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살의 소년은 바로 방금전 로커에 문제의 봉투를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두고 올 수 있었기 때문에, 정말 기분이 좋았다.
고로, 면식이 있는 소녀가 시야에 들어왔을 그 때 자신이 불렀던 것이다.
 
 그건 알겠지만, 모르는게 하나 있었다.
 
(왜 저런 모습을 하고 있는거야……?)
 
 그는 특별히 더위를 타는 사람인건 아니지만,
반소매 아래에 얇은 내의를 입어 완전히 춥지는 않았다.
9월은 반을 지나, 10월이 가까워지고는 있지만
해가 지고 2시간정도 경과한 지금도 아직 서늘하다고는 말할 수없는 상황이기때문이고,
그런 가운데, 코트를 걸친 미사카 미코토를 보고 이상하다는걸 느낀건 어떤 의미로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카미죠는 앞으로 2, 3발자국만 움직이면 그녀에게 손을 댈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와서 발을 멈췄다.
하지만, 그녀는 뻣뻣하게 선채로 이쪽을 돌아보려고 하지 않았다.
 
(뭐야, 미사카 녀석. 기분이라도 안좋나?)
 
 흑발의 소년은 역시 위화감을 느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즘엔 문답무용으로 전격을 쏘진 않았지만,
밝게 손을 흔들어 대응해주는데 대답이 없는건 드물었다.
 
 하지만, 무시하고 있는것도 아닌것 같았다.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한번 어깨를 떨고나서 멈춰섰던 것이다.
부르지 않았다면, 그 대로 눈치채지 못한 척을 했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어떻게 말을걸까 하고 카미죠가 헤매고 있자,
갑자기 파직파직 하고 미코토의 앞머리가 불꽃을 튀겨, 밤공기에 선명하고 창백한 섬광이 질주했다.
소년의 반응은 극적인것으로, 이마에 땀을 흘리며 얼른 기세 좋게 뒤로 물러났다.
이럴때는 서투르게 대하는, 그게 그의 여자아이를 대하는 처세술이다.
 
 그 중에서도 초전자포인 소녀의 경우, 역린을 만지면 끝, 목숨마저 위험했다.
 
「저기, 미사카씨는 무슨 이유로 화내는겁니까?」
 
 흠칫흠칫 떨면서 물은 질문에, 소녀는 천천히 이쪽을 향해봤다.
 
「화내는거, 아냐」
「그, 그래? 그럼 상관없지만」
 
 카미죠는 눈에 보이게 안도의 표정을 보이면서, 희미하게 눈썹을 꿈틀거렸다.
미코토의 뺨은 붉고 시선은 피하고 있었고, 작게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손은 가슴 주의를 꽉 누르고 있었고, 어딘가 불안한것처럼 보였다.
 
 아니, 다르다.
어째선진 몰라도, 요염하게 보였다.
 
 소년이 그 의미를 생각하는 동시에, 질문이 날라왔다.
 
「너, 너는 뭐하는거야」
「아니, 조금. 그렇지, 산착하고 싶어져서 카미죠씨는 밤거리를 흐느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카미죠의 눈이 우왕좌왕하는걸 깨달을 여유는 지금의 소녀에겐 없었다.
수상스럽게 보이진 않았지만, 그에게 들켜서는 안됬다.
아무튼 더블코트 아래엔 노출도가 심한 본디지가 숨겨져 있는것이다.
 
「너야말로, 뭐하는거야?」
「에」
 
 미코토는 알기쉽게 동요해버렸다.
앞머리 주변에서 왕성하게 시퍼런 불꽃이 튀고, 얼굴 전체가 익은 사과같은 색으로 물들어버렸다.
 
「벼, 별로 상관없잖아. 내가 뭘 하든」
「아니, 그건 그렇지만」
 
 소년은 긁적긁적 뒷머리를 긁는 행동을 보이고, 아- 하고 힘빠진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전격사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거북한 침묵이 두 사람의 사이에 떨어졌다.
 
