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 8. 그저 히키가야 하치만은 가까이에 있고 싶다.
놀랍게도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 8. 그저 히키가야 하치만은 가까이에 있고 싶다.
그런고로 약간 빨리 여관으로 돌아왔다만.
"…………유키노시타?"
"…………"
"이제 여관 도착했잖아?"
"……………………"
"어디 가고 싶은것도 아니잖아?"
"……………………"
"그럼 방으로 돌아갸아하잖아?"
"……………………"
"그러니까 내 소매에서 손 뗄래?"
"……………………"
듣질 않아.
택시에서 내려 여관 로비로 온것까지는 좋았지만 "그럼 내일 또 봐" 라고 헤어지려던차에 소매를 잡혀서 10분 정도 이 상태다.
일단 로비 의자에 앉아서 유키노시타의 체력에 영향은 줄일 생각이지만 오늘 돌아다닌걸로 피곤할테니까 얼른 방에 돌아가서 자야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유키노시타는 언짢은듯이 뚱해진채로 내 오른손 소매를 잡고 놓지 않는다.
"…………어디 가고 싶어?"
"……………………"
질문에도 말이 없으면 어찌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안 되는것도 사실.
아직 학생이 여관에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괜찮지만 이게 30분이나 더 이어지면 위험할지도 모른다. 이런 모습을 보여선 유키노시타에게 묘한 소문이 퍼질지도 모른다. 그것만큼은 유키노시타의 신뢰를 한 손에 짊어지는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저기 유키노시타"
미소를 짓고 나는 유키노시타를 봤다.
"……………………"
"…………저기, 착각이라면 미안하다고 할까, 부끄러운데"
"……………………"
말이 없는 유키노시타에게 묻는다.
"…………혹시 나랑 조금 더 같이 있고 싶다고 생각하는거야?"
"……………………읏!"
목덜미에서 귀까지 빨개졌다. 정답인가.
"하지만 여기서 계속 이러고 있는건 나중에 나빠지잖아? 아까전에 택시 운전수처럼 한번만 볼 사람이라면 괜찮지만 학생들에게 보이면 계속 소문이 퍼질거야"
"……………………"
"그러니까, 그게…………"
나는 뺨을 긁적이고 딴곳을 보면서 말했다.
"…………방으로 가자"
"…………들어와"
"…………실례합니다"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간다.
이불은 이미 유키노시타가 치워줬다.
"…………이거 선생님한테 들키면 혼나겠네"
"괜찮아, 다같이 얼버무릴테니까"
"그런가…………"
결국 유키노시타가 묵고 있는 방으로 실례하게 됐다.
내가 있는 방의 멤버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거랑 유키노시타가 남자의 방으로 가는것보다는 내가 여자의 방으로 가는 편이 여차할때 내가 멋대로 숨어들었다고 얼버무리면 된다는거랑, 그리고 무엇보다 유키노시타의 방 멤버 협력을 해줬다는게 주된 요인이다.
"…………그래, 7시에 돌아오는구나. 알았어, 고마워"
휴대폰으로 유키노시타가 즐거운듯이 방 멤버와 얘기를 하고 있다.
"…………어!? 아, 아니, 그런건 필요없어!"
어째선지 이따끔 이쪽을 힐끔 쳐다본다. 짐 뒤지는거라도 경계하는건가? 가볍게 쇼크다.
"어? 가방 속? …………어느틈에 넣은거야!? 좀! 안 쓸거야 그런거! 아이참!"
뿡뿡 화내는 소리를 지르며 유키노시타는 전화를 끊었다.
"…………뭘 안 쓴다는거야?"
"히, 히키가야하고는 관계없어!"
"그, 그러냐…………"
그렇게 들어선 어쩔 수 없다. 그렇게까지 유키노시타를 동요시킨 물건이 뭔지 신경쓰이지만, 여기는 포기하기로 하자.
"…………차 마실래?"
"아아, 부탁해"
전기 포트에 물을 넣고 스위치를 누른다.
보글보글 포트가 소리를 내는 옆에서 유키노시타는 나한테서 얼마간 거리를 두고 앉았다. 아까전까지 밀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리에 있었으므로 어딘가 쓸쓸하게 느낀다.
"…………잠들어버려서 미안해"
"아니, 상관없어. 피곤했다면 어쩔 수 없지. 오히려 어딘가에서 쓰러지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래…………"
침묵.
"…………나를 옮길때 어떻게 옮겼니?"
"어? …………아아, 어부바야. 공주님 포옹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는데, 어때?"
