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 하치만의 폭주 - 하치만"유키노시타아, 좋아한다-!" 후일담
하치만"유키노시타아, 좋아한다-!" 후일담
"후우~"
나는 지금 유키노시타가 새로 만든 부활동의 부실에서 홍차를 마시고 있다.
여전히 유키노시타가 타준 홍차는 맛있어서 이따끔 그리운 기분이 든다.
홋카이도의 고등학교로 전학갔다고 생각하니, 유키노시타도 어째선지 같은 학교로 전학을 와서, 설마 재회를 하다니…
세상도 의외로 좁구나-
"히키가야, 어떠니? 오늘 탄 홍차 맛은"
"아아, 너무 맛있어서 몇 잔이라도 마실 수 있어"
"그래, 그럼 다행이구나"
유키노시타는 미소지으면서 나에게 대답한다.
이 녀석도 요즘은 표정이 풍부해졌는지 자주 웃게 됐다.
뭐, 교실에선 여전히 냉정침착한 철가면을 쓴 모양이지만.
"그러고보니 이 부활동의 이름은 뭐야?"
"그렇구나……아직 너에게는 가르쳐주지 않았지"
유키노시타는 입가에 손을 대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어이, 얼른 가르쳐줘.
"히키가야, 게임을 하자"
"어이, 또 부활동 이름을 맞추는 게임은 아니겠지?"
"어머, 잘도 알았구나"
"잘도 알기는 개뿔. 전에도 똑같은걸 했잖아"
"자, 히키가야. 남은 10초"
"엑, 시간 제한 있냐!?"
"후후후. 빨리하지 않으면 타임업하고 말거야"
유키노시타는 심술궂은 미소를 지으며 내 얼굴을 쳐다본다.
"무, 문예부!"
"그 근거는?"
"그거다, 그거. 너밖에 부원이 없는데 성립한다는거나, 기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점"
"뿟뿌-, 오답"
"그, 그럼 오컬트 연구회!"
"나는 유령 따윈 믿지 않아"
어째선진 모르겠지만 대 화를 하고 있으니 따뜻한 기분이 든다.
유키노시타와 얼굴을 마주본다.
저도 모르게 둘이서 웃어버렸다.
"후후. 너, 전에도 같은 소리를 했었어"
"뭐, 그래. 애가 타서 긴장해버렸으니까"
"그래도 오컬트 연구회는 아니야. 조금 상식을 의심했어"
"시끄러워. 딱히 상관없잖냐"
내가 퉁명스러워지니 유키노시타가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내 얼굴을 보며 생긋거리면서 입을 연다.
"봉사부에 어서와, 히키가야"
유키노시타가 손을 내민다.
"……그, 뭐냐. 잘 부탁해"
나는 유키노시타의 손을 잡았다.
유키노시타는 만족했는지 의자에 다시 앉아 책을 읽으려고 했다.
"저기, 유키노시타. 저쪽 봉사부는 괜찮아?"
그래, 내가 걱정인건 혼자 남겨진 유이가하마다.
그 녀석은 지금까지 계속 이 셋이서 봉사부를 하는걸 바라고 있었으니까……
"그거라면 괜찮아. 유이가하마가 내 뒤를 이어줬어"
"엑, 유이가하마가?"
"그래. 처음에는 나도 전학간다고 했을때는 울면서 만류했지만, 그녀도 변한걸까. 마지막에는 웃는얼굴로 바래다줬어"
"그 유이가하마가……"
"거기다 유이가하마 혼자가 아니야. 코 마치나 카와사키의 동생인 타이시도 봉사부에 들어간 모양이야"
"엑!? 그거 처음 듣는데!?"
"뭐, 코마치도 부끄러워서 전하지 못했던게 아닐까. 슬슬 오빠를 떠나려는걸테지"
"진짜냐. 코마치가 나한테서 떠나간다니……용서 못한다, 타이시!"
"어디까지 가더라도 시스콘이구나……"
유키노시타는 관자놀이에 손을 대고 한숨을 쉬고 있다.
좋아, 다음에 만날때는 타이시를 한방 때려주자.
"그건 그렇고……히키가야"
"……응?"
유키노시타의 음성이 갑자기 차가워져서 돌아본다.
"너……잇시키한테 편지를 받고 있는 모양이구나"
"어, 어어. 잘도 알았네"
"그래서……그 안에는 잇시키의 사진도 동봉되어 있는 모양인데……어째서니?"
"아, 아니, 이건 말이다. 그래! 그 녀석이 멋대로 보내오는거야. 그 녀석도 다정하단 말이지-, 학교의 상황을 사진으로 보내주다니 말야"
나는 어째선지 바람을 들키려는 남자처럼 변명하고 있다.
어이, 식은땀이 멈추지 않아.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쳐다보지마.
"……그래. 나중에 그 편지는 보도록 할게"
"어? 편지는 우리집 아파트에 있는데?"
"그럼 이 후에 같이 네 집으로 갈게///. 거부권은 없어///"
"에-……"
유키노시타는 화났기 때문일까, 얼굴이 조금 빨개져있다.
진짜냐, 그렇게나 편지 내용을 알고 싶은거냐. 얼마나 내 개인정보를 아라고 싶은거야.
하지만 잇시키의 편지 내용은 꽤 위험하지……
『선배 꽤 좋아해요. 엥, 뭘 착각하는거에요』『선배 보고 싶어요. 엥, 뭘 착각하는거에요』『선배, 코마치를 동생삼고 싶어요. 엥, 뭘 착각하는거에요』 등등…
아무 착각도 안 하거든.
나는 머리를 싸매면서 유키노시타는 책을 거꾸로 들면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똑똑.
갑자기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난다.
응? 그 선생님인가.
