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 외전. 그나저나 언니가 보면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귀엽다.
그나저나 언니가 보면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귀엽다.
여름방학에 있어서 가장 성가신 일중 하나에는 점심식사가 거론된다고 느끼는 오늘 이맘.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학교가 있는 날에는 도시락이나 학식, 매점이라는 선택지밖에 없기때문에 마음이 편하지만 선택지가 팍 늘어버리는 휴가중이라면 도무지 우울해진다.
뭔가 어찌할 수 없이 먹고 싶다는게 있다면 별개지만, 그렇지 않다면 적당하게 마치게 된다.
그 적당하다는게 어렵다.
선택지가 풍부하기에 좋은 선택을 하고 싶어진다고 할까, 욕심쟁이가 되어버린다.
점심을 굶는다는 선택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어중간하다면 안 먹어도 좋다고 되어버리는 것이다.
안 먹으면 활동도 못한다며 맥도에서 적당하게 마친 날에는 뭐라 말 못할 권태감을 맛본다.
그렇다고 해도 그럭저럭 맛있는걸 먹었다고 해도 좀 더 좋은게 있던게 아닐까 라며 뭐라 말 못할 기분이 든다.
선택지가 많기 때문에 모든 선택지를 파악못하기 때문에 미지의 선택지에 대한 기대를 품어버리는 것이다.
성가신 이야기다. 점심밥만으로 이렇게까지 고민을 해야한다니.
지쳐서 그냐야 레토르트 파스타면 됩니다………라며 저번주에는 5일에 거쳐 파스타를 평정했지만 역시 파스타도 질렸다.
그런고로 오늘은 비장의 패를 쓰기로 했다.
남고생이라면 다들 좋아하는 그거다.
아니, 미니 스커트가 아니야. 우선 먹을것도 아니잖아.
아? 스패츠? 그건 안의 사람에게 말해. 트레이너 씨의 스패츠도 곰실곰실하고 싶다니, 어떻게 되먹은거야 내 안의 사람……….
하지만 응원합니다.
그런고로 치바현 모처의 라면가게 앞.
"…………"
말없이 휴대폰을 슉슉 거리면서 힐끔 시선을 앞으로 향한다.
끊임없는 줄은 도착했을때의 반 정도의 길이가 되어 있었다.
뒤를 돌아보면 피크가 지났는지 내가 서기 시작했을때보다는 줄이 짧아진걸로 보인다.
줄을 선 손님층도 지방이 가득한 회사원부터 소란스런 사모님으로 변해있다.
"…………후우"
땀 흘리는 이마에 손을 대면서 가볍게 한숨.
여기까지 대충 10분 쯤. 이제 10분만 기다리면 가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8월도 반을 남기고 슬슬 본격적으로 여름방학 전에 세운 예정이 절박해지는 시점.
왜 이렇게나 여름방학은 짧은걸까아……. 무기 컴프 목표로 산 지구방위군, 아직 반도 안 끝났어………….
아니 뭐, 하고 싶다고 할까, 최저한 해야할건 했다.
방학에 들어가기 전에 유키노시타와 짠 스케줄은 지금까지 제대로 지키고 있다.
수영장과 등산과 유원지.
아아, 예정에는 없었던 임간학교에도 갔었지.
너무 충실해서 위험하다. 작년 여름방학과 비교하면 집에 있는 시간이 격이 다르다. 그런가, 작년 기준으로 스케줄을 짰으니까 내 예정은 틀어진건가……. 고마운 비명이라는것도 지금이라면 지를 수 있겠다.
하지만 뭐, 아쉬운건 유키노시타의 체력이다.
재능은 흘러넘쳐도, 아니 재능이 흘러넘치기에 체력만큼은 초기치인 유키노시타에게 있어서 한여름의 햇살은 견디기 어려운것도 있는 모양이라, 밀짚모자 없이 임한 유원지에 임해서는 도중에 쓰러졌다.
유키노시타로서도 놀러 가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무리해서까지 어울리는것도 나쁘겠지.
