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 사변7.5
히키가야 사변7.5
"…………응?"
거칠면서도 따뜻한것에 둘라싸인 느낌이 들어서, 나는 뭐가 어떻게 된건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린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머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남의 손같은것에 감싸인듯이 눌려져 있는 것이다.
그 눌려지고 있는 안면이 느끼는 것은 온기와 약간의 부드러움. ……그리고 옷? 아무튼 섬유질인 무언가.
뭐가 뭔지 모르지만 지금 나는 따뜻하고 부드러워서……그래, 사람의 몸같은것에 감싸인 상태다.
……응? 사람?
"읏!?"
나는 자신에게 감겨있는……아니, 껴안고 있는 존재를 어떻겓느 해서 확인해보려고 발버둥친다.
발버둥, 어떻게든 고개를 움직일만한 여유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우에에엑!?"
고개를 들어 나를 껴안고 있던 존재를 인식한 순간, 나는 무심코 소리를 질렀다.
"하치만!?"
에? 그럼 나는 하치만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것 뿐만 아니라 안겨지고 있었어?
뭐야 그거, 뭐야 그 급전개. 들은적 없어. 나 몰라.
나의 말투가 이상했는건지, 하치만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면 들은적이 없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 귓가에 속삭인다.
……또, 나를 껴안으면서.
"……왜 카오리. 이렇게 하라고 말한건 너잖아"
"――――――――"
하아아아아아아아!? 잠깐,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하치만 씨!?
어느샌가 나를 이름으로 부르고 있고, 무엇보다 가깝다. 거리가 가까워, 하치만. 아니, 평소 나도 거리를 좁히고는 있지만, 이건 너무 가까워.
이렇게나 가까우면 하치만의 심장 소리까지…………어라, 안 들려?
이상하게 생각해서 확인해보려고 귀를 하치만의 가슴에 대어보지만, 갑자기 하치만이 내 어깨를 미는 바람에 거리가 벌어지고 만다.
그리고 흐르는듯한 동작으로 하치만의 얼굴이 접근해온다.
――내 얼굴로.
엑? 하? 좀!? 에엑!?
내 머리는 혼란에 빠져서 제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조건반사로 나는 눈을 감아버렸다.
"…………………………"
답지도 않게 두근두근두근두근대는 심장소리가 시끄럽게 운다는걸 자각한다.
"…………………………"
자각을 하니, 더욱 쿵쾅쿵쾅 시끄럽게 심장이 고동소리를 울린다.
"…………………………"
이렇게나 시끄러우니까, 분명 하치만에게도 들려버리겠지.
"…………………………"
아아……마침내, 뺏기는건가……내 첫――――
"…………………………"
――아니, 늦지 않아!?
× × ×
다가오는 하치만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실눈을 떠보니 거기에는 낯익은 풍경(내 방)이 덩그러니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방금전까지 나를 감싸고 있던 온기는 낯익은 물건(이불)이었다.
"……꿈인가아-"
일어날 기력조차도 솟지 않는다.
그보다, 뭐였던거야 방금전의 꿈은.
하치만이 나를 꼬옥 꼉나고, 귓가에서 속삭이고 입맞춤을 나누려는 행동을 보인……다는 꿈.
꿈이라는건 본인이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는 소망이 영상화한것이라고 말하며, 꿈속에 나오는 인물은 꿈을 꾸는 본인을 생각한다고 말하며……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모두 수상쩍어서 신빙성은 없다.
생각해봐도 하치만이 나에게 그런 태도를 할리가 없고.
"……하아"
어째서일까. 한숨이 나온다.
왜 그런 꿈을 꾼걸까, 그건 왠지 모르게 짐작가는게 있다.
어제 본 하치만과 잇시키다.
잇시키는 나와 마찬가지로 하치만의 사촌 동생이란느걸 주위에서 깨달은 순간, 가게를 뛰쳐나갔다.
그걸 뒤쫓듯이 하치만도 뛰어나가고, 그 자리에는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던 나와 모치즈키, 유키노시타와 유이가 남겨졌다.
나를 포함한 넷도 둘을 쫓기 위해 시급히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왔다.
