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 7. 완전히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사랑에 빠져있다.
놀랍게도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 7. 완전히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사랑에 빠져있다.
긴가쿠를 나온 나와 유키노시타는 둘이서 길을 걷고 있었다.
"철학의 길이라. 여기도 낙엽이 예쁜데"
"그래, 그러네"
차과자로 기분을 풀어준 유키노시타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옆을 걷고 있다.
전처럼 손은 잡고 있다.
"그나저나 철학이라. 역시 고상한 곳을 생각하면서 걸어야할까"
"철학자인 니시다 이쿠타로가 좋아해서 걸었으니까 그렇게 불린것 뿐이니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모처럼이니까 그렇게 해볼까. 뭐, 히키가야에게 그렇게까지 고상한 생각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미소를 짓는 유키노시타에게 쓴웃음을 돌려준다.
"뭐, 너랑 비교하면 잡담밖에 생각 못한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한가할때는 가끔 생각한다고? 철학"
"어머, 음습하네"
"너무해라…………"
어깨를 떨구는 나를 보고 유키노시타는 즐겁게 웃는다. 그것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하지만 히키가야가 생각한다는건 흥미가 있네. 예를 들면 어떤걸 생각하고 있니?"
"그렇구만…………"
으음, 하며 생각을 한다.
철학이라는 꾸밈말에 편승해서 차마자락을 철학해보거나 바보짓을 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요즘은 꽤 나은 편이다.
예를 들면 그래,
"………………마리아상에 키스를 할 수 있는가"
"그건 무슨 이야기니?"
"뭐, 간단한 얘기야"
한 명의 크리스트 신도가 있다고 하자.
그는 신과 크리스트교를 깊게 신뢰하고 있고 매일 교회에 다녀 예배도 하고 있었다.
비오는 날도 바람부는 나라도 자신의 강한 신앙을 가슴에 안고 교회에 다니는 그런 신도다.
그런 열심인 신도에게 마리아님이 사랑을 했다.
마리아님은 교회 입구에 있는 마리아상에 깃들어 교회로 찾아온 신도에게 말했다.
"당신에게 사랑을 느껴버렸습니다. 부디 저의 사랑에 응해주시겠나요?"라고.
"그때, 신도는 마리아상에 입맞춤을 하는걸까. 그런 얘기야"
"………………………"
말이 없는 유키노시타. 조금 설명이 허접했나.
"요컨대. 신도인 그는 마리아를 숭배했어. 숭배란 요컨대 잡담, 이라고 하는건 실례지만 그런 사랑 등의 감정에서 오는게 아니라 순수한 신뢰야. 그걸 가진 그가 마리아라는 숭배의 대상을 그러한 감정으로 볼 수 있을까 라는거지. 그걸 생각하고 있던거야"
나는 이걸 부끄러워하면서도 나에게 끼워맞췄었다.
신처럼 숭배하고 있는 유키노시타를, 다른 누구보다도 깊게 신뢰하고 있는 유키노시타를, 그런 대상으로서 볼 수 있는걸까.
바쁘게 지나가는 일상 속.
점차 좁혀져가는 유키노시타와 거리를 느끼는 가운데 나는.
바보같게도 몇 번이나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히키가야는"
"음?"
말이 없었던 유키노시타가 입을 열었다.
"히키가야는 어떻게 생각하니? 그 신도는 마리아님에게 키스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올곧게 쳐다보는 눈동자로부터 나는 눈을 피하고 말을 흐렸다.
"…………어떨까. 시간죽이기 철학이니까 굳이 대답이 나오지 않아. 확고한 대답이 없는걸 생각하는것도 있지"
"그래…………
유키노시타는 또 입을 다물었다.
이미 대답은 나와 있었다.
마리아님에게 키스는 할 수 없다고.
인생에서 처음으로 생긴 깊은 신뢰의 끈을 스스로 잘라내는건 약한 나에겐 불가능하다고.
잠시 후 유키노시타는 이쪽을 쳐다봤다.
"그럼 아까전하고는 조금 다른 상상을 하고, 그리고서 대답을 해줘"
"응? 어"
승낙을 하자 유키노시타는 크게 숨을 들이키고 내쉰후에 말했다.
"히키가야의 상상속에선 마리아님은 석상에 깃들었어. 그러니까 마리아님은 말을 걸 수는 있어도, 뭔가. 예를 들면 만지는건 그녀에게선 불가능해. 그렇기에 신도의 판단에 맡기게 된거야. 그렇지?"
"아아, 그렇군"
자신이 생각한 상정속에서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부분.
"그럼 만약 마리아님이…………"
말하고서 유키노시타는 내 손을 떼고 자유로워진 양손으로 내 얼굴을 잡고,
"응………………………………"
"…………읏!"
입술을 밀어왔다.
"…………이렇게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것에 깃든다고 하면 어때?"
상기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유키노시타는 물어온다.
"마리아상에 키스는 할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마리아상에게 키스를 받는다면 어때? 히키가야?"
"……………………"
대답은 바로는 입으로 나오지 않았다.
대신에
"……………………읏!"
마음에 따라 움직여진 몸이 멋대로 그녀를 끌어안고 그 입술을 뺏었다.
