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마녀 2015. 2. 18. 18:34

모 일.
어떤 여자중학교 기숙사 방에서, 트윈테일 소녀가 책상위에 펼쳐놓은 캡슐형태의 뭔가를 보다 쪼개고 있었다.
그녀가 바라보는 낱알의 크기는 새끼 손가락의 손톱과 거의 다를바 없는 크기일 것이다.
보기 그대로『그거』지만, 평범한 캡슐과는 달랐다.
 
"…우후후…설마 언니에게 쓰려고 생각하던 약을, 이런 형태로 도움이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왠지 상황 좋게 소녀의 얼굴을 아래에서 옅은 담갈색의 광원이 비추어 내고, 음모를 꾸미는것 처럼 시커먼 미소를 짓고 있다
혼자(현재 미코토는 절찬 외출중)서 새까만 방에 놓인 수상한 약을 바라보면서, 시커먼 미소를 짓는 소녀라고 하는것은 대체 무엇일까.
완전히 악역의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뭐라고할까 여러가지로 끝난거 같지도 않다.
 
"………그럼 여기는 이걸로 됐다치고…"
 
캡슐을 어떻게든 케이스에 담은 시라이는 이번에는 사고를 회전시키기 시작한다.
 
"…우후후…기대되네요…정말로…우후후후…"
 
역시 그녀는 희미하게 부끄러워하고 있다.
모 세가지의 새롭게 도쿄에 있는 선글라스 사령 처럼 손가락을 맞대며, 또 겁없이 웃는다.
괜찮은걸까.
어쨌거나 대수롭지 않은 것을 생각하고 있는건 확실하지만.
 
"…………이걸로 갈 수 있어요!"
 
갑자기 가방과 의자를 큰소리를 내며 일어서는 시라이.
웃음을 참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재빨리 짐을 정리하고, 고함을 지르고 일어선것과 동시에 갑작스럽게 방을 뛰쳐나갔다.
정신을 차리니, 아무도 없어진 방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범한 밝은 상태로 돌아와있다.
작은 소리를 내고, 겨우 닫힌 문.
아무도 없는 그녀들의 방에서 시라이 쿠로코의 작전이 개시한것이었다.
 
 
 
 
 
 
 
 
장소를 바꾸어 여기는 카미죠의 집.
지금 현재 거기는 시라이에 있어 굉장히 좋은 상황이 되어 있었다.
그녀 자신은 아직 나타나있지 않지만 여러가지 시간이 필요한 상태다.
첫 번째로 차를 마시게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지만 아무 준비할 수고없이 갖춰져 있다.
이건 굉장히 행운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사람을 모을 수고가 대폭으로 줄었다.
두 번째로 동거인 및 이웃집 남자가 부재중이라는 것.
츠치미카도는 요 몇일간 학교를 쉬고 있다.
아마 해외라도 나가 있는 것이다.
인덱스는 코모에네 집에서 잘래- 라면서 아침 일찍 나갔다.
말 군데군데에『호화』나『궁극』이라는 단어가 있었으니까, 뭔가 식사라도 대접받는 모양이다.
카미죠 개인적으로서는 굉장히 함께 하고 싶었지만 말을 꺼냈더니 인덱스한테 물려버렸다.
은발 시스터 말하길, 이성의 집에 자고 오는건 상당히 문제가 있을지도, 라는 모양이다.
식사만이 같이 라는 선택지가 없진 않는다는것도 깨닫지 못한다.
이렇게해서 카미죠 소년은 자기 방에서 혼자 적적하게 멍때리고 있었지만 그의 평온이 그리 길게 이어질리는 없는 것이다.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히메가미 아이사다.
 
"……나는 그냥…. 토우마 군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매번 그렇지만 그녀의 말은 너무 직설적이다.
표정은 크게 변화 없지만.
 
"…그, 그런가"
 
미소녀가 머뭇거리면서 그런 말을 하는 날은, 이미 기절할 것이다.
카미죠가 부끄러워 하면서 중얼거리고 문득 그 시선이 후키요세에게 향했다.
잘 보니 왠지 미간에 주름을 검지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고 있다.
 
"왜 그래?"
 
무심코 고개를 갸웃거리는 카미죠.
 