가능하다면 연일 따라다녀주고 싶었지만 역시 그건 자중하고 쿨러가 잘 듣는 자택이나 유키노시타집에 활동거점을 이동했다
하지만 실내에서 노는건 나도 유키노시타도 별로 모르므로 8월 상순은 시행착오의 반복이 일상이었다.
일단 노는거니까 도구를, 라며 젠가나 인생게임, 트위스터 등의 아날로그 게임을 사서 해봤다.
그건 그거대로 즐거웠지만 어느쪽이냐고 하면 어떻게 즐기는지를 서로 생각하는게 재미있었다는 느낌이었다
전자 둘은 그렇다치고 둘이서 한 트위스터 게임의 공허함은 장난이 아니다.
두 명의 인간이 쥐어짜나는 이상한 오브제를 찍어봤지만 결국 두번 다신 안 한다며 서랍 속에 집어 넣었다
어디의 이웃부도 놀랄 우스꽝스럽게 논다라는 행위를 모색한 나와 유키노시타였지만 뭐, 그건 그거대로 좋은 추억이다.
그보다 뭐야, 유키노시타와 뭔가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즐기는 느낌이 든다.
이런, 마음이 맞는 친구 위험해…………. 단순한 친구라면 글러먹은 곳이 많다.
그래서 그런 마이 엔젤 유키노시타인데, 오늘은 함께가 아니다.
아니, 이런 말을 하면 항상 함께 있는걸로 유추해버릴지도 모르므로 뭐하지만. 역시 연속으로 부르는것도 민폐일테고, 학원 하기강습도 있으니까. 놀러가자고 부르는것도 3일에 1번 정도다.
이야기를 돌리자.
그저께부터 유키노시타는 실가에 돌아갔다. 이 말만으로는 그거구만, 부부싸움같은걸 한것 같네. 말도 안 되지만.
메일 문면에는 이런 말이 쓰여있었다.
『며칠 못 만나게 될거야. 외롭겠지만 참아줘』
이쪽이 외로워한다는걸 내다보고 내려다보는 시선 확정. 과연 유키노시타다.
『그렇군. 대신에 매일밤에 메일 보내도 돼?』
솔직하게 그렇게 답변하고나서 10분 후에 『좋을대로 해』라는 퉁명스런 문자가 돌아왔다 이 다정함! 그냥 성모라고 불러도 되는거 아냐, 이거.
그런고로 오늘은 혼자서 라면이다.
뭐, 그거구만. 튀김을 지방덩어리라며 적시하는 유키노시타에게 기름 둥둥 라면은 귀문일테고, 무엇보다 여자애니까 마늘 냄새나는건 싫을테지.
부르는게 망설여지는걸 생각하면 이렇게 혼자일때 라면을 먹는건 낫다는 것이다.
유키노시타에겐 기름이 적은 소금 라면이라도 대접하기로 하자.
어려운 얼굴로 면을 홀짝이는 유키노시타를 상상하고 조용히 텐션을 올리고 있으니,
"앗! 히키가야!"
누굽니까, 그런 소림제약처럼 나를 부르는거.
슬프게도 목소리로 판별하기보다 그런식으로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을 뇌내에서 조이는 편이 빨랐다.
거리에서 말을 걸어줄 정도로 활동적이고, 더군다나 나를 히키가야라고 부르는건………….
"오랜만이네요, 하루노 씨"
"오랜만-!"
손을 가볍게 흔들면서 이쪽으로 뛰어오는건 유키노시타의 언니, 하루노 씨.
유키노시타와 거의 같은 기체이면서도 여기저기 강화외장이 보이는 터무니 없는 병기다. 물론 거짓말이지만 대충 맞을터다.
급우에게 줄 선물을 유키노시타와 고르고 있을때 유연히 만난 이래로 왠지 친근하게 대해오고 있다.
어깨를 드러낸 서머 스웨터에 칠보 바지라는 거친 차림의 하루노 씨는 나에게 다가오자마자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돌아봤다.
"유키노는?"
