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 사변5
히키가야 사변5
"으음-……"
졸업식을 3일 앞둔 목요일 방과후. 봉사부에는 학생 한 명의 신음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현 학생회장, 잇시키 이로하의 목소리다.
노트를 펼치고 펜을 한 손에 들고서 뭔가 고민하는 모습이다. 그 사랑스런 얼굴이 미묘하게 찡그려져있다.
어제, 졸업식을 위한 송사 원고는 완성했지만 대체 뭘 고민하고 있는거람…….
잇시키는 이따끔 이쪽을 힐끔 쳐다보면서 도움을 요구하는듯한 약삭빠른 시선을 보낸다.
거기에 응하면 또 성가신 일에 말려든다는게 눈에 보여서 나는 모르는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므으……"
또 신음소리.
뭐야? 자이모쿠자야? 그 신경써줘 오러는 자이모쿠자의 십팔번인데?
유키노시타일 것인 한숨과 유이가하마의 것일 난처하다는 마른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진짜 이로하스도 참…….
그런 분위기가 잇시키를 제외한 셋 사이에 감돌고 있다.
유키노시타가 문고본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울린다. 다음에 그 소리가 울릴때까지 간격이 묘하게 길다.
집중할 수 없어서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걸까.
아마, 그렇겠지. 나도 지금 같은 증상에 고민하던 참이다.
"우으……"
그리고 또 신음소리.
그 아무 특이점도 없는 소리가, 또 이 부실의 공기의 점성도를 높인다. 복실한 이 공, 나와 유키노시타의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는 더욱 내려간다. 유이가하마는 각각의 안색을 두리번 엿보기 시작했다.
인내심이 끊겨서 나는 손을 뻗어서 찻잔에 입을 대고 입을 연다.
"…………뭔데"
"앗, 실은 말이죠――"
"유이가하마"
"어, 어라-?"
엉거주춤한 상태가 된 잇시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선배-?"
나의 사소한 농담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잇시키는 톤을 낮춘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그 목소리에 무심코 내 볼이 경직된다.
"……뭐, 뭐야 잇시키. 의뢰라면 안 듣는다"
"나왔다, 힛키의 일하고 싶지 않은 예방선"
유이가하마가 툭 말한다. 하지만 나의 '일할까보냐 전선'은 너무 약소하단 말이지……정신을 차리면 무슨 일을 떠넘겨져서 그걸 해내는 부근이 약소다.
"아아, 의뢰가 아니라구요? 의견을 듣고 싶은것 뿐이에요"
생글 잇시키는 미소짓는다. 뭐라고 할까, 그 웃음이 수상쩍음을 조장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건 나 뿐일까.
"의견……뭐에 대해선진 모르겠지만, 그 남자에게 건설적인 의견을 바라는건 심해"
"그건 모르잖냐, 유키노시타"
"그럴까?"
정말이지 뜻밖이다. 나도 전진적인 의견 하나 둘은……라고 생각한다만. 절대로. 아니, 아마……아마도.
"……그래서 잇시키. 뭐에 대한 의견인데?"
그걸 모른다면 아무것도 못 한다.
"에-, 졸업식 후에 파티같은걸 하는데요, 거기에서 할 건배의 선두를 맡아져서요……"
뒤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때 연설같은거에 대해, 머리를 골똘이고 있다는건가.
이쪽에 『거 보지?』라는 득의양양한 시선을 보내는 유키노시타를 깨닫는다. ……뭐라 말을 못한다. 실제로 그런 경허머이 없고, 라고할까 그런 파티 자체에 참가한 적도 없고.
"유이 선배, 뭔가 좋은 안 있나요-?"
"엥, 나?"
거봐, 이로하스도 나를 믿지 않는것 같다.
나는 읽던 라노벨에 손을 댁도, 그녀들의 대화는 그럭저럭 듣고 독서에 빠지기로 했다.
"어음, 『정말 신세졌어요-! 건배-! 와-! 와-!』 ……같은건?"
"……짧다고 할까, 가볍지 않나요?"
"으음-……으음, 그럼, 그게에…………유키농 패스!"
