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놀랍게도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 외전. 그렇게해서 그들의 아무것도 아닌 날은 끝난다.

모래마녀 2015. 9. 16. 19:31

그렇게해서 그들의 아무것도 아닌 날은 끝난다.
 
 
"………………"
문화제도 끝나 열기가 식기 시작한 요즘 이맘.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시고 있으십니까.
나로 말하자면 '요즘 춥네' 등을 이야기를 한들 '히키가야는 주위의 대응도 차가운 모양인데 괜찮아?' 라고 걱정인지 매도인지 잘 모를 대답을 듣고 '하다못해 신체상의 온기를' 하며 홍차를 받고 있다.
정신적으로 생각하면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마조라면 웃하우하겠지만 공교롭게도 그렇게까지 완성하지 않았다.
유키노시타는 소중한 친구라고는 생각하고 있지만 매도의 말에는 조금이지만 상처입기도 한다. 유리 심장이니까. 어떨주 없어.
그런고로 오늘도 오늘대로 유키노시타와 둘이서 봉사부 부실에서 느긋하게 방과후 티타임을 즐기려고 하는데.
"…………"
물을 끓인다고 하며 유키노시타가 자리를 떠나고나서 나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건 딱히 콧노래를 섞어서 전기 포트 앞에 서있는 유키노시타의 모습에 넋이 나가있던건 아니고 그 콧노래를 들으려고 필사적이게 된것도 아니다.
애시당초 이 부실에서 내가 말을 하지 않는다는것도 드문 일은 아니다.
저걸로 유키노시타는 얘기를 좋아하는 모양이지만 역시 매일 얼굴을 보게 되면 얘깃거리도 떨어질 것이다. 부활동 중에는 별로 말을 하지 않고 독서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귀가중에는 꽤나 떠들썩하므로 거기에 대비해서 얘깃거리를 온존하고 있는 기질도 있다. 뭐, 일반적으로는 독서 등으로 보내는 부실 외 하교 쪽이 대화가 없어서 견디기 힘들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유키노시타와 코마치 말고 걸은적이 없으니까 모르겠지만 아마 그렇겠지.
나로서는 옆에서 독서에 힘쓰는 유키노시타가 꽤나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있으므로 대화가 없어도 전혀 불쾌하지 않다. 오히려 기분 좋다. 대화가 필요하다고 셋씨가 말했지만 없어도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게 최고지. 오히려 안의 사람 기준으로는 얼굴을 본것만으로 대화라고 할것 같다. 얼굴이 시끄럽다고 곧잘 말하는 것이다. 나도 후우하하 말해보고 싶다. 크게 웃는거 해보고 싶다. 그거구만, 사가미를 깔때 라스보스처럼 행동하면 크게 웃어도 자연스러웠을지도. 어쩌면 그저 아픈애 취급당해서 다같이 나에게 동정 무드가 됐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리스크 매니저먼트 중요.
자, 그런고로 지금 나도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떻게 움직이면 나에게 리스크를 입지 않고 끝날까.
제대로 생각하고나서가 아니면 움직일 수가 없다.
그래, 내가 입을 다물고 있는건 얼굴만으로 대화를 할 수 있다거나 유키노시타의 콧노래를 충분히 즐기고 즐기고 싶다는 이유가 아니다.
나로서는 드물게도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라고할까 섣부르게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
어떡한다, 턱에 손을 대고 생각한다. 이 포즈를 취하면 '생각하고 있어요!' 라는 자각이 솟아오르므로 머리 회전이 약간 빨라지는 느낌이 든다. 어디까지나 기분이 드는것 뿐이라 딱히 그만둔다고 해도 추리력이 40퍼센트 떨어지는 일은 결코 없지만. 그렇게나 달달한걸 좋아하는것도 아니고. 다크서클도 없다. 대신에 도브강처럼 눈이 탁하기는 하지만. 이래선 변태는 변태라도 나비인간이 훨씬 변태다. 그만큼 두뇌가 있으면 이 상황도 어렵지 않게 클리어 할 수 있겠지. 소리지르면 도와줄까 생각했지만 긴세이시는 사이타마란 말이지………….