유키노시타가 "들어오세요" 라고 말을 하자, 여자애 한 명이 들어왔다.
"저기~, 조금 상담하고 싶은게 있어서 왔는데요……"
흠, 아무래도 상담자였던 모양이다.
밝은 갈색머리에 트윈테일. 그리고 앞머리는 넌썹을 감추듯이 삐죽.
어이, 절대로 누군가를 노리고있구만, 그 머리형태.
"안녕. 얘기를 듣기 전에, 자리에 앉아주겠니"
"네~"
그 여학생이 교실 안쪽에서 의자를 꺼내왔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문득 눈이 마주쳤다.
"에, 에엥!? 왜 핫치가 있는거야!?"
"하?"
어이, 이 녀석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핫치는 나야?
"핫치라면 여기 부원이야"
"어이, 대수롭지 않게 핫치라고 하지마"
"어머, 딱히 대단한건 아니잖니? 핫치"
"네네, 그렇네요. 윳키"
"……나중에 각오해두렴"
히야-! 이 여자 무서워-!
"뭐, 딱히 핫치가 있든 상관없지만!"
"……그건 고맙수"
"아, 핫치. 내일 나랑 당번이야. 지각하지마"
"……엥?"
당번? 이 녀석, 우리 반에 있었나?
어라, 기억에 없어.
나는 이상하다는듯이 그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니,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뭐, 뭘 빤히 쳐다보는거야! 신고한다!"
"어이, 흉악한 소리 하지마. 그보다 너 같은 반이었냐"
"하!? 기억 못해!? 진짜 소름돋네! 절대로 용서 안해줄거야!"
왠지 모르겠지만 뿡뿡 화내고 있다.
그러자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던 유키노시타가 입을 열었다.
"……일단, 용건은 뭐니?"
굉장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어라, 왠지 눈에 살기가 서 있다구요?
"아, 네엣!"
"야, 유키노시타, 위협하지마. 울어버리잖아"
"뭐라 말했니……"
"히이이익! 아무것도 아닙뉘다"
무서워…살해당한다 생각했어…
"저, 저기이-, 실은 말이죠-, 과자를 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과자라……그거 쿠기 아니지?"
"하? 아니거든. 쿠키같은거 건내면 마음 있다고 생각할거 아냐. 바보 아냐?"
"어이, 너 나한테만 너무 툭툭대잖아"
"히키가야는 무시하고 얘기를 계속하자. 그래서, 그 과자란 뭐니?"
"너네, 심하구만……"
"어음, 초콜렛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서"
"어이, 그게 더 마음있는것 같잖아!"
"에엑! 그래!? 나 어쩌지……어떡하면 좋아?///"
어째선지 나한테 물어온다.
어이, 눈을 글썽거리지마. 뺨 붉히지마.
"뭐, 반대로 초콜렛인 편이 알기 쉬워서 좋지 않겠냐"
"그렇구나. 어디의 둔감이라도 깨닫는게 아닐까"
"뭐, 이걸로 깨닫지 못하는 녀석은 그냥 바보겠지. 핫핫하"
역시 그런 녀석은 없겠지- 생각하고 웃고 있으니 두 사람이 기막히단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
엥, 나 평범한 소리 했지?
"……그래. 일단 네 상담이라는건 초콜렛 만드는법을 가르쳐줬으면 좋겠다는거지?"
"응! 가능하면 눈이 번쩍 뜨일정도로 맛있는 초콜렛을 만들고 싶어!"
"그래, 알았어"
유키노시타는 그렇게 말하고 일어섰다.
"그럼 가정과실로 가자"
"엥, 지금부터 갈거야?"
"그래. 재료도 가정과실에 아마 있을테고, 할거면 지금밖에 없어"
"오오, 유키노시타 멋있어~"
"자, 너도 같이 갈거야"
"예이예이"
우리는 부실 문을 잠그고 셋이서 가정과실로 향했다.
"왠지 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지"
"그래. 그때는 쿠키를 만들었지"
"그거구만. 유이가하마의 목탄 쿠키로군"
"그녀도 요리를 잘하게 되면 좋겠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는 유키노시타의 얼굴은 어딘가 엄마처럼 다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
정말로 이 녀석은 유이가하마를 좋아하는구만.
"핫치, 빨리 안 하면 쫓아가버린다=!"
"네가 걷는게 빠르다고. 좀만 기다려"
앞에 있던 녀석이 갑자기 말을 해서, 나는 황급히 빨리 걸으려고 한다.
그러자 어째선지 다리가 미끌어지고 만다.
"아, 파라-!"
"풉, 뭐, 뭐하는거야 핫치! 푸풋, 바보아냐!"
"시, 시끄러"
"하아. 어쩔 수 없구나"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땡큐"라고 말하고 손을 잡고 일어섰다.
이래저래 이 녀석도 다정해졌구나-, 감개에 잠겨있으니 유키노시타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왜 그래, 유키노시타?"
"……생각났어"
유키노시타는 나에게 다가온다.
엥, 뭐가 생각났다는거야.
"유, 유키노시타?"
"……"
유키노시타는 말없이 내 귓가에 얼굴을 가져왔다.
내 심장은 쿵쾅거리고 있다.
이 녀석, 왜 이렇게 가까이 온거야.
"……히키가야"
"아, 녜"
그리고 살며시 나에게 중얼거렸다.
"나도 좋아해"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앞을 돌아보고 먼저 가버린다.
어, 어이 뭐였던거야.
갑자기 좋아한다고 들어도……
앗!
나는 지금까지 유키노시타에게 말해왔던 말을 떠올린다.
"나참, 못 이기겠구만……"
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도 이 새로운 봉사부의 시작에 가슴을 들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