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놀랍게도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 외전. 그리고 그들은 리얼충다운 행동을 배운다.

모래마녀 2015. 9. 16. 19:33

그리고 그들은 리얼충다운 행동을 배운다.
 
 
 
리얼충, 이라는 단어가 있다.
원래 현실을 충실하게 보내는 사람에게 대하는 자학적인 찬사로서 인터넷에서 만들어진 그 단어는 어느샌가 우리에게 청춘이 온다는듯이 현실을 구가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질투나 괴로움이 담긴 찬사같은 조롱으로 변했다.
어느샌가 언더 그라운드 사람들은 한탄스럽다고 슬퍼하는걸까.
'현실에 친구가 있어서 부럽다'라는 어떤 종류의 둔박한 그리움을 드러내고 있어선 어딘가 숭고함마저 느끼는 말이 '현실에 충실해서 부럽다' 라며 자신의 태만을 제쳐두고 토하는 욕망의 덩어리로 변해버린 것을 그들은 부끄럽다고 생각할까.
아니, 그마저도 비리얼충같은 그들은 웃어줄 것이다.
거기에는 분명 확고한 개인이 있었으니까.
"리얼충은 좋겠네에. 하지만 우리는 우리들대로 즐거우니까"
그런 강한 심지가 그들에게는 있던걸로 보인다.
"리얼충은 좋겠네에. 거기에 비해 우리는…………"
그런 자학을 말해도 마음속에서 진심으로 그렇게는 말 안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질투하지 않았다.
아니, 조금은 동경과 비슷한 셈이 있었더라도 그걸 소홀히하지는 않았다.
세상이 틀렸다는것도 아니고 취미가 달랐다는것도 아니다. 그저 누군가를 셈내지 않으면 못 해먹을 만큼 자신에게 불만을 안고 있던게 아닐까.
자신이 즐거우니까 그거면 된다, 라고만 물으면 유아독존인 자이아니즘을 느끼지만 이건 어느 종류의 진리겠지.
속히 말하는 리얼충이 있어도 나는 즐거우니까 관계없어, 라는 녀석이다. 말 안하나. 말 안하겠군.
어쨌든 그다지 리얼충 폭발해라고 쉽게 말하지 말라는 소리다.
너무 강한 말을 사용하면 약하게 보인다고 스승도 말했으니까. 그거 흑관이나 영창이나 세보였지만 요컨대 그런걸까.
여기까지 읽어놓고 뭐하지만 이번에도 꽤 적당한 전술이다.
아니, 리얼충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그게, 츤데레나 얀데레 수준으로 다양화해버려서 대처할 수가 없다.
원래 무슨 말에 정의를 주는것 자체가 어렵다는건 사전 몇 권을 읽으면 몸에 스며서 잘 아는 일이다. 아니 신명해 국어사전 얘기가 아니다. 그건 사진 같은 소잿거리장이다.
웨이웨이 소리지르는것만으로 리얼충 인정받는다면 격선에 격선한 끝에 유일하게 그 아픔을 나누는 친구와 평생 만나는걸 금해진 켄자키 씨도 리얼충이 되어버린다. 그런 충실의 방법이 있을까보냐. 그걸로 충실한건 아마노 씨의 캐릭터 소재로서 지위뿐이다.
그런고로 이번에도 딱히 리얼충의 정의에 대해서 얘기하려는게 아니다.
그 부근은 인터넷으로 즐겁게 논의하면 되고, 뭣하면 그 부근의 대학에 훌쩍 들어가면 샘플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걸 보고 충실하게 그렇구나아 생각하면 그 샘플이 리얼충이다. 잘 관찰해서 좋은 점을 빼앗음녀 되는 것이다. 실수해도 폭발시키지 않도록.
농담은 이 정도로 하고.
본론으로 넘어가자.
 
누가 나와 유키노시타에게 리얼충으로서 걷는 법을 가르쳐줘.
 
 
 
 
이야기는 3일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팅?"
"응! 미팅!"
테이블을 사이둔 내 맞은편.
내객용 컵에 홍차를 부으면서 묻는 유키노시타에게 유이가하마가 기운차게 끄덕인다.
문화제를 한달 앞둔 9월 상순.
방과후에 '얏하로-!' 라며 우리들의 봉사부로 놀러온 유이가하마는 우리에게 의뢰를 말했다.