"…아무것도 아니야…신경쓰지 마"
 
말을 들은 순간 이번엔 검지손가락으로 테이블을 일정한 리듬으로 두드리면서 힐끔 카미죠의 상태를 묻는 후키요세.
아까전에 단번에 다 마셔서 텅 비어버린 컵을 만지면서 흥미없다는 듯이 뺨을 돌리면서 이야기 내용을 필사적으로 듣고 있는 미코토.
그 어느쪽도 어쩐지 기분나쁜 느낌이 흐르고 있었다.
안좋은 예감은 느끼지만 카미죠 소년이 그 원은일 제대로 파악할 리가 없다.
의문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것 밖에 할 수 없던 것이다.
문득 생각난것처럼 일어서는 카미죠.
 
"그러고보니…요즘 시라이 녀석을 못봤는데. 무슨 일 있어?"
 
그리고 자신의 컵을 가볍게 마시고 냉장고에서 마실것을 꺼내들어 미코토의 컵에 부우면서 물었다.
 
"고마워. …건강히 지내. 무서울 정도로"
 
받으면서 고맙다고 하고 눈썹을 찡그리면서 대답하는 미코토.
그것만으로도 대충 상황은 파악할 수 있을것 같다.
 
"…하, 하하…"
 
이야기를 꺼낸 카미죠로서는 조금 배려를 하고 싶었지만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것만큼은 하는 수 수 없다.
시라이의 폭주를 몸소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뭔가 요즘 굉장히 기분 좋은것 같아.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 하고 향해진 의심쩍은 듯한 미코토의 눈동자.
 
"………거기서 왜 나를 보는겁니까 미사카 씨"
 
정신을 차리자 히메가미와 후키요세도 비슷한 시선으로 카미죠를 보고 있다.
찌릿째릿 시선만으로 압박받는 카미죠 소년.
가만히 있으면 미소녀(한명 예외로 거의 말하지 않는 소녀가 있지만)들의 의혹에 찬 눈초리.
의심받고 있다.
확실히 의심받고 있다.
확실히 뭔가 있었다고 하면 있었지만 그건 카미죠가 평소부터 잘 말려들(러 가는?)고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그 밖에 뭔가 있었다는건 아니다.
 
(……아니, 기다려…?)
 
그리고 수속한 사고를 모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무것도 없었던건 아니다.
당연히 그 소동 뒤의 이야기다.
게임센터에서 나오고나서 잠시간 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야기 뿐만 아니라 안겨있거나 시라이의 심경을 토로해 듣거나, 잘 생각해보면 고백받았구나- 라고 생각에 이러르는 상황이라 생각된다.
라고 해도, 이대로 다물고 있으면 뭔가 있었다는걸 긍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상 현재상황을 악화시켜서는 카미죠 본인으로서도 피하고 싶다.
안그래도 엉망진창인 상태다.
아직 대답도 내지 않았는데 고민은 늘어나고 있다.
눈 앞에 있는 소녀들이 요인이지만 여기까지 문제가 부풀어오른것은 카미죠가 딱 잘라내지 못했던 것에도 원인이 있다.
빙글비을 도는 사고를 어떻게든 정리하고 겨우 뭔가 변명을 하려고 입을 연 순간,
 
"토오마아아-"
 
"…우오오!?"
 
누군가한테 찰싹 등 뒤에서 뜨거운 포옹을 받았다.
기세가 넘천 나머지 카미죠가 엎어지듯이 쓰러진다.
철퍽 하고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소리가 났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팔꿈치등을 바닥에 부딪혔지만 이것도 참는다. 라고할까 코르크 빠진것을 부딪혔을때의 아픔에 비교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얏…"
 
말을 쥐어짜내듯이, 부딪힌 부분을 비비면서 일어나는 카미죠.
당연히 등뒤에는 트윈테일의 소녀를 등에 붙인채로.
카미죠한테 바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소녀의 이름은,
 
"쿠로코!? 이런데서 뭐하는거야!?"
 
그렇다, 시라이 쿠로코였다.
 
 
 
 
 
 
 
 
솔직히 갑자기 카미죠가 쓰러진것에 놀랬다.
도와주려 했더니 등뒤에는 여자애가 안겨 있고.
가볍게 질투를 느꼈다.
깨닫고 금방 뿌리쳤지만.
 
(……안돼…요즘 점점 감정의 제어를 못하는것 같아…)
 
조금 눈을 깔고 후키요세는 작게 심호흡을 한다.
마음과 감정을 가라앉히고 다시 카미죠와 소녀를 본다.
자세히 보니 등에 붙어있는 소녀는 기억에 있었다.
 