"어느쪽이든 괜찮아. 네가 편한 편이면 돼"
"그, 그런가…………"
뭐 어떤 의미로 비상사태였으니까 수치심이라고는 할 수 없나. 생각해보면 확실히 유키노시타는 그 부근은 신경쓰지 않을 타입같고.
하지만,
"너는 여자애니까"
오늘 깨달은 사실이다.
달달한 것은 다른 배가 있거나, 업었을때 놀랄만큼 가벼웠거나.
유키노시타는 어엿한 여자애였다.
"그러니까 그 부근은 신경써야한다고 생각해"
"……………………"
내 충고에 유키노시타는 잠시 침묵한 후에,
"…………바보"
툭 중얼거렸다.
"바보인건가…………
눈을 깔며 침울해하는 나. 아아, 시야 가득 다다미색이 눈에 스며든다.
뭐, 그렇지. 유키노시타도 그 부근은 스스로 알고 있을테지………….
"미안, 쓸데없는 충고였다…………"
말하면서 고개를 들고,
"…………어라, 유키노시타?"
옆에 앉아있던 유키노시타가 없다. 엥, 뭐야 이거. 환술인가………….
과연, 분명히 유키노시타라는 초절 미소녀와 단 둘이서 외출하는건 있을 수 없다고 하면 있을 수 없지. 그보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게 사리에 맞다. 요컨대 지금까지 모든건 나의 망상. 호접지몽이었다는거다.
싫다, 쓸쓸해………….
"얘, 히키가야"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어어 유키노시타. 어느틈에 뒤를 잡은거야? 역시, 무술이나 환술의 심득도 있는거냐. 나도 미혹됐다고"
내심 안심하는 내 말에 유키노시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
뒤로 나를 껴안아왔다.
그대로 체중을 걸어온다.
"…………유키노시타?"
"…………어부바할때는 이런 느낌이었니"
귓가에서 질문을 듣는다.
…………가까워.
"뭐, 그렇군. 아니, 조금 무거웠나? 자고 있는 사람은 평범하게 업는것보다 어째선지 무겁다는 모양이니까"
"그래……………………"
조금 무게가 늘어났다. 응, 확실히 이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얘, 히키가야"
"왜?"
"…………조금 더, 이대로 있어도 되겠니. 굉장히 안심이 돼"
"안심이 되는건가…………"
신뢰가 깊기에 그런걸까.
하지만 그것치고는 등에서 전해오는 고동이 빨라지고 있다.
안심하고는 거리가 멀 터인 상태에 있으면서 유키노시타는 그걸 안심이라 부르고 몸을 맡겨온다. 잘 모르겠다. 그녀는 이따끔 잘 모르겠다.
달칵, 저너기 포트가 소리를 냈다.
"…………물 끓었군"
"…………좀 있다가 해도 되겠니. 차를 끓이는건. …………조금만 더, 이렇게 있고 싶어"
"…………네가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해줘"
신뢰하고 누구보다도 소중한 네가 그걸 바란다면 나는 그걸 이루어줄 뿐이다.
누구보다도 소중한 네가 기뻐해주길 원하니까.
하지만,
"……………………히키가야"
유키노시타는 내 이름을 불렀다.
"……………………너는 어떠니?"
"어떠냐니 뭐가?"
"나와, 이렇게 있고 싶진 않아?"
…………뭘 묻나 싶었더니.
"…………그야 이렇게 있고 싶지"
솔직하게 대답했다.
"누구보다도 신뢰하고 있고 누구보다도 소중한 너하고는 가능한 곁에 있고 싶고, 가능한 접하고 싶어. …………어렸을때와 무엇 하나 변하지 않은것 같아서 스스로도 부끄럽지만 말야. ……………어렸을때부터 줄곧 그런걸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어쩔 수 없어. …………사랑이나 연애나 그런게 아니라, 그저 너하고 이렇게 대하고 싶어"
"…………읏!"
내가 생각해도 부끄러운 소리를 했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뒤에서 숨을 삼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생각한 후,
"~~~~~읏!"
유키노시타는 강한 힘으로 나를 껴안았다.
"유, 유키노시타, 괴로워…………"
"히키가야, 히키가야…………!"
틀렸다, 얘기를 듣질 않아.
…………유키노시타는 지금 나의 신뢰를 기뻐해주는걸까.
만약 그런거라면 그건 크게 기쁠텐데.
"~~~~~읏!"
전력으로 껴안아오는 유키노시타에게 나는 그저 그대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