 카미죠는 살짝 쓴웃음을 짓고, 미코토는 혼자 있고 싶다고 판단했다.
부정하고는 있었지만 오히려 화를 내고 있을지도 모르고,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에겐 곧바로 돌아간다는 인덱스와의 약속이 있었다.
적어도 인사만은 활기차게 해두면, 다음에 만날때까지 질질 끌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 난 돌아간다. 다음에 보자, 미사카」
 
 소년은 휙 뒷꿈치를 돌리려고 했다.
 
「아」
 
 그가 돌아가버린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소녀는 반사적으로 불러 세웠다.
 
「음, 왜 그래?」
 
 카미죠에게 있어서 그건 의외였던것 같고, 끔뻑거리며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미코토는 억지로 웃는 얼굴을 입가에 그리고 벤치에 앉아,
팡팡 자신의 옆을 손바닥으로 두드려 보았다.
 
「에 저기, 그. 조금 이야기해도 괜찮지?」
「아아. 네가 그러고 싶다면 상관없어」
 
 카미죠는 시원스럽게 응답하고 목제 의자에 앉았다.
설마, 몇시간이나 이야기 할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뭐지?)
 
 알 수 없는것은 여자의 마음과 가을 하늘이라고하지만, 실제로, 그녀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되돌려보내지 않으면 안되는데, 나는 무슨 소릴 하는거야)
 
 미코토는 손바닥의 땀을 코트의 천으로 닦으면서, 간신히 웃는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앉은것은 이 이상 서있는게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돌아다닌 탓인지, 고간과 가슴팍이 한층 더 꽉 조인것 같았다.
그리고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할수록, 의식이 거기에 향해버린다.
 
 바로 옆에는 카미죠 토우마가 있는데도, 였다.
 
(바보. 바보, 바보……! 무슨 생각하는거야, 나는)
 
 소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맞비비면서 내심 끙끙거리고 있었다.
오싹오싹 등줄기를 빠져나가는 미지의 감각이 의식을 지배할것 같았다.
 
(뭐야, 이거……)
 
 미코토는 무너질것 같은 몸을 허벅지에 양 팔을 찔러넣어 버티고, 꼬옥 눈을 감았다.
더욱이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자신이 있다니, 있을수 없다.
그런 식으로 기쁨을 배웠기에, 그러니까 그를 돌아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괜찮아, 미사카? 너, 땀범벅이라고」
「에?」
 
 소녀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자, 카미죠가 걱정스러운 듯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걱정하는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에게 있어선, 몸 상태가 나쁜것처럼 밖에 보이지 않았기 떄문에.
 
「아아아, 아무렇지도 않다니까……아, 응」
 
 미코토는 당황해서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뺨에 부드러운 뭔가가 눌러와서 무심코 신음소리를 내버렸다.
보기드물게 소년이 손수건으로 닦아주고 있었다.
 
「무, 무, 무」
 
 입술을 부들부들 떠는 소녀에게, 카미죠는 친근한 태도에 대하는 거부반응을 포착하고,
손에 든 수건을 조심스럽게 건내줬다.
 
「그런 표정 짓지마. 아직 안썼고, 제대로 씻어뒀으니까」
「……그, 그래」
 
 미코토는 두근두근하면서 그걸 받아들고, 고마워, 라고 속삭이듯이 말했다.
 
「하지만, 뭐랄까. 더워보여」
「아, 아무렇지 않다니까. 나, 그게, 다이어트 중이니까」
 
 미사카 동생은 이 변명을 듣고 납득했다.
아무튼, 겨울의 일본해같이 거친 마음을 진정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만, 순조롭게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헤에, 미사카도 그런걸 하는구나」
「무슨 의미야」
 
 째릿 하고 미코토는 소년을 쳐다봤지만,
그는 천연덕스런 표정으로 이런 대사를 입에 담았다.
 
「아니, 너 일부러 그런짓 안해도 충분히 스타일 좋잖아」
「……읏」
 
 소녀는 눈가를 복숭아색으로 물들이고, 휙 하고 고개를 돌렸다.
이 남자는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걸까.
 