"어라, 실가로 돌아갔다고 들었는데요……"
"으응? 이상한데, 오늘 여기로 돌아왔을텐데"
"그런가요? 그럼 오가는데 지쳐서 집에서 자고 있는거 아닐까요"
"일단 리무진으로 바래다줬는데-. 하지만 유키노는 놀랄만큼 체력이 없으니까, 오랜만에 실가에 돌아가서 피곤해진걸지도"
"실가에서 피곤해지는겁니까…………"
뭐, 듣기에 따르면 유키노시타가는 상당히 큰 집인 모양이고, 혼자 자취도 느긋한 생활에 익숙해져버리면 약간 어깨가 좁아진걸지도 모른다. 메일로는 그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기운 넘치게 나를 까댔지만 말야. 지금 생각하면 스트레스 쌓였던걸지도 모른다.
"그럼 내일이라도 병문안하러 갈게요"
"오, 장한데 히키가야. 그런 점 하루노 기준으로 포인트 높아"
"왜 제 동생 드립을 베끼는겁니까……"
"코마치는 참 착한 애지-. 동생으로 삼고 싶어"
"하루노 씨한테는 유키노시타가 있잖아요"
"유키노는 내가 다가가려고 하면 위협하니까-"
"과거에 무슨 짓을 한겁니까, 하루노 씨"
"거기서 즉답으로 나한테 원인이 있다고 보는 점, 나 좋아해"
"아니, 유키노시타가 이유도 없이 남에게 적의를 보일리가 없고요"
"아- 기본적으로 흥미가 없는건 무시로 끝내는 타입인걸"
"의외로 유키노시타의 개인적인 원한일지도 모르지만요"
얼마전에 간 수영장에선 원망스러운 듯이 하루노 씨의 가슴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역시 그것만으로 위협할 유키노시타는 아니다. 거유니까 위협한다는건 어디의 쁘띠마스야. 도마 언니랑 겹치잖아. 이제 됐으니까 도마로 하자고!
"그래서 하루노 씨는 뭐한거에요?"
"음-, 점심 먹으러 왔는데 눈에 띄는 가게가 없어서"
타하하, 웃으면서 배를 문지른다. 시각은 이미 13시를 돌고 있다.
"모처럼이니까 히키가야랑 같이 먹을까"
"라면인데 괜찮겠어요?"
"이후에 누구랑 만날 약속도 없으니까 괜찮아. 아, 히키가야가 마늘 냄새나는 나를 보고 환멸한다면 얘기는 별개지만"
"저는 무슨 사랑하는 소녑니까……그럼 같이 먹을까요"
"후후, 누나가 사줄까?"
"얻어먹은 다음이 무서우니까 됐어요………"
이 사람은 가끔 강화외골격를 몰아내니까. 클록 업하지 않은게 불행중의 다행이다.
그 유키노시타마저도 그렇게 당하면 소악마같은 주체에는 순간의 방심마저도 치명타다.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빚을 만드는건 최대한 피하고 싶다.
"좋아, 그럼 오늘은 평범하게 친한 친구로서 같이 밥 먹을까!"
"예이"
끄덕인 내 옆에 하루노 시가 선다.
순간 압도적인 미인 오러에 줄의 앞뒤로부터 시선이 단번에 집중한다.
유키노시타도 그런대로 주목을 받지만 두르는 분위기의 밝은 구석이나 화려함이 눈을 끈다는 점에서는 하루노 씨가 압승이다.
이만큼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아놓고 하루노 씨는 전혀 신경쓰지도 않고 싹싹하게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라면은 오랜만이네-. 아, 만주 한 사람분 주분할테니까 반반 먹자"
"독신에 쓸쓸한 남자에게 반 나눠 먹자 제안이라니, 하루노 씨는 진짜로 남자 마음 잘 알고 있네요"
"아니, 그런건 아니야-. 그저 나는 친구를 즐겁게 해주고 싶은것 뿐이야-"
"기쁘게 해놓고 주물러댈 생각이죠?"
"아니야- 기쁘게 해놓은 다음에 이쪽을 기쁘게 하게 해주는것 뿐이야-"
"엄청난 빚독촉이네………강매에도 정도가 있잖아요"
"남자는 다들 학인걸. 함정에서 구해주면 베를 짜주니까"
"그 함정도 본인이 만든거잖아요?"