"기다렸지"
툭, 티컵이 놓여진다.
고개를 들어보니 마침 대면한 위치에 유키노시타가 앉던 참이다.
"늘 미안한데"
"그건 말하지 않기로  한게 약속이잖아, 할아버지………라는건 농담이야"
쿡, 유키노시타가 미소짓는다. 춥기 때문일까, 그 귀는 살짝 빨갛다.
"엥, 나 그렇게나 늙었어……? 그야 요즘 기운이 팍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 문화제로부터 여러 힘든 일이 있었지만 가장 힘들었던건 그 유이가하마한테 쓰레기를 보는듯한 눈으로 시선을 받은거겠지.
아니, 사가미의 일은 그녀도 사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달리 매도의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게 아니라 문화제 중에 일어난 고양이귀 메이드 사건(명명 나)로 인해 유이가하마 안의 나의 호감도는 대단히 떨어져버린 모양이다.
뭐어, 응…………그야, "여고생을 억지로 고양이귀 메이드 차림을 만들어 봉사시키고 있었다" 라는 소문을 들으면 그렇게 되겠지, 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일단 유키노시타가 도와줬지만 그건 그거대로 유키노시타의 입장이 위태로워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몇 없는 지인을 부탁해서 그대로 소문을 퍼뜨렸다.
딱히 불행한것도 손해봤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사가미의 사건으로 이미 내 호감도는 폭락을 했고 이제와서 거기에 추가 대미지가 들어온다한들 문제는 없다.
거기다, 나로서도 그 밀월의 시간은 즐거웠던 것이었다.
유키노시타와 만나고나서 약 반년, 그런대로 긴 시간을 보내왔지만 그렇게나 즐거운 유키노시타라는건 좀처럼 없는 희소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소한 멘탈 슬라임이다.
친구가 적은 놈에게 흔해빠진 "『두근두근한다』라는 행위에 대한 이해 없음"이기에 기본적으로 차분한 나와 유키노시타이기에 그런 장난은 기분 좋은 것이었다.
거기다 그거다, 그 임간학교때 수영복으로 이상한 방향으로 떠들어대던 유키노시타처럼 평소하고는 다른 모습으로 즐거워하는 유키노시타를 보는것만으로 이쪽으로서는 행복해지는 것이다. 역시 즐거워보이는게 최고다. 그것이 한 사람이든 복수든, 즐겁게 한다는건 좋은 것이다. 인상을 찌푸리면서 방에서 보내는 휴일과 비교해서 유키노시타에게 권유받고 휴일 외출이 실로 많다는건가. 아, 이거 그냥 친구 생겨서 떠드는것 뿐이구만. 즐겁게 지낸다는거랑 관계없이. 혼자서 보내는게 누군가와 보내는데 뒤떨어진다고 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유키노시타 정도의 이상적인 친구가 되면 적어도 함께 보내고 싶어지고 만다. 트라우마 가득한 메일도 그만 쳐버려서 매일처럼 꺼려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말하면서 허용해주는 유키노시타 멋져(메일 하자).
"…………그럴 생각으로 말한건 아닌데"
송신 3분 후에 반드시 답신을 해주는 유키노시타는 커흠, 하며 빨개진 뺨으로 기침을 했다. 감기일까, 내일 부근에는 사탕이라도 사주자.