(…처음에 만난곳은 풀 때구나…그 때는 전혀 이렇지 않았는데…)
 
이렇지 라는것은 카미죠 소년한테 찰싹 붙어 친해진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좋겠다, 부러워….
저도 모르게 새어나온 감정의 조각.
자신이 이렇게 질투 깊다고는 생각도 못 해봤다.
이래서는 만약 카미죠가 누군가랑 사귀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되버릴 지도 모른다.
과장이다, 라고 이성이 부정한다.
다만, 감정은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
휘청거릴것 같다.
지금까지 이렇게나 이성과 감정에 요동이 있었던 적은 없는데.
평소라면 이성으로 감정을 간단하게 제어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지?
소년과 친밀함을 가지면 가질수록 감정의 힘은 강해져간다.
한번 억누를수 없게된 감정이 새어나온 적이 있다.
억지로 소년의 입술을 뺏은, 그 때다.
그 뒤, 기뻤던 반면 저런 행동을 해서 소년한테 미움받아버리는게 아닐까 하고 굉장히 무서워했다.
다음날 얼굴을 마주칠때 너무 변함없는 태도에 조금 분노를 느꼈지만.
그의 곁에 있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건 분명한 일이다.
그에게 마음을 이끌리고 있다는것은 확실하니까.
독점 하고 싶다고도 생각한다.
그의 주위에는 늘상 여성의 모습이 있다.
어째선지 모여오는 것이다.
자신도 그 중 한사람이라는 자각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좋을지도….
그렇게 생각한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처음 무렵엔 그저 함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위협받을 리 없는 안전지대.
그가 있는 방향으로 발을 내딛지 않으면 그곳에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으면, 결코 무너질리 없는 관계.
하지만, 후키요세는 그 영역에 주저할 수는 없었다.
문득 순간 향해진 그의 미소.
상냥한 말.
슥, 하고 아무말도 하지 않고 도와준다.
그하고 있으면 있을 수록 점점 그에게 매료되어 간다.
 
(…마치…미약이구나…)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대신에 그한테서 떨어지는 순간 불안해진다.
억누를 수 없게 되는것을 알고 있으면서 또 다가가고 싶어진다.
 
(…후후…)
 
마음속으로 자신의 답답한 행동에 자조하면서 또 하나 눈떠버린 자신.
하지만, 지금의 자신에게는 이 온화한 장소로부터 빠져나갈 용기는 없다.
점점 그렇게 생각한다.
저쪽에서 이 안전지대를 부숴 주는것 밖에 바랄 수 없는, 약한 자신.
그 자조가 표면으로 나오려던 순간,
 
"이쪽을 봐 주세요 토우마♪"
 
굉장히 즐거운 듯한 소녀의 목소리.
 
(………하아…)
 
파직 하는 소리가 났다.
나는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어째선지 그 분노가 카미죠 소년에게 향한다.
 
"토우마! 언제까지 그렇게 기뻐할거야!?"
 
우선 이 고민은 냅두고, 카미죠를 되찾기로(?)한 후키요세 였다.
 
 
 
 
 
 
 
또 이 아이.
 
(…라이벌. 이구나…)
 
히메가미 아이사는 갑자기 텔레포트로 나타난 소녀, 시라이 쿠로코를 보고 그렇게 인식했다.
여기에 있는 소녀들은 모두 라이벌…연적인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걸 잊어버리는 일이 있다.
카미죠와 그 주위에 모이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그런 소중한것마저도 잊어버린다.
조금 무섭네, 라고 생각했다.
기분이 너무 좋은 것이다.
뭔가에 위협받지도 않고, 평범하게 지내는 환경.
함께 웃어주는 친구들.
상냥한 사람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문득 제정신이 들어 생각하는 것이다.
즐겁고 행복하고 평온한 이 장소에 있어 좋은가 하고.
껴안을 수 없을 업을 짊어진 자신이 있어도 좋은가 하고
점점 무서워진다.
자신이 여기에 있는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여기에 있어선 안되는게 아닌가.
하지만, 그는 그걸 부정할 것이다.
그런거 아냐, 히메가미는 여기에서 웃어주는게 최고야 라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해준다.
생각만으로 가슴이 뜨거워진다.
생각만으로 기뻐서 참을 수 없게 된다.
자신은 언제부터 그한테 끌리고 있었던 걸까?
아마, 생각해봐도 모른다.
훨씬 전부터 끌리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제한없이 끌려져갔다.
그래서 한발짝, 나는 앞으로 나왔다.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전하는것으로.
카미죠를 생각하는것과 기대와 불안마저도 바꿀 수 없는것처럼 생각된다.
대답이 어떻든간에 그녀들에겐 지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자신도 조금 더 대담해져 보자.
 