"뭐 그래"
무서워…………
"기브 앤 테이크를 잘 하니까 괜찮잖아?"
"이거 그런 문젭니까"
여전히 대단한 사람이다.
하다못해 함정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자.
한여름인데 식은땀을 흘리면서 나는 악마의 미소를 짓는 하루노 씨와 담소에 빠졌다.
"그러고보니 말야"
"뭡니까?"
돼지뼈 라면을 하후하후 거리면서 하루노 씨가 말을 걸어왔다.
"유키노하고는 어때?"
"어떠냐니요?"
"아니 그게, 뭔가 했어?"
"산에는 갔는데요"
"그게 아니라, 좀 더 이거……핫 한거는?"
"핫………유원지가 너무 핫해서 유키노시타가 쓰러졌네요"
"유원지! 좋겠다아, 청춘같아!"
"그런가요?"
"그치만 여자애랑 둘이서 유원지 간거잖아? 그런거 좀 처럼 없어!"
"하아………… 그 여자애는 당신의 동생인데요……"
"유키노로서도 둘이서 유원지에 간건 특별한 추억이 된게 아닐까"
"뭐, 만약 그런거라면 친구로서는 기쁘지만요…………"
"응응, 친구로서는 기쁘지………………친구?"
쩍, 소리를 내며 하루노 씨가 굳었다.
"히, 히키가야…………지금 친구라고 했어?"
"네?"
그거의 어디에 의문점이?
…………아아, 혹시 『그 유키노에게 친구가 생기다니…………』같은 드립이라도 칠 생각인가.
아니, 확실히 유키노시타는 친구 적지만.
"일단 친구라구요. 그쪽에서 보면 단순히 부활동 멤버일지도 모르지만요"
"……………………"
하루노 씨는 말없이 나를 쳐다보고 그리고나서 식은땀을 한 줄기 흘렸다.
그리고 양손으로 얼굴을 덮고,
"유키노야…………"
툭 중얼거렸다.
이건 그건가, 나같은 녀석에게 친구 소리 들은 동생 가엾어 같은 그건가. 싫다, 울고 싶어………….
이상한데, 하루노 씨에게 나쁜 인상을 줄 생각은 없었는데……배어나온건가, 글러먹은 인간 냄새.
"섣부르게 개입해서 성가시게 되는것도 큰일이고…………한 동안은 유키노를 믿고 방관하자"
"? 뭔가 말했습니까?"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자, 히키가야 아앙!"
"좀, 그만두세요, 그런 파렴치한거"
"파렴치하다니…………유키노한테는 받았잖아?"
"네, 뭐어…………친구 끼리 아앙은 저항하지 않지만요, 그게…………상당힌 빈도로 한 입 달라고 조르기는 하는데요, 유키노시타는 실은 식탐 많다구요? 이쪽이 한 입 먹은 순간 말해오는데, 만약 식탐이 많다면 맛있는 뷔페에 데려갈까 생각한다구요"
"유키노야…………!"
우오, 하루노 씨 울었다………….
"그렇게, 노력하는데…………!"
"여, 역시 식탐이 많은건가요? 그럼…………"
"히키가야!"
"아, 네"
벌떡, 일어선 하루노 씨는 만주를 입에 밀어넣으면서 선언했다.
"지금부터 나랑 데이트하자!"
"하?"
"아, 저 옷 귀여워!"
"저기"
"아! 저것도 좋네-!"
"저기, 하루노 씨"
"오오! 이것도 멋져!"
"좀"
"이거는 어떨까, 히키가야!"
"아니,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거친 느낌이 들긴하지만"
"홋호-, 히키가야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좋아, 사버리자!"
실례합니다- 라며 점원에게 달려가는 하루노 씨의 뒷모습을 쳐다보면서 나는 홀로 한숨을 쉬었다.
"왜 이런 일이……"
시가의 쇼핑몰.
라면가게를 나오자마자 리무진에 납치당한 나는 하루노 씨와 함께 여기까지 끌려왔다.
하루노 씨가 말하기에는 데이트라는 모양이다.