"그거 다행이네. 모처럼 너랑 대화하고 있으니까 늙었으면 실례라는거지"
"읏…………괜찮아, 잡초는 죽지 않는다고 하잖니"
"아니, 소문으로서는 죽지는 않는다고 해도 없어지진 않아. 나는 편의점 앞에 모여있는 양키 이하의 제압력이라고"
"원래 존재감이 옅은걸. 편의점에 모여있어도 점원에게 들키지 않으니까 그건 그거대로 편리할것 같지만"
"혼자서 모여있어도 말이다……모일 상대도 너정도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내 은밀 스킬도 의미 없잖아"
"확실히 나의 존재감이라면 네 공기감은 지워지겠구나"
"오히려 그거지, 편의점의 간판 아가씨 같은 느낌이 되는거 아니겠냐"
"편의점 정도의 호객행위에 쓰이는것도 싫지만, 히키가야가 거기서 생계를 꾸리고 있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구나"
"대수롭지 않게 편의점 알바를 니트로 만들지마"
"늘 취직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 그 미래도 불가능한건 아니잖니"
"큭…………아, 아니, 편의점에서 일한다고 해도 점원이다. 가능하면 점장이 되어서 종업원을 부려먹고 나는 편하게 지낼거야"
"세상에는 고용되는 점장으로서 부려먹히는 점장도 있을텐데…………"
"하지만 그거구만, 설령 점장이 되었다고 해도 너를 간판 아가씨로 만든다는 흐름은 절대로 생겨나지 않겠지"
"어머, 그래?"
겁없는 미소로 고개를 기울이는 유키노시타. 아니,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잖아.
"너는 절대로 좋은 곳에 취직할테니까 말야. 우정 출연으로 개점했을때만 호객해주는 정도밖에 무리겠지"
"그런건 안 해. 나는 경영에는 자신이 있는걸"
"경영까지 돕게할 수도 없잖냐. 그보다 간판 아가씨의 얘기잖아"
"경영 컨설턴트나 간판 아가씨, 거기다 단순한 종업원으로서 나를 부려먹을 수 있다는 선택지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뭐야 그 멋진 선택지. 표시되면 무심코 선택해버리겠네. 유키노시타의 수완을 갖고 있으면 경영은 안정, 명물 점원으로서 충분히 집객력을 보여주겠지. 그보다 그런 편의점 있으면 내가 손님으로서 간다. 오히려 다니기까지 한다. 그리고 어딘가의 타이밍에서 메일 주소를 건내받고 소름 돋는다며 가게에 못 가게 될때까지 과정이 원 세트다. 이 미리읽기 능력을 유효활용해서 살고 싶은거다.
"그야 네가 뭔가를 해서 집에서 쫓겨나서 길거리에 돌아다니게 되면 그런것도 있을 수 있겠지만 말야"
"어머, 정처없는 나를 어떡할 생각인거니"
"극진히 대접해서 복귀할때까지는 가게에서 일하게 한다는 느낌이겠지. 너니까 의식주 무상으로 주는것 보다는 일하고 먹는 부지 벌이쪽이 맞을테니까"
"…………뭔가 없는거야? 모처럼 약점을 잡고 있으면서"
"너는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야…………네가 내 약점을 한 번이라도 써먹는다면 그때는 사양않고 써먹어주마"
"어떤 식으로?"
"어떤 식으로………그렇군, 고용된  점장으로서 거칠어진 몸을 힐링받는다거나"
"어, 어떤 식으로?"
"너는 왜 그렇게 흥미진진한건데…………"
콧김을 흥흥 거리며 엄청 귀여운데, 뭐야 이거. 왜 집에서 쫓겨난 일로 이렇게나 텐션이 올라가는거야, 이 애. 뭐야, 혹시 그거야? 마조? 그만큼 새디였으면서 실은 마조였다는거야?
"돌아와서 밥 만드는것도 힘드니까 만들어달라고 한다거나"
"그 밖에는?"
"세탁이라도 해달라던가"
"그 밖에는?"
"청소나 시장보기나……"
"마사지는?"
"아-, 아버지는 늘 어깨 뭉쳤다 뭉쳤다 거리니까. 나도 그렇게 되려나……부탁해야지"
"귀파기는 어떠니?"
"다른 사람이 해주는 귀파기는 묘하게 기분 좋단 말이지…………해준다면 고맙겠어"
"그리고……등을 씻어준다는걸까"
"왜 네가 제안하는거냐 이거……뭐야? 여기에 와서 봉사에 눈을 뜬거야? 메이드야?"
"읏…………하는 일로 따진다면 오히려 통근 아내같은데"
"아아, 확실히…………그런가, 유키노시타는 최선을 다하는 타입인가……"
"IF의 이야기야. 약점을 잡힌다는 전제가 있으니까 그런거지 착각하지 말아줘"
흥, 하며 뺨을 돌리는 유키노시타.