조금 뛰어가니 우리들은 인파가 몰려있다는걸 깨닫고 하치만네를 쫓으면서도 그 집단을 곁눈으로 봤다.
그 집단의 시선 속에 있던건 놀랍게도……하치만과, 하치만에게 기대어 있는 잇시키였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 넷의 걸음은 딱 멈춰버렸다. 그리고 각자의 표정이 변한다.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이해하려고 필사적인거겠지.
그 넷 속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건 나였다.
어째서일까……아마, 그 둘의 원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멀리서 보고 하치만과 그에게 기대어있는 잇시키를 구성하는 실루엣이 무척이나 귀히 보인 것이다.
사람이라는 글자는 사람과 사람이 받쳐줘서……라는 골든 에이트 선생님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말하지만, 하치만과 잇시키는 그렇게는 보이지 않았다.
우선 둘은 그렇게까지 받쳐주지 않았다.
하치만의 가슴팍에 잇시키가 이마를 대고 있을 뿐이다.
받쳐주지 않았다.
기대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걸……어째서일까,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다.
둘의 사이에서 어떤 말이 나누어지고,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둘의 관계성이, 서로를 이끄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그런 상대가 있는걸까?
머리 속에 여러 얼굴을 떠올려도 확 오는 인물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라면…….
그래서일까, 오가는 사람들의 적은 주목을 모으는 둘에게 말을 하러 간건.
내가 다가가고 있는걸 깨달은건지, 하치만은 난처하다는 듯이 도움을 바라는 얼굴을 나에게 향했다.
그리고 겨우 하치만은 잇시키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슬슬 떨어져, 부끄럽잖아』라고 중얼거렸다.
그 중얼거림에 잇시키는 떨어지기는 커녕 말없이 하치만을 힘껏 껴안았다.
굳어버리는 나와 하치만.
그 경직이 풀리는것과 동시에, 요컨대 3초 정도일까.
잇시키는 겨우 하치만한테서 떨어졌다.
"우훗, 두근거렸어요?"
소악마처럼 미소를 짓는 잇시키에게 하치만은 "바, 바보 아니냐" 라고 당혹해하면서 말하는게 기껏이었던 모양이다.
"………………………"
어라? 지금 어제 일을 떠올려봐도, 내가 둘에게 다가가는 의미 있었을까?
……뭐, 일단 오늘 꾼 꿈의 원인은 아마, 어제의 이 일이야.
왜 꿈속의 당사자가 내가 된건지는……
"……하아"
다시 자자.
그 꿈의 속편은 대체 어떻게 되버리는걸까, 아련하게 흐려지는 마음에 갈피를 못잡으면서 나는 휴일 아침을 만끽한 것이었다.
"에-, 여러분 쌓인 얘기도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주목해주시겠어요-?"
단상에서 마이크를 한 손에 들고 나는 말을 시작한다.
그러자 소란스러웠던 회장 안은 조용해지고, 소근소근 작은 목소리만이 들릴 정도의 상황이 된다.
"솔직히 저는 1학년이라서 선배분들하고는 특별히 접점은 없었는데요"
내가 생각한대로 말하면 된다. 실수하면 웃으며 넘기면 되니까.
"오늘 졸업식,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감동했어요! 저도 선배분들같은 졸업생이 될 수 있도록, 남은 2년 열심히 하고 싶어요"
흐르듯이, 나는 마이크를 들지 않은 손ㅇ네 든 컵을 들고 선창한다.
"그럼, 오늘같은 좋은날을 위해, 건배!"
그리고 내 말에 호응하듯이 조용해졌던 실내의 분위기가 단번에 부풀어오른다.
『건배!』
라이브에서 콜 & 앵콜은 이런 느낌일까. 마이크 전원을 끄면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뭐, 어떻게든 됐다.
졸업식에서 송별사가 더 긴장했었고.
하지만 내 송사 도중에 울음을 터트리는 선배도 있어서, 그건 무척이나 기뻤다. 내 목소리가 들렸구나 해서.
작년에 크리스마스 모임에서도 썼던 회장에는 여러 시간을 보낸 졸업생 선배들이 보인다.