데이트.
이 얼마나 감미로운 울림일까.
남고생의 9할9푼9리가 동경하는 행위다. 일리는 그거다, 전쟁이라 쓰고 데이트라고 읽는 녀석이다. 정령은 데레를 넘어서 농락시키는거랑 뭐든지 듣는 상태로 가져가면 봉인따위 필요없잖냐 라고 생각하는 요즘 이맘.
그런고로 우리의 전쟁이 시작됐는데.
"기다렸지-!"
파닥파닥 가게 안에서 돌아오자마자 하루노 씨는 나에게 종이가방을 들이댄다. 이걸로 벌써 3번째. 부루주아 쩔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여자애의 시장보기 대단해라고 해야할까.
"꽤 옷 많이 사네요"
"뭐어, 나도 여자애니까-"
말하고나서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는데 뭐야, 뭘 바라는거야. "진짜 여대생인 주제에 여자애라니 웃겨서 배아프다-" 라고 말하면 되는걸까. 터무니 없는 소리하시네. 하루노 씨는 표리는 있지만 멋진 사람입니다.
"유키노랑 이런 가게는 안 와?"
"오기는 와요, 윈도우 쇼핑이 주되지만요"
"안 사?"
"시착은 하지만 결국은 안 사는게 많슴다"
몇 번인가 선물을 줬지만 그것도 거부당했다.
"고르기만 고르고 사지 않으니까 가게에도 폐가 된다고 생각하지만요. 그에 비해선 점원의 태도가 묘하게 뜨뜻했지만요"
"그런 쓸데없는 짓을 유키노가 힐리 없는데…………참고로 그때 희망을 들려줄 수는 있어?"
"유키노시타의 희망 말인가요? 꽤 자주 듣네요. 어울려? 라고만 물어서 감상도 단조롭지만요"
"히키가야 기준으로 베스트 히트였던건?"
"시착한 옷 중에서요? 그렇네요…………아아, 얼마전에 수영장에 갔을때 입었던거랑 비슷한 옷이 있었네요. 그거 꽤 좋았지요"
"아-, 그거 확실히 귀여웠지-………웠지-"
"왜 그래요, 하루노 씨. 얼굴을 양손으로 덮고"
"아니, 그게…………동생이지만 너무 힘내고 있어서 어쩌면 좋을지 모르게 되버려서…………"
"힘내고 있다………인가요. 확실히 배려할 줄 아는 여자애네요, 유키노시타. 집까지 바래다주면 『피곤하지 않아?』라고 종종 물어봐주거나, 『땀 흘리지 않았어?』 라며 샤워하게 해주거나. 배려를 해줘서 갈아입을 옷까지 준비해주거나. 뭐, 잠옷이었으니까 결국 입지 않고 돌아갔지만요"
"유키노야…………!!"
아아, 하루노 씨가 무릎 꿇고 쓰러졌다!
"말로 안 하면 모르는것도 있구나, 히키가야…………"
"어? 뭐어, 그런게 아닐까요……"
나와 유키노시타 정도가 되면 이심전심이지만 우쭐.
"…………옷가게 말고 유키노하고는 어디 갔어?"
"이 쇼핑몰 말인가요? 그렇네요………아아, 게임 센터에"
"좋아, 가자"
일어선 하루노 씨에게 끌려서 게임 센터로.
되게 소란스럽다.
너무 소란스러워서 얼굴을 찌푸린 유키노시타를 떠올리는 나를 뒷전으로 하루노 씨는 흥흥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 카오스한 느낌이 게임센터지!"
"그렇네요"
"그래서, 유키노하고는 뭐 했어?"
"UFO캐처랑 스티커 사진이네요"
"…………후자는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UFO캐처?"
"아니, 왠지 유키노시타가 판씨 인형을 갖고 싶어해서…………저도 허접해서 점원에게 부탁해서 집어달라고. …………부끄러운 이야기지만요"
"유키노는 뭐래?"
"『수단을 가리지 않네』라며 남자다운 대답을 하고 귀여워했어요"
"폭신폭신 했어?"