"멤버가 좀 부족한것 같으니까 힛키랑 유키농 와주지 않으려나- 해서"
"제정신이냐 유이가하마"
"진심이야-, 아니 제정신!? 무슨 의미야!?"
"그야 너, 베스트 오브 외톨이인 나와 얼음의 여왕 유키노시타를 데리고 미팅에 가는건 뼝아리 신병을 데리고 전장에 가는거랑 같은 뜻이라고? 그것도 둘이다. 너까지 길동무당하는걸 알고서 말하는거겠지"
"길동무라니……그건 확실히 좀 불안하지만…………"
므-, 하며 유이가하마는 뺨을 긁적인다.
"둘 정도밖에 더는 부탁하라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토베를 부르면 날아오는거 아냐? 그 녀석, 전형적인 껄렁이남같고"
"아니, 그게…………"
유이가하마는 말하기 힘들다는 듯이 눈썹을 내리며 한 마디.
"그쪽이 말야, 잘생긴 남자가 좋다고 말해서"
"집합 장소는 어디냐, 유이가하마"
"지금 어디에 참가의욕이 솟은거야, 힛키!?"
"아니 그야 너, 잘생긴 남자라고 해놓고 나를 부르러 온거잖아. 자칭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잘생겼다고 들은 적은 그닥 없어…………"
"힛키 의외로 단순해…………"
"나도 인간이니까. 삐뚤어지지 않은 부분도 있어"
뭐, 이건 어디까지나 변명에 지나지 않지만.
뭐가 기뻐서 그런 얼굴만 보는 놈들이랑 밥을 먹어야하는건데.
그저 그게, 뭐냐.
일부러 부탁하러 온 유이가하마에게 아 그래, 라고 끄덕이는건 꺼려졌을 뿐인 이야기다.
아직 친구와 거리감을 잘 읽을 수 없다. 그런 의미로는 삐뚤어진거겠지.
자 그럼.
"나는 참가해도 되겠지만, 유키노시타는 솔직히 무리겠지. 얼음의 여왕 얕보지마"
"음-, 확실히 초대면인 사람이랑 들뜨는 이미지는 없지만 그건 힛키도 마찬가지구"
"나는 그런대로 들뜨잖냐, 네가 쿠키를 만들고 싶다고 의뢰하러 왔을때. 데가와 씨 급의 리액션을 보여줬잖아. 거기다 내가 말한건 그런 의미가 아니라, 유키노시타가 너무 예뻐서 부르면 틀림없이 미팅이 붕괴한다고 밖에 생각 못해서 그런거다"
"힛키, 유키농 너무 좋아하잖아…………"
"뭣하면 팬클럽을 만들기까지 한다고. 자, 이걸 봐라"
"엥, 뭐야 이 회원증? 와, 잘 만들었네!"
"네 몫도 여기 있어"
"정말?! 와아-! 유키농 팬클럽이다!"
꺅꺄우후후 떠들어대던 우리들에게 지금까지 다물고 있던 유키노시타가 입을 열었다.
"히키가야"
"죄송합니다 얼음의 여왕은 말이 지나쳤습니다"
"사과하는거 빨라!"
"아니, 그건 나중에 화낼테니까 지금은 됐어. 그게 아니라…………"
그게, 라며 손가락을 꼼질거리면서 올려다보기로 유키노시타는 질문했다.
"미팅은 뭐니?"
"미트 더 합창 콩쿨링. 모두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노래를 부르면서 배제하고 싶은 녀석을 『아, 이 녀석 노래 못 불러! 제대로 불러-!』라고 야유하는 이벤트야. 동시에 『남자 연습해-! ○○가 나가버렸잖아!』『내가 찾아올게!』라는 등 청춘 이벤트를 발생시키는 자리이기도 하지"
"여러모로 너무해! 아니야, 유키농! 합동 친목회의 약자거든!?"
"합동, 친목회………?"
으응? 하며 이상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기울이는 유키노시타.
이 통속적인 부분에서 무지한 점이 매력적이니까 곤란하다.
이상한 지식을 쌓고 나중에 혼나는것도 즐거울 정도니까 곤란하다.
이전에 스타벅스를 『스타트해서 백스텝한다』, 요컨대 『도로 돌아왔다』의 의미라고 가르쳐줬을때는 "어제 스타벅스였어-" 라는 유이가하마의 말에 "뭐 깜빡하기라도 했니?" 라고 물었었다. 그후에 유이가하마에게 의미를 배우고 새빨개진 얼굴로 나를 퍽퍽 때렸던건 기억에 새롭다.