"이쪽을 봐 주세요 토우마♪"
 
눈 앞에서,
 
(…토우마군을 껴안을래. 저 아이처럼…)
 
겨우 시라이를 벗겨내는데 성공한 후키요세와 함께 떼어내고 있던 미코토를 곁눈질로 테이블을 넘어 카미죠의 가슴팍으로 뛰어들었다.
나란히 세워진 유리컵을 일절 흔들지 않고, 거의 예비동작 없이.
여러가지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은것도 아닌것 같다.
 
 
 
 
 
 
 
너무나도 낯익은 소녀가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났을때 현재상황을 정확하게 받아들이는것 보다 강렬한 두통을 느꼈다.
뭘 하려는거야 이 트윈테일 얘는….
두통을 누르며 가볍게 주무른다.
뭘 하러 왔는지는 물어도 소용없을 것이다.
그녀는 아마 대답않을 것이다.
 
"이쪽을 봐 주세요 토우마♪"
 
우선 놓아둘 수 밖에 없지만 이 상태를 묵묵히 보고 있을만큼 어른스런 기성이 되어 있지는 않다.
 
"쿠우―…로오―…코오―…!"
 
땅밑에서 울리는듯한 어두운 목소리.
자신이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것에 조금 놀란다.
움찔 하고 트윈테일이 흔들린다.
깨닫고 벗겨내고 있던 커다란 여성과 함께 등뒤에서 텔레포터를 떼어냈다.
순간, 시야 구석을 가로지르는 작은 그림자가.
또 껴안겨 오고 있다.
 
(…윽…)
 
이쪽은 다소, 손을 대기 힘들다.
어째서인가 고민을 하고 있지만 의외로 쉽게 떼어내졌다.
 
(……왜 내가 이렇게 참을 수 없는거야…)
 
대화를 보면서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 있다.
모르기 때문에 나온 의문이 아닌, 왜 못하는가라는 자문.
봐 줬으면 하지만 그래서 카미죠의 마음을 상처주는건 싫다.
스스로도 모순된 생각이라는걸 안다.
다만, 단순하게 정리될 정도로 간단한 문제도 아닐 것이다.
자신의 꼬리를 쫓아도는 개 같다.
재미 반분으로 노는게 아닌, 같은 곳을 빙글빙글 돌기밖에 못하는 개.
허무해….
딱히 사랑을 하고 있다던가 좋아하다던가가 허무하다는게 아닌,
 
(…깨달아 주는것도 아닌데…뭘 이렇게 고민하는거야…)
 
전해진것도 아닌데, 둔감한 소년이 의식해주길 바라는게 잘못되어있다.
말로는 할 생각이 없는데 이해받으려고 하다니 우습다.
단순히 겁쟁이일뿐인데 그걸 마음속에선 부정하고 있다.
그런 자신의 의지박약이 싫었다.
그 때는 향해오는 소년에게 강고하기까지 의지로 전격과 함께 부딪혔을텐데.
잡으려고 뻗은 그 손은 허공을 가른다.
겁쟁이인 자신이 방해가되어 옭아묶어 간다.
 
(…왜…)
 
쥐여지는 작은 손.
 
(…이렇게나 약한거야…)
 
좋아하는데.
지금이라도 당장, 끌어안고 싶은데.
 
(…무서워…)
 
소년한테 거부받는것이.
소년의 방해가 되는 것이.
 
(…하아………)
 
싫은 감각이다.
또렷한 감각이 아닌 막연한 혐오감.
그것이, 가슴속에 서서히 퍼져간다.
그만, 눈썹을 찡그렸다.
그러자
 
"…왜 그래?"
 
머리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촉감.
그리고 상냥한 목소리.
 
"아까부터 음료수에 손을 안대고 있는데 무슨 일이야?"
 
아까저렇게 기세 좋게 부추겼으면서…고민인건지, 카미죠는 미코토의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아…)
 
가슴속에서 혐오감이 흐려지고 그것과 동시에 따뜻한 무언가가 미코토의 안에 가득채워져간다.
 
(…조금 더 쓰다듬어 주면 좋겠어…)
 
솔직하고, 순수하게.
아무 수치도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자신은, 이 이상 없을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뺨에 물들어가는 열과, 자연히 풀어져가는 얼굴이 스스로도 기분 좋게 느껴진다.
 
