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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감체질인건 좋았던걸지도 모른다. 02

모래마녀 2015. 4. 27. 18:15

내가 영감체질인건 좋았던걸지도 모른다. 02
 
 
 
 
저번 소동에서 다음날 방과후, 유키노시타 유키노 새로 이전한 부실에서 혼자 차분하게 독서를 하고 있었다.
히라츠카 말하길, 원래 그 부실은 이른바 붙었다는게 판명했다는것.
괴현상은 없었지만 과거에 무언가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빈 교실에서 부활동으로서 몸을 잃지 않아도 아무도 쓰지 않았기에 사용허가가 간단하게 신청이 통과한 것이다.
아무리 몰랐다고는 해도 1년 이상이나 그런 부실에 혼자 있게 했다는 캥기는 마음인지, 지금 새로 이전한 부실은 3층 건널 복도 바로 옆이다.
당연히 가까워서 편리해졌다.
캥겨서 열심히 힘을 써서 교감에게 허가를 받은 모양이다.
졸업으로 인해 부원이 아무도 없게 되어 폐부가 된 원래 다른 부활동의 부실이라고 한다.
당연히 괴현상하고는 인연이 없다.
평온하게 독서에 힘쓰고 있으니, 문 밖에 무언가 많은 기척이 지나간다.
지나갈거라고 생각했더니 문 너머에서 딱 멈췄다.
의뢰인인가 싶어서 시선을 주니 드르륵 문이 기세 좋게 열렸다.
 
"…늘 고마워"
 
문 위쪽 가이드레일을 쓴웃음 지으며 올려다보는 신입부원이며 부실 이사의 발단인 영감체질남, 히키가야 하치만이 있었다.
혼자서.
그 많은 기척은 대체? 유키노시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머, 또 왔니? 더는 안 올거라고 생각했는데"
 
"오고 싶어서 온게 아니야.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유급시킨다고 협박 당했어"
 
썩은 눈을 더욱 탁하게 만들며 히키가야는 부실로 들어온다.
기분탓인지 발걸음이 굉장히 무겁고 비틀거린다.
히라츠카 선생님이니까 상당히 억지로 강제한 탓에 심신 모두 곤란해하는거라고 유키노시타는 해석했다.
 
"여기영차"
 
무거운 발거음으로 몇 개 나와잇는 책상 옆에 있는 의자에 다가가 천천히 앉았다.
삐걱, 상당히 무거운듯이 의자가 삐걱이는 소리를 냈다.
 
"'야, 이제 됐자. 다들 놀고 와.
 아아, 유키노시타. 아 아이들 놀게 해줘"
 
히키가야가 그렇게 말한 후, 그의 주위에서 많은 기척이 사방으로 퍼져갔다.
묘한 그림자가 순간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가로지르고 주위를 뛰어다니는 발소리, 창문도 열지 않았는데 흔들리는 커텐etc…
 
"아니, 데려오지마아아아아아아!"
 
얼굴을 경직시키며 절규하는 유키노시타.
동시에 주위 기척도 놀란듯이 히키가야의 등 뒤로 숨듯이 도망쳤다.
 
"갑자기 큰소리 지르지마, 다들 겁먹었잖아.
 아아, 거봐 우는 애까지 있어"
 
착하지 착해, 하며 가슴부분 공간을 쓰다듬으며 유키노시타를 질책하는 히키가야.
 
"어? 우, 울어…?
 아니, 그보다 내가 더 무서워!"
 
"살아있는 녀석이 아무리 이 애들을 무서워하든 알바 아니야.
 이렇게나 귀여운 애들인데 멋대로 만들어낸 이미지로 무서워하고 말야"
 
"무서워하지 말라는게 더 무리잖아?
 유령이야 유령. 귀엽다기 이전에 안 보인다고?
 어차피 너와 마찬가지로 기분 나쁘고 지저분한데다 빈약하고 겉보기에도 음산한 모습일거 아냐"
 
"어이, 누가 기분 나쁘고 지저분한데다 빈약하고 음산한 모습이냐 짜샤.
 그보다 멋대로 이 녀석들의 모습을 결론짓지마.
 예외는 몇가지 있지만 그것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생전의 모습이라고.
 투명하긴 하지만.
 이 녀석들이 무서운 존재라고 하는건, 사람들이 시대배경상 붙인것 뿐이야"
 
"보이지 않는 시점에서 뭘 하고 있는지, 무슨 짓을 당하는지 모른다는게 문제야!"
 
"이 녀석들은 확실히 장난을 좋아하지만 기본적으로 위해를 가하 푸훗!"
 
대화 도중에 갑자기 히키가야는 뿜었다.
배를 안고 책상에 엎드려 부들부들 떨고 있다.
솔직히 옆에서 보면 기분 나쁘다.
 
"뭐, 뭐야 갑자기…기분 나빠"
 
"너는 그 한마디가 얼마나 남자의 마음을 상처입히는지 아…풋!
 너, 너네 그만해…배 아파…"
 
항의를 하려고 고개를 들자마자 또 뿜으며 배를 안고 책상에 얼굴을 박고 웃음을 참는다.
책상을 두드리거나 빼는 등 참고있다.
 
"대체 뭐가 보이는거야!"
 
"미안미안. 잠깐만 찍을게"
 
천천히 히키가야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유키노시타를 찰칵 찍었다.
 