하지만 부활동때는 반드시 차를 끓여주거나 외출할때는 도시락을 준비해주거나, 가끔 피곤한 얼굴을 하면 어깨를 주물러주는등 꽤 배려 넘치는 행동을 자주 해주는것 같다. 그런가, 유키노시타 기준으로는 그 정도의 행동은 최선을 다하는 범주에도 안 들어간다고. 이거 유키노시타에게 봉사하는 쪽의 인간은 힘들겠구만………이런 응석쟁이 공주님을 만족시키려면 꽤나 고생할것 같다. 붕어빵을 먹고 미소를 짓거나 하지만, 실로 만족스러운것과는 또 다르겠지. 아마 그거다, 친구인 나에게 배려해주고 있는거다. 이젠 붕어빵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없나………….
"그래서다. 최선을 다하기보다 최선을 다해 봉사받고 싶은 계열의 유키노시타"
"뭐니 그 형용사는………이극화는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뭐, 됐으니까 들어. 들어줘"
쓴웃음을 지은 나에게 유키노시타도 자세를 고친다.
"그렇게 딱딱하게 왜 그러니"
"아니 그 뭐냐. 좀 곤혹해서 말이지"
"…………그래. 그건 큰일이네"
"아아. 그러니까 친애하는 유키노시타에게 상담을 받고 싶어서 말이지"
"……………………"
친애하는 라는 단어에 뺨을 붉게 물들이면서 언짢은듯이 미간에 주름을 모으는 유키노시타.
그 시선은 아아, 틀림없이 어떤 방향으로 향해지고 있다.
"네가 평소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지 아닌지는 나에게는 전혀 알 수 없어. 하지만, 말해주기만 하면 그 해소에 조금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나는 천천히 시선을 피해서 목표물이 센터에 들어왔을때 말했다.
 
 
"너의 고양이 귀 카츄샤의 의도는 뭐냐, 유키노시타"

 
"………………"
말없이 유키노시타는 테이블 위에 자리잡고 있는 고양이귀 카츄샤를 쳐다보고 있다.
잘못본게 아니라 그거다, 문화제때 유키노시타가 메이드복과 함께 착용했던 그거다.
"……………………"
나도 또한 말없이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박스에 집어넣어뒀던 이 카츄샤를 일부러 꺼내오다니, 뭔가 불쾌한 일이라도 있었던걸까.
또 그런 식으로 장난을 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생각하는걸까.
하지만 그거라면 이전처럼 처음부터 쓰지 않으면 될 이야기다. 그대로 나와 장난을 치면 될 뿐이다.
어째서 고양이 귀 카츄샤랑 합체하지 않는거야………….
"…………"
유키노시타는 정면으로 돌아봤다.
그대로 곧게 나를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알고 있을거라고만 생각했구나…………"
뭐야 그 공허한 웃음.
"…………뭐를?"
"고양이귀를 낄까말까 갈등을 반복하고 그러고 있는 사이에 네가 부실에 왔기 때문에 어디로 감추지도 못하게 되버렸다는 나의 상황을…………"
"아아, 그런거…………눈치가 나빠서 미안하다"
"아니, 됐어. 이유로 따지면 호기심에 기대어 고양이 귀 카츄샤를 꺼내버린 내가 나쁘니까"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얼굴이 새빨간 유키노시타 씨.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훤히 보인다. 고개숙여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게 귀엽다.
아니, 귀엽다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다. 친구의 부끄러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재빠르게 도와줘야지.
그러고보니 나의 애독서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남고생인 주인공의 눈 앞에 여고생이 눈이나 빙판으로 미끄러졌다.
사람이 오가는 통학로에서.
그걸 본 남고생이 생각끝에 자신도 일부러 굴렀다.
그렇게해서 너만 그런게 아니니까 신경쓰지말라며 위로를 해줬다.
……군대군대 틀린 느낌이 안 드는것도 아니지만 대충 맞다.
