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 사변8(종)
히키가야 사변8(종)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
졸업식을 끝냈기 때문인지 등교하는 학생 숫자는 조금이지만 줄어든것 같다.. 대학교 수험을 대비한 3학년은 등교하고 있는걸지도 모르지만.
이제 1개월이면 진급이라는 사실이 흐릿하게 머리속에 떠오른다.
이 1년간은 여러모로 있었지만 3학년으로 올라가고나서는 어떨까. 아무것도 아니라는건 아니겠지, 아마도.
아직 미묘하게 차가운 공기에 손을 주무르면서 소속하는 교실 앞까지 걸어간다.
평소대로 누구하도고 접촉하는 일 없이 문을 열고 자신의 자리로 향해 앉는다.
훗, 이 숙련된 흐르는듯한 움직임 누구도 흉내낼 수 없어…….
――응?
조금이지만 시선을 느낀다.
주위를 돌아보니 급우 몇 명과 눈을 마주쳤다. 그 눈이 마주친 급우는 바로 눈을 피하듯이 가까운 다른 급우와 대화를 시작한다.
그리고 얘기를 듣고 있던 급우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나를 쳐다본다.
그러자 필연적으로 나와 눈이 마주친다. 피한다. 다른 급우에게 뭔가를 얘기한다.
그 수수께끼의 전개가 되풀이되는 사이에 나를 제외한 교실 안의 학생 속에 뭔가 공통 인식이 생겨난 모양이다.
힐끔힐끔 상태를 엿보고 있는거지만, 되게 떨떠름하다.
"얏하로-!"
등교한 유이가하마는 교실 안의 약간 이상한 분위기를 헤아린건지 무슨 일인지 근처 급우에게 귀를 기울인다.
급우가 소근소근 귓속말을 하자 유이가하마는 벌떡 일어나서 내 모습을 확인하고, 경악스런 표정으로 "거짓말……" 하며 작게 입을 움직였다.
……그러니까 뭐야.
아무래도 뭔가 소문이 퍼진 모양이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모른다. 게다가, 그 소문이 그다지 악질적인건 아닌지 쳐다보는 시선은 대부분이 흥미로운 시선이라고 생각했다.
슬슬 수업을 시작하니 교실을 나갈 수도 없다.
그런고로 시선을 끊듯 나는 자는 척을 한 것이었다.
※ ※ ※
"노조미, 안녕-"
"안녕, 이로하. ……잠깐 묻고 싶은게 있는데"
"어? 뭔데?"
"실은――――"
"…………에엑?"
※ ※ ※
방과후가 되어도 주위 시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나를 쳐다보면서 대화의 일부분이 조금 들리지만, 공통으로 귀가 캐치한것은 『잇시키』『학생회장』『저런거』이라는 단어다.
두 개는 잇시키 이로하, 마지막은 아마 나를 가리키는 말이겠지. ……저런거는 뭐야, 저런거는.
"여어"
"안녕"
봉사부 문을 열고 유키노시타와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정위치 의자에 앉아 평소처럼 문고본을 펼쳤다.
유키노시타는 특별히 나에게 생각하는건 없는듯, 의연하게 독서를 하고 있다.
유이가하가마가 오면 허리를 들어 홍차 준비를 할지도 모른다.
"얏하로-"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낯익은 인사가 귀를 친다.
"안녕, 유이가하마"
유키노시타는 유이가하마의 인사에 대답하면서 일어서서 티포트랑 컵 준비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 유이가하마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기, 힛키……"
주섬주섬 뭔가 말하기 힘들다는듯이 입을 삐죽이는 유이가하마.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고 있지만 그녀의 입에선 전혀 이어지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겨우 입을 열었다고 생각하면, 노크도 없이 열린 문으로 인해 유이가하마의 말은 끊겼다.
"안녕하세요-"
들어온건 만면에 미소를 지은 잇시키였다.
꾸벅꾸벅 가볍게 인사를 하면서 잇시키는 부실 안을 걸어온다.
뭔가 말하려고 했던 유이가하마는 나와 잇시키의 얼굴을 교대로 쳐다본다. ……아까부터 이 녀석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걸까.
유키노시타로 말하자면 잇시키의 내습에도 이미 익숙해졌는지 이미 종이컵을 하나 꺼내고 있었다.
잇시키는 의자에 앉아서 나를 향해 생긋 미소를 지었다.
"……뭐야"
"아뇨아뇨, 아무것도 아니라구요? ……우후후"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미소가 끊이지 않는 잇시키. 생글생글생글생글 수상쩍다.
수상쩍은건 틀림없지만, 잇시키의 기분이 좋아보이는것도 또한 사실이다.
