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역시 내게 마이너스 감정이 없는건 잘못됐다

역시 내게 마이너스 감정이 없는건 잘못됐다 - 1. 역시 내게 시선이 모이는건 잘못됐다.

모래마녀 2014. 10. 10. 14:17

역시 내게 시선이 모이는건 잘못됐다.
 
"오빠야-!! 일어나!!"
 
"…어…"
 
평소처럼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동생의 목소리로 눈을 뜬 나는 졸음을 쫓기위해 세면소로 향한다.
첨벙첨벙 얼굴에 물을 끼얹어 훌륭하게 졸음을 쫓는데 성공하는 나는 동생이 기다리는 거실로 향한다.
 
"안녕, 오빠"
 
"아아, 좋은 아침. 코마치"
 
히키가야 코마치.
그게 내 동생 이름이다.
 
"밥은?"
 
"네네-, 이제 곧 다 된다구요-"
 
우리 집은 부모님이 맞벌이라서 아침 저녁은 코마치나 내가 요리하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초등학교 무렵까지는 내가 만들었다.
하지만 뭐, 뛰어난 동생이니까. 내가 중학교 2학년이 됐을 시점에는 초등학교 6학년인 코마치가 만들고 있다.
그래서 실질 앞으로 요리를 해가는건 코마치다.
 
"오빠, 더는 코마치 마중하러 안 와-? 코마치의 동급생이 만나고 싶어하는데-?"
 
"아니, 나를 만나고 싶은 녀석은 그리 없을거 아냐. 지금도 여자가 불러서 고백받고 깜짝 놀라기도 하거든? 뭐, 거절하지만"
 
저거, 거절하지 않고 OK하면 분명히 뒤에서 모르는 녀석들이 나와서 "풉, ㅋㅋㅋㅋ"  웃음거리가 된다.
우리집 가훈이 《너는 인기없다》가 아니었으면 위험했다.
새삼스럽지만 이 가훈, 나 한정이잖아. 가훈 아니잖아.
 
"아니-, 그거 아마 진심이라고 생각하는데에…. 오빠야 진짜 둔감"
 
"너 바보냐. 너 엄청 예리하잖아. 너무 예리해서 자기 일을 포기했을 수준이다"
 
이미 나는 제 3의 눈 떴을거다.
 
"뭐, 오빠니까 코마치는 포기한거야. 그럼 코마치 먼저 갈테니까~ 문 잘 잠궈줘!"
 
"알았어~"
 
자, 나도 학교 갈까.
 
――――――――――――――――
 
"(얘, 저 사람 멋지지 않아?)"
 
"(정말이다! 우와, 완전 타입!)"
 
"(말 걸고 와~)"
 
"하아…"
 
또냐.
주위에서 오는 이 시선.
그리고 속닥대는 소리.
나는 얼마나 미움사는거야….
 
"안녕~ 히키가야"
 
"어, 안녕"
 
설마 나한테 인사를 해오다니….
좋은 사람이다…어라…이름 모르는 사람.
 
그 후에 몇 명인가 본적도 없는 여학생에게 인사를 받고 나는 좀 감격하고 있었다.
좋은 사람 많구나, 이 학교.
남자한테는 한번도 말걸어지지 않았지만.
 
실내화로 갈아신으려고 신발장을 여니 거기에는 한 통의 편지가.
아아, 또냐.
뭐야 이 학교. 가짜 고백 유행하기라도 해?
 
일단 받은거니까 내용을 읽고나서 가방을 안에 넣자.
그대로 교실로 걸어가 교실 문을 열자, 반수 여자가 이쪽을 쳐다봤다.
아아, 응. 또 내 험담을 하고 있었지.
나 엄청 미움사는구나….
 
"안녕! 히키가야!!"
 
"음, 안녕 오리모토"
 
가방을 내려놓은 내게 말을 걸어온건 오리모토였다.
이 녀석은 내게 분별없이 말걸어주는 좋은 녀석이다.
 
"있잖아, 히키가야. 히키가야는 부활동 안 들어갔지. 그건 어째서야?"
 
"음, 우리 집은 부모님이 맞벌이니까. 내가 부활동 들어가면 동생이 혼자 있게 되잖아?"
 
"우와, 뭐야 그거 웃긴다"
 
"아니, 웃기지 않거든…"
 
갑작스런 질문이어서 무심코 진짜 얘기를 해버렸다.
이런, 다른 사람한테 시스콘 기분 나쁘다고 듣는거 아냐?
 
"자, 오리모토도 얼른 돌아가. 선생님 온다"
 
"응, 그럴게. ……있잖아, 히키가야. 방과후에 말야… 같이… 집에 안 갈래?"
 
그렇게 말한 오리모토의 볼은 조금 붉고 어째선지 머뭇거리고 있다. 화장실?
 
"음-, 조금 일이 있지만. 그게 끝나면 괜찮겠지"
 
나는 방과후에 호출받았으니까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몸을 굽힌 오리모토로 인해 이어지지 않았다.
 
"저, 정말로!?"
 
"어, 어어…"
 
나는 오리모토의 필사적인 모습에 조금 쫄았지만 어떻게든 대답을 한다.
 
"다, 다행이다아…"
 
"뭐가?"
 
내가 오리모토에게 물으니 오리모토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아,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뭐가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