좋아, 이걸로 가자.
"유키노시타"
실은 나도 저 메이드복 입어보려고 한 적이 있어서……라고 말하려한 내 눈 앞에서 유키노시타는 테이블에서 고양이 귀 카츄샤를 손에 들고 있었다.
쓸 생각인가? 라며 관찰을 계속하는 내 눈 앞에서 그녀는 몸을 앞으로 내밀고.
슥, 고양이 귀 카츄샤를 달았다.
…………내 머리에.
"……………………"
"……………………"
서로 무언.
움직임을 그만둔 나와 다시 고개숙여버린 유키노시타.
왜, 라고 묻는건 멍청한 짓이겟지.
인간, 초조함 속에선 정상적인 사고회로는 갖고 있지 않는다.
갑자기 엉뚱한 행동을 해버려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이 일에 있어서 유키노시타에게 책임은 없다.
뭐, 고양이귀 카츄사를 쓰여졌다고해서 화내는것도 뭐하니까. 화낼 의미조차 없다. 어쩌면 꾸짖을 필요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
자, 어떡한다.
여기서 진지한 반응을 해버리면 유키노시타에게 더욱 부끄러움을 끼쳐버리게 된다.
가능하다면 이 잘 모를 분위기를 유지해서 부끄러움을 끼쳤다는 사실을 얼렁둥땅 넘기고 싶은 참이다.
어쩔 수 없다. 여기는 한 꺼풀 더 벗어주자.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서 일념 발기한 나는 순간 눈을 감고나서 입을 열었다.
"………………야옹"
입에서 흘러나온건 무구한 고양이 울음소리도 가련한 유키노시타의 흉내도 아닌, 남고생의 고통마저 느낄 저음이었다.
죽고 싶다. 뭐야 이거 죽고 싶어.
하지만 그 수치를 뛰어넘지 않으면 안 된다.
"…………!?"
눈 앞의 유키노시타는 당혹을 감추지 않고 나를 보고 있다.
이대로라면 안 된다.
내가 유키노시타 이상으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으면 이 작전은 실패, 서로에게 얻을 필요도 없는 상처를 입기만 하고 끝나버린다.
후, 하며 실오라기같은 자존심을 버리고 나는 운다.
"…………야옹-"
울고 싶다.
울고 싶지만 유키노시타의 상태가 변하고 있다.
"…………훗, 후훗!"
웃고 계신다. 이 애도 참, 꼴사나운 친구를 보고 웃고 계셔.
동정해서인지 입가에 손을 대고는 있지만 전혀 감추질 않는다.
역시 새디스트였구나, 똑바로 알았어.
…………뭐 됐어.
나로서는 식겁할거라고 상정했지만 웃고 끝낸다면 문제는 없다.
"후후, 히키가야도 참, 고양이가 되어버렸구나…………"
아니 네가 카츄샤를 씌웠거든. 뭐 상관없지만.
자, 다음은 어떡할까 생각한 그때,
"고양이라면, 귀여워해주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그런 말을 하고 유키노시타는 나를 손짓했다.
"………………"
가볍게 식은땀이 흘러나왔지만 더는 물러날래야 물러날 수 없다.
순순히 그녀에게 걸어간다.
어엿한 이족보행이었지만 유키노시타는 특별히 주의하지도 않고 나를 맞이했다.
옆 자리에 앉히고 마주보는데다 이쪽에 말을 한다.
"안녕, 야옹아"
"…………야옹-"
"어디에서 왔니?"
"…………야옹-"
"후후, 그래"
방금전까지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유키노시타는 기분 좋은듯이 나를 괴롭혀온다.
"자, 여기. 턱 아래 간질어져서 기분 좋지?"
"읏…………"
"이상하네, 기분 좋으면 목을 울릴텐데……"
"읏………고롱고롱…………"
"그래, 기분 좋구나. 그건 다행이야"
가늘고 예쁜 손가락이 턱아래를 쓰다듬는다.
평소엔 만져지지 않는 부위이기에 생각외로 간지럽다.