"잠깐만. 초상권이라고 알고 있어?
 신고당하고 싶어?"
 
"미안미안. 지금 네 모습을 보여주려면 이게 최고라서.
 확인하고나면 스스로 지워줘"
 
그렇게 말하고 히키가야는 스마트폰에 지금 찍은 사진을 표시하여 유키노시타에게 가서 건냈다.
그걸 본 유키노시타는 두가지 의미로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하나는 찍혀진 화면에는 자신을 둘러싼 유치원아 정도의 두 명의 남자애의 영혼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 둘의 행위에.
…둘 다 바지랑 팬티를 벗고, 한 명은 정면으로 내민 엉덩이를 유키노시타의 안면에 대고 있고, 다른 한 명은 꼬추를 머리 위에 올리고 있었다.
이른바 상투다.
그런데다 카메라를 향해 피스 사인을 하고 있으니까, 유키노시타의 입장에서 보면 더 화가 난다.
유키노시타는 히키가야를 째릿 노려본다.
 
"화내지마, 유치원애가 한거야.
 나는 일절 명령하지 않았거든.
 이 녀석들의 사소한 장난 복수야. 나를 험담한거랑 자기들을 부정한걸 말이지.
 …어이, 이제 됐잖냐 너네. 집합-"
 
뛰어버린 탓에 아무도 앉아있지 않은 유키노시타의 의자를 향해 손짓을 하며 부르는 히키가야.
유키노시타는 사진을 삭제하고 말없이 스마트폰을 돌려준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자기 자리로 돌아와 독서 모드에 들어가는 히키가야.
그걸 유키노시타는 이번에는 자기 휴대폰으로 찍어본다.
이 남자의 화면이 사진이라고는 해도 자신의 휴대폰에 데이터로 들어가는건 불쾌하기 짝이없지만, 시험해보고 싶은 충동은 이길 수 없었다.
물론 그 후에는 후회하게 된다.
 
"어이, 자기가 했던 말을 생각해라. 멋대로 찍지마"
 
"………………"
 
그런 히키가야의 말에 유키노시타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찍혀있던건 독서하고 있는 히키가야와 그 주위에서 따르고 있는 열댓명은 있어보이는 대량의 아이(8할이 여자애)의 영혼.
이 이상 없을 정도로 확실하게 찍힌 심령사진이다.
 
"…보여? 이 애들"
 
"………………"
 
창백해진 얼굴로 휴대폰을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유키노시타.
마찬가지로 떨리는 손가락으로 사진을 삭제했다.
 
『삭제했습니다』
 
확실히 메세지가 그렇게 표시되었다.
하지만 사진은 표시된 상태다.
 
"…어? 어?"
 
황급히 몇 번이나 삭제를 반복하고 그때마다 메세제도 표시된다.
하지만 사진이 지워지지 않는다.
다른 기능으로 바꾸는것도 할 수 없게 됐다.
약간 패닉에 빠져있던 유키노시타도 바로 깨달았다.
처음에 아이들의 영혼은 히키가야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기억력에 자신은 있으므로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 자세히 보니 사진속 아이들의 영혼은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힉!"
 
유키노시타는 완전히 패닉상태가 되어 일심불란하게 삭제를 반복한다.
하지만 지워지지 않는다.
메세지가 표시되고 사라질때마다 사진은 변화해갔다.
일부 아이들이 움직였다.
천천히 이쪽으로 삭제행위마다 콤마를 보내듯 다가온다.
유키노시타는 사진이 빨리 지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저 삭제를 번복한다.
하지만 지워지지 않는다.
마침내 아이들은 사진 눈 앞까지 다가와서.
 
『유 갓 메일』
 
갑자기 메일이 울었다.
아무 조작도 하지 않았는데 멋대로 메세지가 표시된다.
 
 
 
 
 
 
 
 
 
 
 
 
 
 
 
 

 
 
 
 
 
 
 
 
 
 
 
『지 우 지 마』
 
 
 
 
 
 
 
 
 
 
 
 
 
 
 
 
 
 
 
 
 
 

"……………………………"
 
메일 어플이 멋대로 사라지고 사진으로 돌아온다.
사진에는 아이들이 사라지고 독서하고 있는 히키가야만 표시되어 있었다.
삭제해보니 제대로 사라졌다.
휴대폰 기능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정면을 바라보니.
 
 
 
 
 
 
 
 
 
 
 
 
 
 
 
 
 
 
 
 
 
 
 
방금전에 화면의 아이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일제히 죽은 눈으로 죽은 눈동자로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다시 경직하는 유키노시타.
아이들은 히쭉 웃고, 입을 모아.
 
『지『지『지웠『지웠『지웠구『지웠구나~』구나~』구나~』나~』나~』~』~』
 
"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전력질주로 부실에서 뛰쳐나갔다.
비명이 도플러 효과를 남기면서 복도 너머로 멀어져갔다.
 
"………………"
 
 
(살아있는 사람으로선) 혼자 남겨진 히키가야는 아차~ 하며 볼을 긁으며 쓴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다정한 미소로 죽은자에게 말을 한다.
 
"너무 놀리면 안 돼"
 
그 한 마디에 아이들은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 얼굴은 방금전과 달리 귀엽고,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하고 빛나는 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