이 녀석, 뭐 꾸미고 있는거 아냐?
"저기 말야, 오늘 퍼진 소문 말인데……"
유이가하마가 뭔가 말하기 힘든걸 말하듯이 얘기를 했다.
유이가하마가 뭔가 말하려는걸 옆에서 유키노시타가 각자의 몫의 홍차를 책상 위에 둔다.
"앗, 고마워, 유키농"
"아니…… 그래서, 뭐니? 오늘 유이가하마, 어딘가 진정이 되지 않는걸로 보이는데"
"응……"
힐끔 나와 잇시키에게 시선을 주는 유이가하마.
그 행위에 뭔가를 눈치챘는지 잇시키가 가볍게 손을 짝 마주친다.
"아-, 그건가요. 신경쓰지 않아도 돼요-"
말하면서도 잇시키는 또 생글생글 가련한 미소를 짓는다. ……정말로 뭔가 좋은 일이 있던걸까.
그보다 지금의 잇시키의 말로는 그 소문이 뭔지 알고 있는듯한 말투다.
"……그래서 뭐야. 그 소문은"
내가 물어보니 유이가하마는 "아-……" 하며 쓰딘 표정으로 경단머리를 꾹꾹 매만진다.
"힛키랑 이로하가 사귀고 있는게 아닌가-……래"
……엉? 뭐라고?
주위를 돌아보니 기분이 좋은듯이 미소를 짓는 잇시키, 그 말에 놀랏는지 컵을 든채로 정지하고 있는 유키노시타, 이쪽을 난처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유이가하마가 눈에 들어왔다.
"미안, 한번 더 말해주지 않을래?"
재촉을 하니 유이가하마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되풀이한다.
"힛키랑 이로하가 사귀는게 아닌가-……래"
일언일구, 방금전과 똑같이 들은 내용에 나는 일단 부정부터 하기로 했다.
"……아니, 그건 아니거든"
"그, 그렇지-……"
안심했다는 듯이 유이가하마는 가슴을 쓰러내리며 숨을 내쉰다.
"므-, 그렇게 평범하게 부정 안해도 되잖아요-"
불퉁해지며 되게 약아빠진 잇시키가 내 반응에 불만을 흘린다.
"그야 부정해야지"
"에-? 저와 그런 소문이 퍼져서 기쁘지 않아요?"
올려다보며 엄청 눈을 반짝거리며 나를 쳐다보는 잇시키. 그 시선을 뿌리치듯이 나는 잇시키에게서 고개를 치웠다.
"왜 그런 소문이 퍼진거야?"
유키노시타가 몰랐다는 반응을 했으므로, 그렇게까지 퍼진건 아닌 모양이다만.
"내가 들은 이야기로는, 저기……두 사람이 기대고 있는 모습을 봤다던가, 그걸 SNS로 이로하한테 물어봐도 부정당하지 않았다거나"
모인 정보를 떠올리면서 유이가하마가 소문의 원인을 쥐어짠다.
"야, 잇시키. ……부정하지 않았다는건 무슨 소리야?"
물어보니 잇시키는 미소지은채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딱히 상관없잖아요-"
"하아?"
잇시키의 태도에 무심코 목소리가 올라간다.
그러자 여기에 문이 노크되고 있다는걸 깨닫는다.
잇시키가 제정신인건지 캐묻고 싶은 참이었지만……그건 나중으로 할까.
"……들어오세요"
굳어있던 유키노시타가 노크 소리로 겨우 제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평소 어조로 입실을 재촉했다.
"실례합니다……어라, 이로하"
들어온건 동생쪽 모치즈키, 모치즈키 노조미였다.
"저는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러 왔어요"
홍차를 한입 마시고나서 진지한 표정으로 노조미는 말했다.
"소문이라는건 선배분도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이로하랑 히키가야 선배가 사귀는게 아닌가 하는 소문이에요"
"아-, 그거 말이지"
적당하게 맞장구를 치며 계속해줘, 라며 재촉한다.
"같은반 애가 이로하에게 악의를 감추지 않고 놀려서 잘 어울리네, 라고 말하는데요……"
……아아, 응. 역시 그렇게 되나.
"이로하는 전혀 부정하지 않았어요. 그러기는커녕 생글생글 기뻐보여서……같은반 애들이 당혹해서……그리고 최근에 이로하랑 히키가야의 선배를 봤다는 애도 있어서 그래서 소문이 퍼져갔어요"
전말을 다 얘기하고, 마른 혀를 저거시듯이 노조미는 종이컵에 입을 댔다.
"히키가야, 만일을 위해 묻겠지만……너와 잇시키는 그런 관계는 아니지?"