(…후냐아…)
 
이대로 녹아버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을지도…)
 
풀어진 사고로선 그런 말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푹.
 
갑자기 뭔가가 찔러드는 의성어가 들린것 같다.
일단 해이해진 머릿속을 바로차리고 눈만 주위를 돌아봤다.
그러자,
 
푹…푹푹.
 
찔러드는 질투를 형상화한듯한 시선.
토우마 군으로부터 떨어져라는듯한 히메가미와 표정만 평정을 꾸미고 있는 후키요세. 사랑하는 언니로의 화살을 쏘아버릴듯한 시라이.
어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박자에 쓰다듬어주고 있던 카미죠의 손이 떨어진다.
미코토는 신기해했다.
왜 자신은 이렇게나 질투받고 있는걸까.
 
(………………)
 
조금 생각해본다.
아까까지 자신은 확실히 미친듯이 질투를 했을 것이다.
아니, 미쳤다는 표현은 다소 과장이지만.
아무튼 지금은 전혀 반대 상태였다.
그 뒤 카미죠 소년한테 걱정받고,
 
(…상냥하게 말을 걸고…머리를……)
 
쓰다듬 받았다.
 
퍼펑!!
 
순간 비등.
쓰다듬 받았을때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머리에 피가 쏠린다.
있을리 없다.
멈춰진 사고가 부정의 말을 외친다.
왜 저렇게 솔직하게 쓰다듬을 받고 있었을까.
솔직히 말해 너무 부끄럽다.
딱히 싫은건 아니다.
행복했었지, 다시 생각해보면 오히려 행복했다는 거다.
하지만 그건 지금의 지금까지 잊고 있던 수치심을 단번에 불태울 연료밖에 되지 않는다.
순간 기절할뻔했다.
생각이 불타오를 수치심의 부추김을 받고, 이번엔 있을리 없을 속도로 회전을 시작했다.
평소 무시해오는 주제에 이런때만 상냥하게 대해주다니, 하지만 그래서 싫다는게 아니야 행복해, 무슨 소릴 하는거야 나~.
아- 하지만 하지만 부끄럽고 굉장히 부끄럽대도, 그보다 뭐야 저거 저렇게 상냥한 표정으로 대하다니 한순간 뀽 해버렸잖아.
아, 하, 한순간 뿐이야. 한순간 뿐이라구.
그대로 폭주시킨다.
거의 논 스톱이다.
뀽 뀽 가동한계가 아슬아슬한 상태까지 회전하기 시작한 머리.
유익한 조각도 없는 내용으로 잘라 말해 쓸떼없는 칼로리 낭비다.
덧붙여 자력으로 멈추지 않으면 멈출 수 없다는게 옳다.
이런 경우, 목적지까지 가는게 제일 편하지만 언제 오버히트를 일으킬지 모른다.
이대로라면 쓰러져버리는것도 시간 문제일 것이다.
쓰러지면 그건 그거대로 성가셔질테고.
미코토의 폭주는 계속된다.
 
 
 
 
 
 
"…왜 그래?"
 
정신 차렸을때는 미코토의 머리에 카미죠의 손이 뻗어져 있었다.
그리고 상냥하게 쓰다듬는다.
 
"아까부터 음료수에 손을 안대고 있는데 무슨 일이야?"
 
미코토한테 건 말은 그다지 좋은 내용은 아니었다.
다만, 꾸밈없는 올곧은 말은 무엇보다도 고마운 것이다.
 
(…………토우…마…)
 
작게 눈썹끝이 올라갔다.
질투보다도 먼저 슬픔이 마음속을 채운다.
딱히 카미죠가 미코토를 골랐다는 것이 아닌데.
조여지는듯한 감각.
한번 생각해보면 진심으로 사랑하는 시라이다.
설령 그것이 지금도 정말 좋아하는 미코토라고 하더라도 카미죠를 독점하는 상황을 잠자코 있을리가 없다.
오히려 지금 이렇게 내버려두는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평소라면, 누구보다도 먼저 사랑스러운 사람에게 덮쳐들지…아니, 껴안겨 들텐데.
그 사이 미코토의 표정이 점점 늘어져간다.
 
(……교활해요…)
 
무으 하고 조금 마음속에서 자라난 안좋은 감각을 밖으로 나타낸다.
그러자 간격없이 미코토가 핫 하는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다음 순간,
 
퍼펑!!
 