"유이가하마……너, 나한테 돌리는거니"
"유키노시타 선배는 어떻게 생각해요?"
"나는 그런 경험이 없으니까……"
"아-, 만약 유키노시타 선배가 한다면 하는 가정이라도 좋아요"
"……그러네, 구체적인 말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 자리에 있던 분위기, 길이, 말투, 내용으로 되지 않을까"
"…………요컨대 임기응변으로 스스로 생각해라고요?"
"그렇다고도 할 수 있어"
"…………………………"
빤히 이쪽을 쳐다보는듯한 시선에 그쪽을 쳐다보니 잇시키가 내 얼굴을 응시하고 있었다.
"선배는 뭐 있어요?"
아무래도 나한테 의견을 바라는 모양이다. 특별히 생각나진 않지만, 내가 그걸 한다고 하면…….
"……유키노시타랑 같다"
"하아……"
잇시키는 살짝 지쳤다는듯이 숨을 내쉰다. 아니, 남에게 부탁하는 네가 할 태도가 아니지, 그거.
뭐 실제로 잇시키는 지친걸지도. 시험이 끝나고 남은건 다음 학년이 되는걸 기다리는것 뿐인 1학년과 비교해서 여러가지 행사에 불려가는 학생회, 게다가 학생회장이 되면 바쁨은 격이 다를 것이다.
지쳐서 일을 도와주세요라고 하지 않는것만큼은 아직 나은 편이겠지.
"뭐어……그거잖냐, 그거"
"……네?"
나의 두리뭉실한 말투에 잇시키는 수상쩍은 눈을 이쪽에 향한다.
"그거다. 건배 인사 정도는 괜찮잖냐, 너니까. 거기다 졸업생이랑 이후로 만나는 일은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고, 조금 정도는 실수하거나 이상한 소리를 해도 화근은 남지 않을거 아냐. 괜히 거창하게 하다가 실수한다고 생각해. ……실수하면 실수한대로 웃으면서 넘겨. 그러는거 네 특기 분야잖아"
"하, 하아……"
갑작스럽다고 할 수 있는 내 긴 말에 잇시키 뿐만 아니라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까지도 멍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뭐, 뭐야……"
묘한 거북함을 느낀다.
"선배, 그거 내용은 아무것도 말 안한거네요"
내 발언의 허를 찌른 잇시키의 얼굴은 조금이지만 어딘가 시우너해진 얼굴이다. 건배 인사라는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것도 잇시키에게 있어선 그러지 않았던걸지도 모른다.
"……미안하구만"
"아뇨, ……어떻게든 될것 같아요. 고마워요, 선배"
그렇게 말하고 가볍게나마 고개를 숙이는 잇시키. 고개를 들자, 노트를 가방에 지벙넣고 스마트폰을 만져댔다.
"아-, 선배. 이 후에 예정 있어요-?"
액정에 고개를 둔채로 잇시키가 말한다.
전환이 빠르다고할까 뭐라고 할까, 뭔가 있으면 금방 휴대폰을 만지는게 여고생답다고 할까.
"예정이라면 있어"
나의 그 발언에 이 부실 안의 시간이 순간 멈춘다.
"……히키가야에게 예정?"
"……힛키에게 예정?"
"……선배한테 예정?"
"야, 너네……"
실례에도 정도가 있지.
나도 예정이 있는 날이 있어도 이상하진 않잖아.
뭐, 그 예정이라고 해도 단순한 심부름 겸 시장보기지만.
부족한 식재나 일용품 등의 조달을 우리 어머님 군이랑 동생 군한테 지령받은 것이다.
보수는 약간의 심부름값.
하지만 약간이라도 얕볼 수는 없는것이, 항상 돈이 부족한 남고생이다. 나는 교통비라고 할까, 이른바 친구 교제라는데 돈을 쓰는 편은 아니지만 그 부근은――지금 나를 제쳐두고 시설 안에 들어간 쓸떼없이 요란스런 고등학생 그룹은 거기에 드는 돈은 상당할 것이다.
이걸로 알 수 있듯이, 외톨이는 경제적이다. 그리고 리얼충은 비경제적.