얼마간 시간 후에 입술을 뗀다.
팔 안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고 있던 유키노시타는,
"………………우와"
나한테서 숨듯이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미, 미안…………"
"아, 아니, 괜찮아…………그저 지금 내 얼굴을 보여지고 싶지 않아"
그렇게 듣고 또 멋대로 몸이 움직였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양손을 벗겨낸다.
"아……………………"
드러난 표정은 풀어진 미소였다.
"미, 미안해…………멋대로 이런, 칠칠맞은 얼굴을…………"
"…………가릴 필요는 없잖아"
"그, 그치만…………"
부끄러움에 눈을 피하는 유키노시타에게 마음 속을 밝혔다.
"…………어떤 표정이라도 보고 싶어. 그렇게 생각해"
내내 생각했다.
손은 닿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다.
내딛는걸 두려워하고 있었다.
깨닫지 못한 척을 내내 하고 있었다.
신뢰라고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
하지만 더는 틀렸다.
물같았던 마음은 멈출일 없이 흘러넘치고 가슴속을 채워간다.
더는 멈출 수 없다.
자제를 할 수 없다.
"줄곧 함께 있고 싶었어. 어떠한 때라도, 잠시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생각할만큼. …………처음이야. 이렇게나 남을 좋아하게 된건"
"히키가야…………"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
줄곧 옆에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웃고 화내고 그래도 자신의 방식을 굽히려고 하지 않는 그녀를 줄곧.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어, 그리고 언젠가 안에 깃든 마음.
"…………좋아해, 유키노시타. 나는 너를 사랑해"
"――――――읏!"
고백에 유키노시타는 포옹을 돌려줬다.
"히키가야…………!"
"아아…………"
"나도…………! 나도 좋아해…………! 너를 정말 좋아해…………!"
껴안긴 몸이 환희로 떨린다는걸 안다.
"…………유키노시타"
"히키가야…………"
그렇게해서 또 둘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후, 후후, 히키가야…………"
"이야아, 잠꼬대로 이름을 불리다니, 정말로 뜨겁네요 손님"
"아니, 이건 그런게 아니라 신뢰거든요"
"신뢰라아…………"
눈꼬리를 내리는 운전수에게 멋쩍은 웃음을 지으면서 내 무릎 위에서 잠든 유키노시타를 본다.
그런대로 거리를 걷고 적은 체력이 줄었던것, 배부르게 된 것, 그리고 찻집에서 한 숨 돌린게 거듭 겹쳐져서 유키노시타는 찻집에서 차과자를 다 먹고 바로 실이 끊어진것처럼 잠들어버렸다.
점원은 잠시 그대로 있어도 된다고 말해줬지만 역시 가게에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을 보면 그렇게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유키노시타를 업고 가게를 나왔다.
시간도 3시가 되어서 지금부터 돌아가도 내일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해서 택시를 불러다 여관으로 돌아가고 있는 참이다.
"…………………으음"
"오"
눈 아래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일어났냐, 유키노시타"
"히키가, 야…………?"
멍하니 나를 보고 있던 유키노시타는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고,
"…………철학의 길은?"
"아아, 다음은 거기로 갈 생각이었어?"
내 대답에 점차 유키노시타의 눈에 빛이 돌아오더니,
"에…………꿈?"
"…………철학의 길에 갔다고 생각한다면 아마 그건 꿈이겠지"
"…………"
잠시 침묵한 후에 유키노시타는 내 무릎에 얼굴을 푹 묻었다.
"왜 그래 유키노시타. 지금은 여관으로 가는 도중인데, 아직 시간 있으니까 지금부터라도 갈래?"
"…………"
얼굴을 묻은채 고개를 붕붕. 왠지 침울해하는 모양이다.
"…………그렇게나 좋은 꿈이었어?"
"……………………"
아무 대답않는다. 하지만 어째선지 귀나 목덜미가 빨갰다.
"…………뭐, 꼭 가고 싶다면 내일이라도 또 가자. 응?"
"……………………"
무언.
"기운 내…………"
"……………………"
위로하듯이 머리를 쓰다듬으니 퍽퍽 옆구리를 때려왔다. 아프다고 할까, 간지럽다.
"…………나 더는 틀린걸지도 몰라"
분명치 않은 목소리로 유키노시타가 중얼거린다.
"틀린건 아니잖아. 네가 틀린다면 누가 틀리지 않는다는거야…………"
"그런 얘기가 아니라…………"
빙그르 몸을 반 회전시켜서 아래로부터 나를 올려다본다.
"……………………"
"…………왜"
"……………………"
말없이 뺨에다 손을 올린다.
"…………왜 그래 유키노시타"
"…………히키가야는 마리아상에 키스할 수 있다고 생각해?"
"하?"
"……………………아무것도 아니야"
실망한듯이 눈썹을 내리며 유키노시타는 내 뺨을 잡아당겼다.
왠지 꿈에서 좋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플러스트레이션이 나의 뺨을 잡아당기는 정도로 해소할 수 있다면, 라며 나는 그대로 있었다.
"이야아, 뜨겁네요오"
운전수의 능청맞은 목소리에 유키노시타의 손가락 힘이 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