"뭐, 간단하게 말하자면 젊은 남녀가 다섯 여섯 정도로 밥먹으러 가거나 노래방에 놀라가거나 하는거야"
"다섯 여섯………유이가하마와 하야마 그룹이 딱이네"
그만큼 지식을 쌓는데 전혀 의심을 갖지 않는 유키노시타에게 적잖이 불안을 느끼면서 황급히 수정을 넣는다.
"아아, 잠깐 유키노시타. 미팅라는건 본래 남친 여친을 원해서 하는거야"
"…………맞선?"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 유키노시타가 지나치게 귀여워서 인생이 괴롭다.
"그런 느낌이지. 물론 대다수에서 행해지니까 여섯명이어도 반드시 세 짝이 생기는건 아니야. 잘 생긴 남자나 미녀가 있으면 한쪽 이성은 그쪽으로 모두 몰려. 그러니까 같은 수준의 잘생긴 멤버를 모을 필요가 있지"
"과연, 그래서 내가 미인이라는 얘기가 되는거구나"
흠, 라며 끄덕이며 얼굴을 붉히는 유키노시타. 감기인가? 안그래도 몸이 약한데다 환절기니까. 돌아갈때 야채가게라도 들러서 과일를 사주기로 하자.
힐끔힐끔 이쪽을 쳐다보는 유키노시타에게 유이가하마가 묻는다.
"어때, 유키농! 미팅 오지 않을래!? 한번 참가해보는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나는 딱히 남친을 찾을 필요가 없으니까………"
"아니야, 유키노시타. 딱히 남친 여친을 찾지 않는 녀석도 미팅은 참가해도 돼. 이번에는 어디까지나 숫자 채우기니까"
"숫자 채우기?"
"당연한 얘기지만 미팅은 그런대로 숫자가 갖춰지지 않으면 열 수 없어. 남자 1명에 여자 4의 미팅도 그닥 못 들었으니까. 그러니까 간사역은 둘째치더라도 인수는 갖추지 않으면 안 돼. 그리고 이번 간사역은 유이가하마였어. 사람 사귀기 귀신이랑 나랑 네 사이에선 평판인 유이가하마가 어째선지 멤버를 고르지 않고 우리에게 얘기를 가져왔냐는거지"
"힛키랑 유키농의 안에서 내 취급이 심해…………"
"칭찬이니까 괜찮잖아?"
"아니, 그렇게 팔방미인처럼 듣고 싶지 않은데. 그런건 유키농을 보고 그만뒀구"
"…………아아, 그러고보니 그랬지"
미우라에게 유키노시타가 한 소리 했던 그때인가. 멋졌지, 그때의 유키노시타.
그거 보고 왠지 나도 힘내자고 답지도 않게 생각했으니까.
뿌우 볼을 부풀리며 삐쳐하는 유이가하마에게 컵을 건내면서 유키노시타는 말했다.
"그런거라면 어쩔 수 없네"
"제정신이냐, 유키노시타"
"너는 남의 제정신을 의심하기 전에 자신의 제정신을 의심하는게 어떠니…………그게, 친구의 부탁인걸. 헛되게 하고 싶지는 않아"
"유키농………!"
"조, 좀, 더워 유이가하마…………"
안겨서 곤혹해하는 유키노시타. 와써요- 진짜 마리아님 보고 있어요-.
그리고 두껍다고 예측 변환해버린 나를 누가 까주세요.
"그리고 감시할 필요도 있을것 같으니까"
"아-…………힛키, 일단 얼굴은 멋지니까"
"그는 저래 보여도 얼굴을 보는 구석이 있으니까…………"
"아니, 유키농에게 눈 뺏긴걸 얼굴 본다고 말하는건 좀 허들 높은게 아닐까…………"
껴안은채 웅얼웅얼 대화를 하고 있지만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 전혀.
걸즈 토크라는건가, 나도 여장해서 참가할까………….
생각을 시작한 내 눈 앞에 홀드를 푼 유키노시타가 흐흥, 하며 우쭐댄 얼굴을 보였다.
"그런거니까, 나도 참가할게 히키가야. 안 됐구나"
"뭐가 안 된건지 전혀 모르겠다만…………"
"모처럼 만남의 장이지만 내가 부숴버릴테니까"
"인수 채우기 뿐이잖냐. 만남따위 필요없어. 나한테는 너만 있어주면 그걸로 상관없다고"
"…………으읏!?"