"폭신폭신했어요. 너무 행복해보이니까 조금 빌려서 폭신폭신 했는데, 그거 괜찮네요, 되게 좋았어요"
"그런가아…………유키노는 뭐라고 했어?"
"제가 오래 껴안았기 때문인지 『히키가야의 냄새가 묻어버렸네』랬던가요. 싫으면 하나 더 뽑아준다고 말했는데 거절당했어요"
"그러고보니 실가에도 인형을 지참했지이…………"
"그렇게나 마음에 들었나요. 정말로 판씨를 되게 좋아하네요, 유키노시타"
"응, 그것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하, 하며 미소를 짓고 하루노 씨는 UFO캐처로 향한다.
"그럼 누나한테도 선물 해줄래-"
"하루노 씨라면 점원에게 응석부리면 될것 같은데요……"
"에-, 히키가야의 멋진 모습을 보고 싶은데-"
"점원에게 부탁하는 모습이 멋지다니, 되게 이질적이지 않나요……"
"그래서 스티커 사진 쪽은?"
"평범하게 사진 찍은것 뿐인데요"
"평범하게 찍었구나…………"
"친구끼리 찍기도 한다더라구요, 그거. 이야기로는 들었지만 실제로 해보니 왠지 부끄러웠어요"
"그림 그리기도 했어?"
"촬영후에 하는거 말이죠. 어느 정도는 같이 했지만 마지막 1분 정도는 쫓겨나서요"
"쫓겨나?"
"네. 그 후에 인쇄된 스티커 사진을 유키노시타가 손으로 찢어서 반쯤 건내줬는데요, 6종류 있었을텐데 5종류밖에 못 받아서요. 어차피 마지막 1분은 마지막 1장에 낙서를 한 모양이지만 실수한것 같아서요. 도저히 보여줄 수 없다면서 보여주지 않았어요"
"………………흐응, 실수했구나-"
"유키노시타치고는 드물지요. 뭐, 홍법대사도 삑사리 난다고 하니까요"
"뭘 쓴걸까"
"아무래도 실수한 사진을 휴대폰 뒤에 붙인 모양이지만요. 볼때마다 히죽거리는걸 보면 아마 유키노시타는 실수했다고 해놓고 실은 스티커 사진의 제 사진에다 수염을 그린걸거라구요, 분명해요"
"히쭉대는구나…………게다가 휴대폰 뒤에……"
"행복해보이게 웃으니까 딱히 상관없지만요. 한번 어떤건지 보려고 했더니 진짜로 화내길래 볼 마음도 사라졌고요"
"신적인 집착이구나아…………"
"스티커 사진은 그런 느낌입니다"
"스티커사진 한 장으로 왜 그렇게나 소녀인걸까, 유키노는……"
나에게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하루노 씨는 화려한 손놀림으로 판씨 인형을 손에 넣었다.
"응-! 오늘도 즐거웠어-!"
쇼핑몰 앞의 광장.
쭈욱 기지개를 하는 하루노 씨의 옆에서 나는 스티커 사진을 한손에 들고 쓴웃음을 짓고 있다.
"폭풍같은 반나절이었네요……하루노 씨는 에너지 넘치네요"
"너는 젊으면서 그런 소리를 하는거니. 그래선 유키노를 데리고 돌아다닐 수 없다고?"
"데리고 돌아다니면 열을 낼것 같으니까 무리는 시키지 않도록 하지만요"
"우리 동생이 체력이 없어서 미안해"
"아뇨아뇨, 정말로 착한애라서 같이 있는것만으로 즐거운걸요"
하하, 쓴웃음을 짓는 나에게 하루노 씨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얘, 히키가야"
"네"
"오늘 나랑 데이트 했는데 말야"
"뭐, 그렇네요"
"유키노랑 한 데이트랑 비교해서 뭐가 달랐어?"
"에?"
하루노 씨는 나를 곧게 쳐다보고 웃는다.
"네 가슴 속에서 그 아이에 대한 특별한 감각이 있다면 분명 그게 답이야.
"특별한 감각…………"
듣고서 가슴에 손을 댄다.