눈 앞을 걷는 요란스런 고등학생 그룹……교복에서 헤아리건데 카이힌 종합의 학생일까, 저 녀석들은 오늘 저녁은 어떡할까, 이도저도 아닌 대화를 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적당한 패밀리 레스토랑 부근에서 사그라들지만 요즘은 회전 초밥집에서 먹는 고등학생이 많은 모양이다. 어쩌면 근처가 그런 체인점이 된걸지도. 나에겐 아무 관계없지만.
나는 거러음이 늦어진 눈 앞의 몇 명 그룹을 재끼듯이 목적지로 향한다.
우선 서점이다.
그걸 위해 이 상업시설에 온거다. 먹을거나 일용품만이라면 근처 슈퍼에서 충분하니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서점으로 향한다.
"……래서…………거지-"
"진짜로…………알어-……"
문득 낯익은 목소리가 대각선상에서 내 귀에 들린다.
그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니 거기에는 요즘 들어 자주 보는 모습이 있었다.
――오리모토인가.
너무 보고 있으면 뒤에서 치마를 훔쳐보고 있다고도 보이지 않는것도 아니어서 바로 시선을 피한다.
친구같은 인물도 동반하고 있는 모양이라, 나한테서 조금 거리가 있어서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건지는 못 들었지만, 놀러온거겠지.
3일전에 사이제에서 일으킨 사소한 분쟁이 뇌리에 떠오른다.
그날, 화장실에서 잇시키랑 같이 돌아온 오리모토는 평소대로의 오리모토로 돌아갔다.
평소대로, 친근하고 밝고 거리감이 가까운, 사촌동생인 오리모토 카오리로.
그 일에 안도의 숨을 내쉬는 내 존재를 깨달았다.
그렇다고 해서 뭔가 극적으로 변한건 없지만.
그 날부터 오늘까지 오리모토하고는 만난 적이 없다. LINE 대화도 특별히 없었다.
"앗! 오리모토!"
뒤에서 들려온 갑작스런 목소리에 내 몸이 움찔거린다.
그 목소리의 발생원으로 돌아보니 방금전에 재쳤던 카이힌 종합의 남자가 몇 명 있었다. ……그 전체의 분위기가, 청춘합니다! 라는 인상이어서 무심코 나는 몸을 젖히듯이, 앞을 돌아봤다.
그 움직임으로 인해 마찬가지로 뒤를 보고 있던 오리모토와 눈이 마주치는건 필연이다.
오리모토의 일행도 어딘가 낯이 있는데……아-, 그거다. 하야마랑 그때 얼굴을 알았던……분명이, 나카마치였던가. 그런 이름이었던것 같다.
기억을 파내는 사이에 나의 몇 발짝 앞에 있던 오리모토네는 진작에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 내 뒤쪽의 그룹을 기다리는 태세가 되어 있었다.
뭐야 이 카이힌 종합 샌드. 앞도 뒤도 막히고. 뭐야? 오셀로처럼 나도 카이힌 종합 학생이 되는거야?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에스컬레이터의 종점이 다가온다. ……일단, 자리에서 떠날까. 라고할까, 그것밖에 없군.
일단 적당하게 인사할때 꾸벅 정도의 인사를 오리모토에게 하면서 그녀의 옆을 지나가려고 할때, "미안, 조금만 도와줘. 나중에 뭐라도 사줄테니까" 라는 작은 목소리와 함께 내 팔이 잡혔다.
――엥? 뭐, 뭐야?
분명 지금 내 표정은 누가 봐도 곤혹해한다고 느낄 것이다. 오리모토를 중심으로 나하고는 반대측에 있는 나카마치도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뭐, 뭐야……"
그렇게 오리모토에게 말을 걸어도 오리모토는 잡은 손을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미안, 잠시 시간 좀 빌릴게"
방금전과 같은 소리를 할 뿐이다.
그러는 사이에 카이힌 종합 남자 그룹이 우리들 옆에 다가왔다.
그 남자 군단 전원이 이레귤러적인 존재인 나를 이상한 녀석을 보는듯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어음, 오리모토, 그 사람은?"