"그래"
유키노시타의 물음에 나는 즉답한다. 그 반응에 잇시키가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유키노시타의 얼음같은 안광을 받고 표정이 경직된다.
"그래서, 잇시키?"
"아, 네?"
"……너는 어쩔 생각인거니"
"……어음"
유키노시타뿐만 아니라, 자신을 제외한 시선을 바다고 잇시키는 진정이 되지 않는듯 눈을 여기저기로 움직인다.
뭐라고 대답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그걸 깨달았는지 잇시키는 한숨을 내쉬고 겨우 말하기 시작한다.
"같은반 애들이 선배를 바보취급하듯이 말해서, 조금 열받았어요-"
"……그런 문제일까아?"
유이가하마가 끼어들지만 그걸 신경쓰지 않는듯이 잇시키는 계속한다.
"그리고, 사촌 오빠라고 설명하는것도 뭔가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아니, 사실이잖아……"
내 발언도 거리끼지 않는듯이 넋 나간듯이 "그리고……" 라고 중얼거리고 잇시키는 가벼운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선배를 싫어하지 않으니까요?"
살짝 뺨을 붉히며 사랑스럽게 함박 웃으면서 말하는 사촌 동생의 모습에 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목이 걸려서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뭐, 뭔가 말해주세요오……"
주위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데 눈썹을 찌푸리는 잇시키.
나를 제외한 녀석들로 말하자면 뭔가 납득했다는 듯이 보이는 노조미를 제외하고 마찬가지로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걸로, 조금이지만 차분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아……"
"뭐에ㅐ요 선배, 한숨을 쉬고……심하지 않아요?"
"아니, 뭐…………아무것도 아냐"
"에-? 그런 반응을 보면 신경쓰이는데요-?"
전날 사건이 있었기 때문일까, 사촌 남매라는 관계성 때문일까…….
"……아무것도 아냐"
끈질기게 교복 소매를 잡아당기는 잇시키의 모습을, 어딘가 흐뭇하게 생각하는 내가 있다는걸 깨달았다.
……야, 너무 잡아당기지마. 소매 찢어지잖아.
…………야, 자연스런 흐름으로 내 손을 움켜쥐지마.
부활동을 마치고 내 다리는 학교 근처 사이제로 향하고 있었다. 옆에는 잇시키를 데리고.
"선배는 진짜 사이제 좋아하네요"
"음, 아아"
"……그래서, 왜 사이제에 갈 필요가 있는거에요?"
"만날 약속을 한 녀석이 있으니까"
"……누구에요, 선배니까 여자는 아니겠네요. ……그 답답한 사람인가요"
"자이모쿠자를 말하는거라면 그건 아니다. ……상대는 일단 여자니까"
"…………하?"
믿을 수 없어……라는 얼굴을 하는 잇시키를 뒷전으로 사이제리야로 들어간다.
가게 안을 돌아보니 이쪽을 깨달았는지 손을 들어 위치를 알리는 여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오리모토 선배였나요"
맥빠졌다는듯한, 안심했다는 듯한 소리를 흘리면서 잇시키는 나와 함께 오리모토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엽"
"……여어"
"안녕하세요-"
각각 적당하게 인사를 나누면서 나는 오리모토의 맞은편에 앉고 잇시키는 내 옆에 앉았다. 그런 잇시키를 쳐다보면서 오리모토는 이상하다는 눈을 향하고 있었다.
"……왜 잇시키도?"
"아-, 방해였어요-?"
"그런건 아니야-"
어미를 늘리는듯한 목소리로 둘은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표정이나 음성에서 가시를 느껴버리는건 나뿐일까.
후후, 후후후거리며 오리모토와 잇시키는 미소지으면서 쳐다보고 있는데, 이건 사이가 좋으니까 그런거지?
"……그래서 오리모토"
내가 말을 걸자 오리모토는 "아, 응" 대답을 하면서 뭔가를 자신의 가방에서 꺼냈다.
"음, 그럼 이거 코마치의 선물"
"아아, 고마워"
"아니아니-"
건내받은건 코마치에게 줄 생일 선물이다.
내일, 3월 3일은 마이 시스터의 생일이다.
"또 다같이 모이는것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그건 얼마전에 축하했으니까 역시……라고 코마치가"
"그런가-"
받은 선물을 가방에 조심하게 집어넣으니 잇시키가 "크흥" 하며 코를 푼다.
"저도 뭔가 준비해야겠네요"
"아니, 무리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어"
"……그런고로 선배, 갈까요"
"……간다니 어딜"
"선물을 사러요!"
"……하아?"
생각난 날이 길일이라는듯이, 잇시키는 내 교복 소매를 꾸욱꾸욱 가볍게 잡아당긴다.