하는 효과음이 들릴법한 기세로 그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간발차이 없이 굉장한 속도로 얼굴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여러가지로 저건 신경쓰이기도 하지만 그녀를 위해 잠자코 봤다.
하지만, 이대로 내버려 두면 언제까지 있어도 카미죠를 독점당할테다.
그것만큼은 단고히 저지하고 싶다.
침낭…『현재상태의』그녀들한테 그를 빼앗기는건 굉장히 가슴이 욱신거린다.
라고 하는고로.
시라이는 한쪽 다리를 들고 바늘침을 뽑을 때같은 자세를 취했다.
상처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
적당하게 탄력있는 부드러워보이는 넓적다리.
그리고 보일것 같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저 천조각.
순정한 청소년에겐 조금 자극이 강한 광경이다.
스륵 시선이 자신의 넓적다리로 모여간다.
바늘침이 있을 장소에.
다만, 본래 바늘이 보관되어 있어야할 거기에는 다른 무언가가 장전되어 있었다.
플라스틱같은 싸보이는 광택을 내는 직방형의 가늘고 긴 회색의 물체.
언뜻 보기엔 사각 볼펜으로 보인다.
하지만, 볼펜에는 존재하지 않는 위에서 아래까지 직선으로 달리는 균열이 그 회색이 뭔가의 케이스라는것을 연상시킨다.
마침,『젤라틴으로 만들어진 안에 약품을 수납하는 그것』이 딱 들어갈만한 그런 케이스.
현명한 독자 여러분은 슬슬 예상이 갈거라고 생각된다.
이 케이스 안에는 시라이가 미코토한테 쓰려고 한 어던 약품이 수납된 그것…아니 캡슐이 들어 있다.
시라이의 경우 일부러 음료수를 이용해 먹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자신에게 있는 능력을 사용하면 그 정도는 조작도 필요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에 이르러 중요한것은, 그 타이밍이다.
순간이라도 그걸 잘못하면 이 멤버를 모으는것보다 성가신 일이 될 것이다.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다.
 
(…약을 복용해서 효과가 나타날때까지…직접 오차를 생각하면, 대충…)
 
아직 표정을 바꿔가는 미코토를 바라보면서 실험체의 결과를 떠올린다.
 
(…대충……)
 
한번 복용한것만으로 아침부터 계속 미코토한테 들키지 않도록 자신을 달래던 것을.
 
(……토우마한테 저런 짓을 당하면…꺄-! 이예요!!)
 
먼곳으로 생각이 날라가버려 의미도 없이 구불구불거리고 있지만 신경써서는 안된다. 왜냐면 그걸 하는건 시라이이기 때문이다.
아무튼간에 성가시지만 누구 하나라도 깨닫고 도망치면 여러가지로 곤란하다.
그리고 이건 사소한 도움이다.
사랑에 고민하는 한명의 소년에게, 구원의 손을 뻗어주는 도움.
그저, 거기에는 고민의 씨앗이 되는 인물들이 함께 있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읏…"
 
작게 목을 울린다.
타이밍을 계산하고, 케이스 뚜껑에 손을 댄다.
 
"토우마 군!"
 
"너, 언제까지!"
 
외침과 함께 뚜겅을 열어 그 소리를 없앤다.
그리고, 미묘하게 오차가 있지만 이미 캡슐에 손을 대어 직접 위 속으로 텔레포트 시킨다.
카미죠만 빼고.
움찔 하고 갑작스런 위화감에 반응을 보이는 여성진의 몸.
 
"…?"
 
순간 카미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깨닫지 못한 모양이다.
이전, 이라고 해도 상당히 전이지만 카미죠를 텔레포트 시키려다 잘 되지 않았던 일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걸 고려해서 생각한 수단이라면, 이 약의『스위치』를 눌러버리고 만다.
덧붙여, 이 약의 스위치는『질투한다』이다.
스위치가 들어가는것으로 인해 성욕이 굉장히 자극되어 여성은 감도가 상승하고 남성은 정력으 증강된다.
굉장히 상황에 좋은 약인 것이다.
성가신 설명은 넘겨두고, 카미죠한테 약을 먹일 방법.
그건…,
 
"……츄…쪼옥…"
 
입으로 전달.
텔레포트로 날아가 실행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히메가미와 후키요세와 미코토 세 사람도. 더욱이 카미죠마저도 상황인식에 시간이 걸렸을 정도다.
 
"……응…하아…"
 
"…응큿, 응…시, 시라이!! 너, 뭘 먹인거야!"
 
시라이는 웃을 뿐이다.
이렇게해서 연회는 시작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