"우와-…………"
아아, 그렇고말고.
인생에겐 친구가 한 명 있으면 그걸로 올 오케이.
만남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걸 바랄 필요는 없다.
"그보다 진짜로 괜찮은거냐 유이가하마. 유키노시타를 데려가면 틀림없이 미팅 붕괴한다고"
"아-, 응. 괜찮아. 아마 그쪽도 얼굴 먹는데 족할 미인이 가득한것 같구. 거기다, 응. 다섯이나 있으면 아무도 유키농에게 어프로치 걸지 않을거야, 분명해…………"
"엥, 뭐야 그 텐션 급강하. 역시 우리로는 네 도움은 못 된다는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아-, 나도 이런 청춘 하고 싶었어-. 남친 갖고 싶어라-"
추욱- 침대에 엎드리는 유이가하마. 리얼충의 권화가 뭐라 하는거야………….
"……………………우으"
그 옆에서 유키노시타가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평소 일이지. 이 녀석 독서중일때 페이지를 넘기는 손 말고는 움직이지 안않는게 정평이고.
"그럼 둘 다 참가 결정으로 하구-. 와- 해냈다-"
"정말로 괜찮은거냐, 유이가하마. 그런 축 처진 너는 처음 봤어"
"힛키는 시끄럽네에. 나 배고파. 과자 먹고 싶어"
"오오, 배려덩어리가 단순한 응석쟁이로………"
"간사역 힘들었다구-, 오늘까지 필사적으로 지인에게 사정 물어보러 다녀서 말야-"
"리얼충도 힘들겠구만…………
여기까지 오면 그거구만, 리얼충도 하나의 직업처럼 생각이 드는군.
배려니 화제 찾기니, 여러가지 노력을 해서 겨우 얻는 리얼충의 지위.
그걸 대수롭지 않게 하는게 진정한 리얼충이겠지……….
"과자 먹고 싶어- 과-아-자-"
"정말로 어쩔 수 없구만………사둔게 있던가………"
자리에서 일어선 내 귀에 들리는 목소리.
"선반에 쿠키가 있을거야. 저저번주에 옆 동네 백화점에서 사온게"
"아아, 그랬었지 그래. 말차맛이 드물다면서 샀던 그거 말이지"
어느샌가 부활한 유키노시타의 말에 따라 선반 위의 캔통을 연다.
"거기서 먹은 소프트 크림이 맛있었으니까 또 가고 싶은데, 이번주에 어떠니?"
"음? 이번주는 네 집에서 논다고 안 했어?"
"옆동네에 가고나서 놀아도 괜찮잖니? 늦어질것 같으면 얼마전처럼 집에서 자고가줘도 상관없고"
"그것도 그런가…………자, 유이가하마. 기다리던 과자다"
"이미 배불러요…………
"엥, 뭐야 그건…………"
곤혹해하는 나를 뒷전으로 유키노시타가 내 손에서 봉지를 받아들고 유이가하마의 입으로 쿠키를 가져간다.
"자, 유이가하마. 아앙-"
"아아, 나한테도 평범하게 아앙해줄 수 있을 정도의 아앙에 익숙하구나, 유키농…………"
"………사측이야"
"딱히 괜찮잖아. 여자끼리 친구사이라면 평범하잖아?"
"아니, 여자애끼리는 그렇지만…………"
왠지 납득이 안 간다고 하고 싶은 얼굴로 쿠키를 우물거리는 유이가하마의 옆에서 마찬가지로 쿠키를 우물거리면서 유키노시타가 흠, 하며 끄덕였다.
"하지만 그러네. 모처럼 참가한다면 제대로 그럴법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
"너 그런 진지한 구석은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그럴법하다니………유키노시타 너 설마"
"그래. 아마 그 설마야"
늠름한 눈을 반짝 빛내며 유키노시타는 옆에 앉은 유이가하마에게 눈을 향했다.
"유이가하마. 조금 부탁이 있는데"
"헤?"
"나에게 행동을 가르쳐주지 않겠니? 그게, 히키가야가 말한것 같은…………"
 
 
 
"리얼충다운 행동을 알고 싶다고?"
"아아…………"
힘이 빠진채 나는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하야마에게 끄덕였다.
시야 구석에서 드링크바 코너에선 유키노시타가 유이가하마에게 교습을 받고 있다.
"알겠어, 유키농? 드링크바에 갈때는 최저한 한 사람의 컵도 가는 김에 받아올것! 배려할 줄 아는 여자를 어필할 기회야!"