"잇시키, 수고했어"
휘적휘적 적당하게 앉아있으니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선배가 한 명. 시로메구리 선배다.
"졸업 축하드려요, 시로메구리 선배"
그렇게 말하자 시로메구리 선배는 후냣 미소를 짓는다.
"고마워, 송사도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해주다니"
"아뇨, 항례대로 한거니까요"
"그건 아니야-. 작년 학생회장은 좀 더 허둥댔었고, 이렇게나 넓은데서 제대로 모임을 여는건 할 수 없었으니까"
작년 학생회장은 시로메구리 선배잖아요……. 라고 생각했지만 말은 하지 않는다. 시로메구리 선배도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니까 말야"
시로메구리 선배는 한박자 두고 감개 깊다는 듯이 내 얼굴을 차분히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안심하고 졸업할 수 있다고 생각해"
거기까지 말하고 시로메구리 선배는 친구인 여자 선배에게 불려서 "그럼 갈게" 라는 말을 남기고 나한테서 떠나갔다.
떠나가기 전에 학생회장의 뒷모습을 쳐다보면서 나는 기쁨과 감동에 몸을 뜨거워졌다.
인정받는다는건 기쁘다.
내 안에선 그다지 학생회장이라는 자각은 없었다. 하지만 시로메구리 선배는 말해줬다. 『안심하고 졸업할 수 있다』고.
"오-, 학생회장 수고-" "이로하스잖아" "이로하 수고-"
멀리서 매니저를 맡고 있는 축구부 집단이 나에게 말을 거는게 보인다.
감동에 물을 끼얹어진 기분이지만 뭐, 됐나.
나는 주머니에서 매너모드가 되어 있던 스마트폰을 꺼내어서 메일 한 통을 보냈다. ……좋아.
"선배분, 졸업 축하드려요~"
역시 오늘은 컨디션이 좋다. 좋은 일도 많다.
나는 평소대로 귀여움을 떨며 걸어간다.
선잠을 놓아버리고 침대에서 기어나온다.
벌써 오후 5시냐.
오늘은 하루종일 잤다. 요즘은 왠지 지치는 일이 많이 있었으니까. 솔직히 아직 잘 수 있을 것이다.
배게맡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들고 홈 버튼을 터치한다.
이전까지는 특별히 활용할 일이 없었던 이 단말기지만, 요즘은 왠지 손을 대는 일이 많아진것 같다.
그런 느낌이 드는것 뿐이지 분명 다른 고등학생보다는 그 빈도는 낮겠지만.
메일이 와 있네.
송신자는 『잇시키 이로하』, 제목은 『제목없음』.
『저는 학생회장이네요』
"……하?"
저도 모르게 얼빵한 소리가 새어나온다.
뭘 의미불명한 소리를 메일로……. 그저 주지의 사실이잖아.
특별히 답신할 필요도 없군. 응, 없다 없어.
홈으로 돌아오니 LINE에도 미독의 메세지가 있는 모양이라, 아이콘에 붉은 동그라미 마크가 붙어있었다.
오리모토다.
『하치만은 소원 있어? '여자애한테 안기고 싶어!' 라던가, '사랑을 속삭이고 싶어!' 라던가』
이 녀석도 이 녀석대로 이해를 못하겠다.
기독 했으니까 일단 『남자라면 있어도 평범하지 않냐』라고 답신.
토츠카라면 껴안고 싶고, 토츠카가 바란다면 사랑도 속삭인다.
그리고 그대로 둘은…….
달콤한 망상의 세계로 잠기려던 차에 오리모토의 답신을 깨닫는다. 되게 타이밍 나쁘다.
『그럼 나한테 팍팍 와!』
아니, 어째선데. 왜 그런 결론이 되는건데.
……뭐, 농담이겠지.
농담인게 뻔한 말에 『농담이지』라고 대답하는것도 왠지 아니라고 생각해서 농담에 농담으로 대답할만큼 가벼움을 나는 갖고 있지 않다. 이상하게 농담을 펼치면 묘한 균열이 생겨버릴지도 모르니까.
나는 홈 버튼을 뚝 누르고 비어있는 배를 채우기 위해 방을 나갔다.
* * *
"어라, 읽고 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