘, 라고 묻는건 바보다.
"…………미안했어"
이번에야말로 나는 자신이 했던걸 후회하고 사죄했다.
조금의 불안조차도 그녀에게 줘선 안 된다.
아주 조금이라도 그건 충분히 마음을 흐뜨러놓으니까.
"좋아"
유키노시타는 생긋 미소짓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대로 사과하게 되다니, 장하구나 히키가야"
"이 나이가 되어서 그런 칭찬을 받을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
"칭찬받는건 싫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키노시타.
…………요즘 이 녀석, 모성애 넘치네.
가슴이 커져서 그런가?
아니 잠깐, 그래선 히라츠카 선생님은………….
"…………"
왠지 가볍게 울뻔한 나를 유키노시타는 착하지 하며 기분 좋게 쓰다듬는다.
"얘기해줄래? 히키가야"
"아아, 얼마든지 해줄게. 네가 기뻐해준다면, 언제까지라도"
"언제까지라도 얘기를 해선 밥 준비를 할 수 없어. 그러니까 그 후속은 침대 안에서, 응?"
그렇게 말하며 날린 윙크에 사랑스러움이 둑을 터뜨렸다.
"유키노시타…………"
"지금 정도는 유키노라고 불러줘"
"유키노………"
"하치만………"
다가오는 입술의 온기가, 태양처럼 안심감으로 바뀌는걸 느끼면서 나는 눈동자를 감았다.
그런 식으로. 혹은 이런식으로.
엇갈려갔던 그때에서 조금 떨어진 이 시간을 나와 그녀는 보내고 있다.
그렇게해서 앞으로도.
분명 변해가면서도 나와 그녀는 매일을 걸어간다.
그렇게 있기를 바라고 있다.
 
여담이지만.
"커플 한정 파르페를 먹고 싶다고 해서 찻집에 끌려간적도 있었지. 억지로 사진까지 찍혔는데 어째서 여자애는 무슨 일이 있을때마다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걸까"
"히키가야, 거기 좀 앉아"
"엥"
"앉아"
그후에 잇시키와 하루를 말한 결과, 보충이라 칭하고 나의 수면시간이 제로가 된건 말할것 까지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