"과연…………"
"반대로 누군가가 드링크를 부어줄때는 고맙다는 인사와 사양하는 척을 잊지말것! 척이거든! 정말로 사양하면 도리어 민폐야!"
"계산할때 지갑을 꺼내는 척을 하는 그거구나. 알겠어"
"그, 그건 알고 있구나…………"
"그건 히키가야한테 배웠으니까. 『그거다, 너는 얼굴은 괜찮으니까 이후로 이성이 사줄 기회가 많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가르쳐둘게』라고 했어"
"우와아 힛키………"
아아, 나의 배려 그러니까 사악한 짓이 폭로되어 간다………….
"우선 히키가야 말고 이성에게 얻어먹으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오오우……………"
유키노시타……….
나밖에 이성 친구가 없다고 해도 그건………….
이거 그냥 미팅에서 만남을 바래야하는건 유키노시타가 아닐까.
"유키노시타가 미팅에서 유이가하마에게 부끄러움을 끼치지 않도록 최저한이라도 좋으니까 잘 행동하고 싶대"
"유키노시타가………"
호오, 라며 감탄한듯이 숨을 내쉬는 하야마.
'리얼충의 행동을 알고 싶어'라는 유키노시타에게 일단 실물을 관찰하자는걸로 킹 오브 리얼충인 하야마 씨가 와주셨습니다- 네, 박수-.
남2여2라는 인수 비율상으로도 미팅스럽다.
뭐어 햐아마가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나의 존재감은 옅어지는군. 내가 환상의 6명째야.
"유키노시타의 근간은 흔들리지 않으니까 괜찮지 않냐? 자신을 속이는건 아니고"
"유이가하마라는 친구를 위해서 힘내고 싶다, 라는 생각의 진격이라는건가"
흠, 하며 하야마는 끄덕이고 그리고 쓴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의외인데. 설마 너도 미팅에 오다니. 순전히 그런데 흥미가 없다고만"
"흥미가 있어도 불러줄 사람이 없으니까…………"
"히키가야…………"
"그보다 너도 불린거냐. 아니 오히려 네가 메인이냐 하야마. 맡겨줘라, 들러리역 아니, 발판 역이라면 제대로 해줄 자신이 있다"
"너무 비굴하잖아 그건………"
"아니, 네 상대로 당당하게 있으라니 그게 더 무리게임이지. 적당하게 분위기를 읽으면서 유키노시타랑 샐러드라도 집어먹을테니까 너는 사양말고 여자를 낚아줘"
"여러모로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일단 물 끼얹어도 돼?"
"물도 적시는 멋진 남자냐? 말 한번 잘하네…………고맙다, 좀 자신감생겼다"
"아니, 그런 의미는 아니다만…………"
하아, 라며 한숨을 쉬는 하야마.
아, 지루하게 만들었어?
싫다 정말. 이러니까 외톨이는……….
여름방학에 유키노시타와 너무 놀아서 토크력이 대 유키노시타 특화가 되어버린 기질이 있으니까.
모처럼 이렇게 얘기를 해주고 있으니까 즐겁게 보내고 싶은 참이다.
남자 친구들(임시)과 얘기하는 기회가 없으니까 더욱 그렇다.
"기다렸지-!"
그런 우리들에게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가 헤이, 등장.
둘이서 나란히 서자 미인스러움이 눈에 띄네…………무심코 넋이 팔려버렸다.
"아아, 고마워. 내 잔은 어떤거야?"
그런 와중에도 선뜻 미소를 지을 수 있는 하야마는 역시 잘생긴 남자 말고는 뭣도 아니다.
저렇게 축복받으면 인생 즐겁겠지……….
"여기, 하야마! 특제 선물!"
"우와, 굉장한 색이네. 뭐 넣은거야?"
"콜라랑 메론 소다랑 오렌지랑 진저 에일이랑"
"거의 전부잖아…………"
쓴웃음 지으면서도 극채색을 띤 유릿잔을 받아드는 하야마.
역시…………같은걸 코마치에게 당했으면 코마치의 유릿잔에 타바스코를 투입할 자신이 있다.
그래서, 내 잔은?
두 잔을 들고 온 유이가하마가 그대로 자리에 앉았으니까 내 몫은 유키노시타가 갖고 왔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옆에 안아도 되겠니"
"괜찮지만 내 잔은?"