그룹의 리더격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잘생기고 그럴법한 인상의 남자가 오리모토에게 말을 건다.
"사촌오빠야, 사촌오빠"
"사촌?"
오리모토의 발언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남자. 그 주위 남자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나카마치마저도 그랬다.
아, 이 녀석들 지금 『안 닮았네』라고 내심 웃었겠네.
"그래, 사촌 오빠인 하치만. 지금부터 하치만이랑 놀 예정있으니까, 미안해?"
오리모토는 그렇게 말하고 남자군단에서 떠나려고, 나와 나카마치의 팔을 잡고 성큼성큼 걸어간다.
"어, 어이……"
어디까지 갈 생각이야? 게다가 놀 예정? ……아아, 그런거.
대충 걸어갔을때, 겨우 오리모토는 발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그 흐름에 손을 맞대고 나에게 고개를 숙인다.
"미안!"
"아-……그거지? 남자를 뿌리치기 위한 방편 같은거"
내가 말하자 오리모토는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짓는다.
"그렇다구-. 솔직히 상대하는게 좀 귀찮거든"
"카오리, 꼬셔지는걸-"
오리모토의 동기 병술에 옆에 있는 나카마치가 보충 설명을 단다.
"호오-, 꼬셔진다라아"
나의 평탄한 말에 오리모토는 "타하핫" 하며 곤란하단 웃음을 짓는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좀-"
그건 아까전의 그룹의 어느 녀석을 말하는걸까. 솔선해서 말을 걸던 녀석일까? 뭐 됐나. 신경쓸만한 일도 아닐테고.
"그런데 하치만, 답례말인데"
"아아, 그거라면 신경 쓸 필요는 없어"
"하지만……"
"나, 용건이 있어서 온거고……그럼, 그런걸로 하고"
그렇게 말하고 나는 걸어간다.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오리모토였지만 딱히 답례를 들을 정도의 일도 아니니까. 오리모토에게 끌려온 방향도 내 목적지까지 가는 방향과 일치하고 있어서 헛걸음을 한건 아니다.
나는 잽싸게 서점으로 향하기로 했다.
※ ※ ※
"저 사람이, 카오리가 말했던 사촌 오빠?"
"어? 아아, 응. 맞아"
"헤-, 왠지 낯이 있는데"
"아아……그때, 하야마랑 같이 있었던……"
"엑, 아아! 그 사람!? 그 사람, 카오리의 사촌 오빠였어!?"
"응-, 뭐어"
"에-, 그런 말 안했잖아"
"뭐, 최근에 알았으니까"
"흐응-, 어음, 아까 하치만이라고 안 했어? 저 살마 인상, 이전이랑 좀 변하지 않았어?"
"……그럴려나?"
"맞아. 얼마전에는 전혀 말을 안 했고, 왠지 어두웠구"
"그럴까나……하치만 자체는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용건을 마치고 서점을 나와 나는 식료품과 일용품이 많이 늘어선 구획으로 이동한다.
평일 저녁이라는 시간도 있어선지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온 주부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코마치에게 건내받은 시장 리스트와 상품을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시장바구니에 상품을 넣어간다.
다음은 우유, 그리고 겸사로 연유를……라며 주위를 돌아봤을때, 우리 고등학교 교복을 입연 여자와 어린 유녀가 손을 잡고 걷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여자 고등학생이 든 바구니 안에는 파가 비집어나오는 부근이, 생계에 물든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뭘 생각했는지 유녀가 파앗, 하고 돌아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 유녀는 뭔가를 생각하는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뭔가 짐작가는게 있는지 유녀는 붕붕 나를 향해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뭐야 저거 귀여워.
…………핫.
제정신을 차리고 조위를 두리번거린다. 의식이 순간 어딘가로 날아간줄 알았네. 아마, 방금 내 표정은 볼만한게 아닐테니까, 누구에게도 보여지지 않아서 안도했다. 신고당하지 않아서 안도했다.