거기다 이렇게 마음대로 당하면 자신이 그녀의 소유가 된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위험한 감각이다. 몽롱해져버릴 정도로 달달하다.
더는 무리인가, 라고 생각한 그 순간, 그녀의 손은 턱에서 머리로 이동했다.
"착하지, 착해"
자애롭게 머리를 쓰다듬는 그 손짓에는 마음이 담겨있다.
마치 사탕과 채찍이다.
가지고 놀아놓고 배려해주다니, 대단한 새디즘이다.
엄청 엄격한 사람들이 허를 찌르고 보여주는 다정함에는 사람은 쉽게 함락해버린다고 아침 어린이극장에서 노래부를 정도고.
"………………"
뭐, 유키노시타가 착한건 자알 알고 있지만.
갭도 뭐도 없으므로 함락도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노예가 되어버리면 대등한 관계가 아니게 되어버리면 나와 유키노시타는 친구가 아니게 되어버린다.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다.
이 멋진 사람하고는 서슴없는 친구로 있고 싶으니까.
"…………야옹-"
그러니까 나는 고양이답게 자유롭게 유키노시타의 곁에서 떠났다.
그대로 자기 자리로 돌아와 완전히 식어버린 홍차를 홀짝이자, 유키노시타가 또 몸을 앞으로 내밀어서 내 머리에서 카츄샤를 벗겼다.
"…………만족했냐"
"그래, 충분해"
띄우는 미소는 몹시 요염했다.
꼴사나운 히키가야를 볼 수 있어서 유키농 대만족! 이라는걸까.
여러모로 바꿀 수 없는걸 잃어버린 느낌이 들지만 그 뭐냐. 유키노시타가 웃을 수 있다면 다행이다.
하아, 라며 안도의 숨을 내 쉴때 유키노시타가 내 이름을 불렀다.
"히키가야"
"앵콜은 안 받는다"
"안 해. …………고마워, 히키가야"
그 말을 들은 순간, 탈력감이 전신을 지배했다.
뭐야, 그건 즉.
"…………전부 내다보고 있던거냐"
"그래. 흥을 타는걸 못한다는걸 잘 알고 있는걸"
"흥을 타는걸 못하니까, 흥을 탄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다고?"
"문화제의 그때처럼 말이야"
응석부려온 유키노시타를 위해 생각한 주인 역할을 철저하게 했던 그때처럼.
쿡 미소짓고 느끼도록 그녀에게 중얼거린다.
"너같은 사람과 만나서 정말로 다행이야…………"
"고양이 흉내를 낸것만으로 너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너에게 있어선 그것뿐이라도 나에게 있어선 그 이상이야"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고 석양속에서 유키노시타는 나를 쳐다본다.
"확실히, 네가 말하는것처럼 나는 최선을 다해받는걸 좋아하는걸지도 몰라"
"그런가?"
"그래. ……………왜냐면, 이렇게나 채워졌는걸"
인형처럼 단정한 용모.
하지만 거기에 있는건 피가 통하는 평온한 감정.
남에게 온기를 주는, 햇살같은 미소.
"…………"
존엄하다고, 그저 생각했다.
그런 미소를 안는 그녀도, 그걸 볼 수 있었던 사실도.
설령 얼마나 세월이 지나도 결고 색바랄 일이 없는, 바꿀 수 없는 포트레이트.
"…………나도"
양기로 따뜻해져가는 마음을 자각하면서 나는 입을 열었다.
만나줘서 고맙다고, 열심히 감사를 담아서.
"너와 만나서 정말로 다행이야"
그 말에 유키노시타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뜬 후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덩달아 나도 웃는다.
누구보다도 소중한 나의 친구.
조금이라도 길게, 그녀의 곁에 있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해서 나와 그녀의 아무것도 아닌 날은 끝난다.
이 며칠후, 하야마네가 의뢰를 하러 오고.
나와 유키노시타에게 있어선 격동의 수학여행이 시작되어.
거기서 완벽하게까지 엇갈리던 마음의 방향을 알게 되어.
하룻밤 후에 맺어지게 되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