"없는데"
"…………아아, 그래. 그렇구나"
물을 마셔라는거군요, 압니다.
아니 하지만 유이가하마가 입점과 동시에 드링크바를 주문했으니까 물도 없는데.
새삼 주스를 타러 가려고 해도 유키노시타가 자리에 앉아서 길이 막혀버렸고.
그거냐, 타바스코를 마시라는거냐.
정말이지, 유키노시타는 서비스 정신이 왕성하구나!
"자, 이거"
"응?"
건내받은건 빨대였다.
"아니, 잔도 없는데 건내 받아도…………"
"이걸 마시면 되잖아"
"이건………네 잔이잖아"
"그러니까 왜?"
"…………"
그렇게 태연하게 대답하면 여러모로 곤혹해서 이쪽이 잘못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아아, 응. 아무 문제도 없어.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아무 문제도 없어"
"그래, 아무 문제도 없어. 아이스티인데 마실래?"
"괜찮아. 와아아 아이스티, 힛키 아이스티 정말 좋아해. ………그래서, 이건 누구의 사주야"
"『이렇게 하면 상대가 사줄 확률 업』이라고 유이가하마가………"
"유이가하마………"
흘낏 노려보니 유이가하마가 쓴웃음을 짓는다.
"아, 아하하………아니 그치만 힛키가 사줄때의 대처법을 가르쳐줬으니까 모처럼이라서………응?"
"너 때문에 유키노시타가 카바레 아가씨처럼 되어도 모른다…………"
힘이 쭉 빠지면서도 유릿잔에 빨대를 꽂는다.
거기에 맞추듯이 유키노시타도 빨대를 꽂고 끝을 물기 위해 얼굴을 가져온다.
어머나 얼굴 가까워………….
두근거림 수준이 아니잖아, 이거.
"……………………"
그리고 그런 우리들을 말없이 웃는 얼굴로 쳐다보는 하야마.
쩔어, 이런 터무니없는걸 보고 웃는 얼굴을 기막혀하고 있어………….
리얼충은 이런 돌발적인 접근에도 익숙한건가?
그런거라면 이 행위에도 '리얼충다운 행동을 안다'라는 의식이 생겨나는건가.
"…………안 마시니?"
"아아, 마실게 마셔"
빨대를 문 유키노시타에게 질문을 받고 반사적으로 빨대를 물었다.
툭, 가볍게 닿는 이마.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이스티를 빠는 유키노시타.
이거 수줍어하진 않겠지. 얼마나 나는 남자로서 보여지지 않는거야.
이제 됐어 그냥. 나도 유키노시타는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하니까.
그 비내리는 날부터 이성으로서 보여지지 않는다고 마음속으로 결심한 것이다.
각오를 굳히고 나도 또한 아이스티를 맛보기로 했다.
"………………"
힐끔힐끔 쳐다보는거 그만두지 않겠습니까, 유키노시타 씨. 부끄러운데요.
하지만 왠지 기뻐보인다. 활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애 이렇게나 아이스티 좋아했던가?
찔끔 마신 후에 고개를 들어 유키노시타가 묻는다.
"하야마. 갑작스럽긴 하지만 리얼충의 행동을 가르쳐"
"면허개전"
"어?"
"What more can I say?"
대뜸 영어로 말하며 하야마는 몸을 젖히고 객석을 뛰쳐나갔다.
"나에겐 이 이상 가르칠 수 있는건 없어. 그러니까 오늘은 돌아가게 해줘. 조금 해야할 일이 있다는게 생각났거든"
"어, 어어…………"
"그럼 내일 봐. 유이, 대금은 내일 줄게"
"으, 응………알았어………"
굿바이, 경례같은 포즈를 하고 하야마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나갔다.
"………………왜 그러는걸까, 하야마. 이 이상 가르쳐줄 수 있는건 없다니, 그럴리는 없을텐데"
"아-…………리얼충에도 여러모로 있다는거야, 유키농"
고개를 기울이는 유키노시타에게 유이가하마가 쓴웃음을 짓는다.
"여러모로 있어? 히키가야"
"뭐, 용건이 있는거 아니겠냐? 스스로도 그렇게 말했고"
천하의 리얼충님의 심리는 하층민인 우리에겐 도무지 이해할 수 없으니까 뭐라 말을 못하겠지만.
어쨌든간에 할 수 있는 말은 하나.
누가 나와 유키노시타에게 리얼충으로서 걷는 법을 가르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