자 글머 유녀 쪽에 시선을 돌리니, 여고생이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조금 거리가 멀지만 저건……카와, 카와……카와이, ……응, 케짱은 귀엽다《카와이》고 생각해. 언니 쪽도 귀엽다고 생각해, 응. 지금 나를 쳐다보고 있는, 살기를 담은 눈을 어떻게든 하면. 카와살기……아, 카와사키냐.
카와사키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어딘가 당황한듯한 모습으로 동생을 데리고 어딘가로 가버렸다.
……그렇게나 내가 거수자로 보였나? 저대로 다가가면 '우리 애한테 무슨 용건이에요!?' 라며 경계심 MAX로 들을것 같다.
"하아……"
연유 사야지.
그 후에 계산대에서도 카와사키와 마주쳐버렸지만 역시 황급하게 도망가버렸다.
그때, 카와사키는 뭔가 천같은걸 떨어뜨리고 갔다.
나는 그 천을 아무 생각도 없이, 혹시 속옷일지도? 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새하얀 순수한 마음으로 주워들었다.
…………손수건이었다.
× × ×
시장을 다 보고 가게를 나온다.
그대로 자전거를 세워둔곳으로 가려고 하……지만, 먼눈으로 내 자전거를 시인할 수 있는 위치에 왔을때, 나는 그 다리를 멈춘다.
어째선지.
내 자전거 주위를, 카이힌 종합 교복을 입은 한 명의 남자가 얼쩡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씩 자전거와 거리를 좁혀간다.
그것과 동시에 자전거 옆에, 지금은 서있는 남자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인다.
아아……아까 오리모토에게 말을 걸었던 녀석인가.
오리모토에게 마음이 있는것 같았으니 나한테 용건이 있는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는 않지만, 왜 내 자전거가 그거인걸 아는거야?
조금씩 다가가는 나를 깨달았는지 그는 내쪽으로 걸어왔다.
"아, 안녕하세요"
그렇게 말을 거는 그는 어딘가 표정이 딱딱하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니 뭘 생각한건지 그는 주절주절 말을 한다.
"어어음, 내가 여기에 있던건 너한테 좀 묻고 싶은게 있어서, 그래서 이 자전거 보관소를 망보고 있었는데, 잠깐 얘기할 수 있을까?"
"아니, 바빠서"
그의 말을 받아흘리고 나는 자전거 열쇠를 끼워넎는다.
"자, 잠깐만 기다려!"
그렇게 말하고 내 어깨를 잡는 그의 눈은 조금 울상이었다. ……뭐, 뭐야 이 녀석.
"너, 오리모토의 사촌이지? 남친 같은거 아니지?"
"하아?"
이 녀석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아아, 마음이 있는 상대의 남자 그림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건가? 그보다, 이 녀석 자세히 본다고 할까, 자세히 안 봐도 핸섬이구만 폭발해라. 조금 중성적인 얼굴에 키도 나보닫 크고, 체격도 늘씬한데다 산뜻한 호청년이라는 느낌이다.
"호, 혹시 정말로 남친……?"
아무 말도 안 하는 나에게 허둥대듯이 그는 말한다.
"아냐. 사촌 오빠야"
"……정말로?"
"그래"
"그런가, 다행이다……"
"……뭐야, 너. 그 녀석을 좋아하냐?"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경악한 표정을 짓는다.
"어, 어째서 아는거야……"
"아니, 아무리 봐도 딱 그렇잖아"
뭐야 이 녀석. ……진짜로 뭐야 이 녀석. 얼굴은 핸섬이지만, 어딘가 골동품 냄새가 난다.
"들켜버렸네아니그건어쩔수없다고치고이후에대책을짜자아니그거라면이오리모토의사촌오빠인그를협력상대로만들면든든할지도모르고어쩌지나"
게다가 이번에는 이 녀석, 나를 제쳐두고 뭔가 중얼거리고 있는데.
"잠깐 괜찮겠어?"
"……뭐야?"
눈 앞의 폐품 핸섬 녀석은 조금 불안하단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내 사랑을 도와주지 않겠습니까?"
그에 대해 나는 생각할것까지도 없이, 거의 반사적으로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