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는 기억상실인 모양이다 - 7. 어째선지 그녀가 참전한다.
다음날 점심. 학교 수업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자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으니, 갑자기 인터폰이 울었다.
아래층에 코마치가 있으니까 그 녀석이 나가주겠지.
"네-에. 누구신……와왓. 이거 안녕하세요. 언제나 오빠가 신세지고 있어요"
너는 회사원이냐.
"오늘은 오빠한테 일이있나요? 그럼 오빠는 2층에 있어요, 새언니"
"새 언……!? 그, 그건 그만둬!"
"에에, 괜찮잖아요. 새언니"
"그러니까……이제 됐어"
에, 언니? 코마치한테 언니 있었나? 아니, 모르지만. 응? 혹시 OL이라서 그다지 집에 못 왔다거나?
아니, 그럼 '언제나 오빠가 신세지고 있어요'라고는 하지 않겠지…….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왜, 왠지 긴장된느데.
똑똑.
"녜, 녜이?"
우오오오오오!? 왜, 왠지 이상한 소리 나왔다!?
"정말이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문을 연건 나른해보이는 목소리 주인으로, 눈이 나른한듯 반쯤 뜨여있다. 푸른 기미가 낀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카와……카와, 카와 뭐시기 양이었다.
"너냐……무슨 일이야?"
"아니. 너 병문안 하러 왔는……데……나빠?"
"아니, 나쁘진 않아. 오히려 감사하고 있느데……어째서?"
"……딱히. 단순한 변덕"
조금 얼굴이 붉은건……밖을 걸었기 때문이겠지. 그게 틀림없다. 그랬으면 싶다.
"오빠. 차 갖고 왔어-"
"오. 땡큐, 코마치"
"아니아니. 오빠랑 새언니를 도와주는것도 동생의 역할이니까. 오빠들이 기분 좋게 지낼 수 있도록 코마치나름 노력할게. 아, 지금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아"
"네네. 포인트 높다 포인트 높아"
이것만 없으면 정말로 포인트 높은데. 착한 아이인건 틀림없지만…….
"아. 이거, 시시한거지만"
"이거이거참. 이런거 안 사오셔도 되는데"
"코마치, 너 지금 되게 아줌마 스럽다"
"오빠야 시끄러"
코, 코마치의 눈이 차갑다…….
"자자 그럼 부디 편안하게. 오호호호"
정중하게 인사하고 아줌마스런 웃음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게……히키가야. 상태는 어때?"
"아, 아아. 이제 괜찮다. 공부도 할 수 있고. 하지만 아직 이 부근의 지리는 전혀 기억 나지 않는데"
"그래. 역시 기억상실은 힘들어?"
"뭐 그래. 하지만 유키노랑 유이가 돌봐주니까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다"
무척이나 바디 터치가 많은건 신경쓰이지만. 슬슬 나의 AT○드가 부서진다.
"……그 녀석들은 이름으로 부르는구나"
"아? ……아-"
그러고보니 교실에선 그 녀석들을 성씨로 불렀지……방심했다.
"있잖아……"
"엉?"
"나, 나를……이름으로 불러봐……"
"……에?"
에, 뭐야 그거 의미 모르겠네. 왜 그렇게 되는데?
"저기……하, 하치만……"
"읏!"
우, 우오……지금 그건 기습이잖아. 쫄았다. 완전 쫄았어……!
하, 하지만 왜 이렇게 되는거야? 그 녀석들을 이름으로 부르는건……반쯤 강제 같은거지만…….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차를 한입 마신다. 뭐, 뭐야, 이름은 단순히 문자의 행렬이다.
그 무엇도 긴장할만한 일은 없다.
"……아, 저기. 네 이름은 뭐야?"
"……하아. 사키. 카와사키 사키"
"알았어. 그럼……말한다"
"아, 응……"
……왜 이 녀석이 이렇게나 긴장하는거야? 그렇게나 긴장하면 나도 긴장하잖아.
심호흡을 한번. 두번. 세번.
"……사, 사키……"
"…………―――――읏!!!"
그, 그렇게 얼굴 붉히지 마! 부끄럽잖아!
"이, 이거면 됐지"
"……한번 더"
""
뭐야 이거. 나를 부끄럽게 하는게 그렇게나 즐겁냐.
"……사키"
"……하치만……"
"읏! 스톱! 스토옵! 얼굴 가져오지마!"
위, 위험해. 무심코 분위기에 휘말릴뻔했다. 큭. 나의 AT○드가 순식간에 박살났어.
"하치만. 나……"
"지, 진청……이 아니라. 진정해라. 응? 일단 진정하자"
아래에 코마치도 있고. '어제는 즐겼었지' 라고 들으면 아마 난 죽는다.
그걸로 책임지라고 들으면, 치바 포트 타워에서 뛰어내릴 수준.
"어째서일까. 눈이 깨끗한 하치만을 보면 왠지 이상한 기분이……"
"그럼 안 봐도 돼"
뭐야 어제부터. 유이도 사키도, 이 날씨에 머리라도 끓었나?
"괘, 괜찮냐? 나같은 외톨이 전도사랑 그……그런걸 해도"
"나도 외톨이다"
"하, 하지만, 이런건 서로의 합의하에 성립하는거잖아?"
"알고 있어? 역레○프라는 단어. 역레○프라는건 일본에선 범죄가 되지 않아"
그런 문제가 아냐!
뭐야 이 애, 겉보기대로 완전 육식계 여자잖아!
아. 그러고보니 저 컵라면 CM 재미있었지. '저 마술합니다!'에 빠졌다.
아래에서 집전화가 울지만, 코마치가 직접 받은 모양이라, 내가 아래로 가는건 무리였다.
아아……잘 가라, 나의 동정.
"오빠야. 유키노시타 언니한테서 전화왔어-"
"어, 어어! 지금 갈게!"
유, 유키노---! 너 진짜 천사다! 지옥에 나타난 부처야, 정말로!
"……어쩔 수 없네. 오늘은 돌아가줄게"
"아, 아아. 미안, 한――"
"――이, 이걸로, 오늘은 참아줄게"
……사키의 얼굴이 가깝고? 일순 숨을 멈추고? 입술이 축축한데?
………….
이 날, 전화로 유키노와 대화한건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밥을 먹은것도, 목욕하러 들어간것도, 모두 기억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