하루노 씨와 데이트는 끌려다닌 느낌은 있었지만 확실히 즐거웠다.
하지만 유키노시타와 한 데이트랑 비교하면 도무지 흐릿하다.
그건 어째서인가.
거기에 있는건 유키노시타에 대한 특별한 감저"…………히키가야?" 응?
고개를 들어보니 거기에는 하얀 원피스차림의 유키노시타가.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종점에 도달할뻔한 사고는 먼지로 변해, 유키노시타 일색으로 칠해진다.
"어, 유키노시타.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흘러넘치는 재회의 기쁨을 가슴 속에 숨기며 말을 했지만 유키노시타의 표정은 어딘가 우울하다. 그러긴커녕 차갑게 얼어붙기까지 했다.
아차- 하며 이마에 손을 대는 하루노 씨를 보고나서 유키노시타는 나에게 물었다.
"…………언니랑 둘이서 뭘 하고 있던거니?"
"응? 아아, 이건 하루노 씨에게 듣고 조금 데이트를"
"데잇…………! …………언니"
"아니야, 유키노야! 이건 말야, 유키노를 위해서, 응?"
"뭘 어떡하면 나를 생각해서 그와 데이트를 하게 된걸까……"
등 뒤로 옥염을 불태우는 유키노시타. 어째선진 모르겠지만 심히 언짢다.
"진정해, 유키노시타. 하루노 씨는 시간이 남은 나에게 어울려준거야. 화낼거면 한가해서 시간을 못 죽인 나를 혼내라"
"………………"
유키노시타는 말없이 내 뺨을 잡아당겼다. 아아, 그거면 돼. 아무 문제도 없다.
"…………지금부터 한가하지?"
"엥, 아니, 이제 어두우니까 돌아가서 밥을 "한・가・하・지?"한가하군"
"그럼 밥 먹으러 가자. 사줄게"
"그래도 되냐. 그보다 몸 상태는 괜찮아?"
"몸 상태?"
"어라, 아니었어? 실가에서 돌아와서 지쳤으니까 연락도 없었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건…………뭐, 나에게도 여러모로 있었어"
"아…………미안, 괜히 지레짐작해버려서"
"아니, 됐어. 그보다 얼른 시장보러 가자. 식재를 사야해"
꾸욱, 내 팔을 잡아당기며 유키노시타가 걸어간다.
"언니, 안녕. 다음에 만났을때를 기억해둬"
"에에-…………"
쓴웃음을 짓는 하루노 씨. 왠지 미안해서 하다못한 도움을 넣어두자.
"하루노 씨, 저라도 괜찮다면 식사에 어울려드릴테니까 사양하지 마시고 아야야야야야 귀를 잡아당기지마, 유키노시타, 떨어지잖아!"
"아하, 고마워 히키가야. 우리 유키노를 잘 부탁해!"
"좀 언니! …………아이참"
불퉁해진 유키노시타에게 나도 쓴웃음을 짓는다.
"동생을 생각하는 좋은 언니잖아. 소중히 여겨"
"…………좋은 언니니까 무서운거야"
"어?"
"아무것도 아니야. 자, 가자"
유키노시타를 따라 저물기 시작하는 거리를 걷는다.
하루노 씨의 질문으로 나올뻔했던 답은 무산하고, 몇 개월후에 여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겨우 형태가 만들어졌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
"…………저기"
"왜"
"렌탈 가게에서 호러 비디오를 빌려버렸는데, 괜찮다면 같이 봐주지 않겠니"
"오오, 합숙에서 무서운 얘기를 하는 그건가. 좋네, 수학여행에선 그런건 없었으니까"
"그래. 그러니까 같이 즐기자. …………기나긴 밤을 함께 보내자"
묘하게 기합이 들어간 유키노시타의 자라탕을 먹고, 아까 말한 잠옷을 빌려 유키노시타집에 묵었지만 요리에 너무 힘을 써서 그런지 유키노시타가 호러 비디오가 시작한지 5분도 되지 않아 잠들어버려서 결국 호러 비디오 감상회가 뒤로 미뤄지게 되버린것도 또 다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