(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 카미죠 토우마! 알고있다고, 알고있잖아.
이 녀석은 무심코 이런 소릴 하는 녀석이란거, 알고 있는데)
 
 미코토는 작게 머리를 흔들고, 잇몸을 깨물었다.
하지만, 생각과는 반대로 심장고동은 끝없이 높아져갔다.
앞머리는 마치 쥐불꽃이라도 매달은 것 같았다.
 
「어-이, 미사카씨? 왜 그러십니까?」
 
 공포가 목소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카미죠가 물어온 직후,
8시가 됬다는걸 알리는 방송이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그리고, 아직 시라이한테서 연락은 없었다.
 
(어쩌지, 지금이라면 아직 시간에 맞출 수 있어. 이녀석에게 부탁한다면, 어떻게든 해줄거야)
 
 그렇게 생각한 순간, 소녀는 몸 깊은곳에서 뭔가가 물결치는것을 느꼈다.
무의식중에 윗입술을 혀로 적시고, 침을 삼켰다.
 
(……그래, 그것뿐이야. 왜냐면, 이녀석은 사람이 좋으니까.
죽을것 같으면서도 도와주러 가는, 녀석인걸)
 
 미코토는 살짝 기쁨의 미소를 입가에 그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부끄러움이 없는건 아니었다. 자포자기한것도 아니었다. 마음이, 그걸 바랬던것이다.
 
「저기」
「응?」
 
 시선이 교차했다, 흑발의 소년에게서 두려움이 사라졌다.
잘 설명 할 순 없었지만, 소녀의 모습은 지금까지의 모습과 달랐기 때문이다.
 
「부탁이 있어」
「하?」
 
 갑작스런 주문을 받은 카미죠는 되물어보고,
미코토가 코트의 가슴팍을 여는걸 보고 눈을 크게 떴다.
 
「헤…… 잠깐, 너」
 
 숨기고 있던 새하얀 피부가 전등에 비쳤던건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거기에 있던걸 소년은 뇌속에 확실히 새겨넣었다.
무엇보다 가슴팍을 노출한 그 옷은, 그가 츠치미카도에게 맡겨달라 부탁받은것과 같은거였기 때문이다.
 
「……너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어」
 
 놀리는것도 아니고 매달리는 눈빛으로 보여져서,
카미죠는 몸의 일부분이 반응해버리는걸 멈출 수 없었다.
 
 
 
「아-, 알았어. 어떻게든 해줄게」
 
 사정을 다 들은 소년은 굳이 미코토에게서 시선을 피하고 슥 일어났다.
이래선 어쩔 수 없다. 로커를 열고, 열쇠를 꺼낼 수 밖에 없었다.
 
(이녀석이, 미사카가 부끄러움을 참고 부탁한거야. 이 정도는……)
 
 불행해, 라고 남몰래 한숨을 쉬고 카미죠는 앞으로 갈 수 없다는걸 깨달았다.
자세히 보자, 소녀가 셔츠 소매를 잡고 있었다.
 
「저기, 옷 늘어납니다만」
「하지만」
 
 자신을 올려다보는 미코토를 보고, 흑발의 소년은 뺨을 긁는 행동을 해서 살짝 탄식했다.
 
「열쇠 가져오면 되는거잖아? 그러니까」
「여기에, 두고갈 셈?」
 
 불안한것 같은 표정으로 묻는 소녀에게, 카미죠는 충동적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숨을 삼켰다.
한번 의지한다고 정한 이상, 남겨졌을때의 쇼크는 필시 클것이다.
곤란한 얼굴을 보일지, 혹은 울어버릴지도 몰랐다.
 
 그 모습을 상상하자, 오싹오싹 등뒤를 빠져나가는것이 있었다.
 
(뭘 생각하는거냐, 카미죠 토우마. 진정해라, 진정하고 심호흡)
 
 소년은 세게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마셔 천천히 그걸 내뱉었다.
같은 동작을 세번 반복하고, 다시 눈동자를 떴다.
 
 미코토는 괴아한듯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뭐하는거야」
「아무것도아냐」
 
 설마 사실을 말할 수 있을리 없고,
카미죠는 바득바득 머리를 긁고 소녀에게 팔을 내밀었다.
 
「손, 잡아줄게」
「에?」
 
 깜빡깜빡 거리는 미코토를, 흑발의 소년은 살짝 눈가를 복숭아색으로 물들이면서 말을 더했다.
 