"받을 수 있는건 기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같이 갈 의미 있어?"
물어보니 잇시키는 울먹울먹 적신 눈동자를 향하며 묘한 어조로 웅얼웅얼 말한다.
"……안 되나요?"
안 될건 없지만……. 오히려 나도 뭔가 사러 가자고 생각했었고…….
"아, 그거라면 나도 따라갈래"
나와 잇시키의 대화 사이에 끼어들어오듯이 오리모토가 끼어들었다.
순간 잇시키의 안광이 날카로워진것 같지만, 잠깐 사이에 평소의 약삭빠른 눈동자로 돌아왔다.
"그게 하치만도 뭐 살 생각이잖아?"
"뭐, 그렇군"
"그러니까, 나의 어드바이스라는거야"
"……과연"
묘한 선물을 줘서 코마치가 기막혀하는건 조금이랄까 견디기 어려울지도 모르니까.
부탁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럼 부탁할게"
"좋아, ……그럼 갈까!"
기쁘다는듯이 표정을 지으며 오리모토는 그렇게 말하고 척척 가방이나 지갑 등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바로 갈꺼야?"
"일찍해서 나쁠 일은 없잖아?"
"……그럴지도"
코마치를 위해서고. 나는 오리모토를 따라 일어난다.
"앗, 잠깐 기다려주세요-"
내가 일어나는걸 보고 황급히 잇시키도 일어나고 오리모토와 내 등을 뒤쫓듯이 뒤를 따른다.
오리모토가 계산을 마치고나서 우리는 셋이서 선물을 찾으러 돌아다녔다.
사소한 일이긴 하지만 하치만이 나를 의지해줬다.
그저 그것뿐이지만 내 발걸음을 들뜨게 하는데는 충분하다.
아무래도 잇시키가 수상쩍은 눈을 짓지만, 그건 서로 마찬가지야. 딱봐도 하치만이랑 거리가 가깝기도 하고, 두르는 분위기도 왠지 다르고.
하치만이 신경써주는 애니까 나쁜 애는 아니겠지만.
내가 봐도 착한 애라고는 생각한다. ……조금 무섭지만, 주로 내가 하치만에게 참견할때 그녀의 오러가.
……하지만 이 셋이서 있는건 즐거울지도 모른다.
* * *
왜 오리모토 선배까지 따라오는걸까요. ……딱히 상관없지만요.
선배를 휘젓는다는 나의 특권을 빼앗긴것 같다. ……석연치않다.
하지만 이 사람하고는 함께 행동하기 좋다는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얼마전에 더블 데이트? 에서도 꽤 대화도 들떴었고……어딘가 비슷한 점이라도 있는걸까?
나, 오리모토 선배, 선배.
언뜻보아 이 셋에겐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셋이서 있는데 신기하게도 진정을 하고 있는 나를 깨달았다.
* * *
두 명의 사촌동생이 이것도 아냐 저것도 아냐 하면서 가게 안에서 물색하고 있다.
여기로 오는 도중에도 나를 사이에 두는 형태로 둘이서 뭐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를 사이에 끼우고 휘두르는 둘이다. 어딘가 통하는 점이 있던걸지도 모른다.
"선배, 이건 어때요?"
"하치만, 이건 어때?"
동시에 각자 다른 상품에 대한 감상을 요구한다.
"아-, 둘다 괜찮잖냐"
대답을 해주니 둘 다 똑같이 새침한 눈으롤 쳐다본다.
"그래선 코마치한테 미움살거라 생각하는데"
"그러네요-"
후우, 이거야원……둘이서 기막힌다는 듯이 몸짓을 한다. 역시 이 녀석들 사이 좋네.
나는 대항하듯이 가까이 있던 상품을 빤히 쳐다보며 손에 들었다.
"이건 어때?"
말하며 둘에게 보여준다.
"그건 아니야……"
"선배의 센스는……"
또 마찬가지로, 나란히 불쌍한걸 보는 눈으로 쳐다봤다.
"……너네 말이다"
나로 말하자면 입으로는 불평을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사촌이라는건 신기한 존재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관계가 없었으니까 별 생각하지 않았지만, 가까이 있으면 꽤나 달라진다.
이 상황이 평범하다고는 대개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가족도 친구도 아닌……그런 귀중한 관계를 나는 아주 까지는 아니라도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의외로 좋다고까지 생각하게 됐다는걸 깨달았다.
역시 가까운 사람에게는 무른걸지도 모른다. ……코마치만큼 무를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지만.
"선배?"
"하치만?"
"……음, 미안. 멍때렸어"
어쨌든간에 사촌이라는 관계는 평생가는 것이다.
소중히 여겨서 나쁠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