「같이 가자」
「아, 응」
 
 소녀는 살짝 뺨을 붉히며 끄덕였다.
그리고, 아주 조금 망설이고 나서 부끄러운듯이 꽉 카미죠의 손을 잡았다.
 
 
 
 학원도시에서도 여기 제7학구는 주민의 대다수가 학생들이고,
지금 시간대에 외출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당당하게 큰거리를 걸어가지 않고, 두 사람은 사람의 눈을 피해 로커까지 가고 있었다.
 
「저기」
 
 처음엔 얌전하게 팔을 잡고 있던 미코토였지만,
도중에 방향이 자신들의 기숙사가 아닌걸 깨닫고 물었다.
 
「어디에 갈 셈?」
「로커. 거기에 열쇠가 들어있어」
 
 카미죠는 앞을 보고 불쑥 중얼거렸다.
자세하게 설명하면 여러가지로 곤란하기 떄문에, 실로 간결한 대답이었다.
 
「열쇠라니, 어째서 그런게」
「상관없잖아, 별로」
 
 소년은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걸음을 멈췄다.
 
「여기다」
 
 소녀가 손을 놓을 생각이 없다는걸 깨달은 카미죠는,
비은 한쪽 손으로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들어 문을 열었다.
여분의 지출은 있었지만, 사람을 돕기 위해서라 생각하면 싼것이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여기에 들어있는 물건을 보고, 아무 질문을 받지 않을리가 없었다.
 
「잠깐」
 
 아니나 다를까, 봉투의 내용물을 본 미코토는 반쯤 감은 눈으로 흑발의 소년을 쳐다봤다.
 
「어째서 네가 이런걸 가지고 있어」
「어쩔 수 없어. 맡아달라고 부탁받았으니까」
 
 거짓말은 아니지만, 괴로운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은것 같아 카미죠는 뾰루통해졌다.
실제로, 미코토는 수상스런 시선으로 보고있는게 아닌가.
 
(이 빚은 확실히 갚아주지, 츠치미카도)
 
 가슴속 선글라스 친구에게 욕설을 하고, 소년은 봉투를 꺼내들었다.
해결되지 않는 일로 끙끙대지 않는게 그의 장점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거야. 한번 집에 돌아갈까?」
 
 카미죠가 가벼운 어조로 묻자,
소녀는 몇초간 망설이고 나서 주변을 돌아보고, 어떤 한 곳에 시선을 멈췄다.
 
「저기. 저 화장실에서 갈아입을게」
「알았어」
 
 맞장구를 친 직후, 카미죠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너도 따라와」
 
 정면에서 눈을 보고, 미코토는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봉투를 들고, 그래. 하지만, 넌 여길 보지마」
 
 공중 화장실의 개실은 말할것도 없이 1인용이다.
휠체어에 앉은채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지만,
일반적으로 서양식 변기가 놓여져 있는곳에 두 명이 마주볼 기회는 극히 드물고,
볼일을 본다는 본래의 목적이라면 문제없는 넓이였다.
 
 하지만, 지금 여기의 여자 화장실의 개실은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터무니 없는 소리 하지 마. 아니, 기다려 주세요 미사카씨!
저는 별로 그 당신의 눈부신 살결을 보고 싶다던가,
그런 엄청난걸 생각한 적은……붑」
「잠깐, 조용히 하란말야. 누가 들으면 어떻게 할거야」
 
 들고 있던 봉투를 안면에 꽉 눌려 침묵하는 카미죠에게, 미코토는 소리를 작은 소리로 빨리 말했다.
여기서 통보되는 날에는 모든게 물거품으로,
그렇게 될바에야 차라리 시라이에게 고개를 숙이는게 낫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나도 여기에 들어올 필요는 있었냐」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실은, 그렇게 한 자신에게 그녀는 놀라고 있었다.
보지말라고 해놓고서, 그를 일부러 이 안에 데리고 온것은 미코토이다.
 
(이제, 아무것도 모르겠어. 어떻게 된거야, 나)
 
 당황스러움을 느끼고 있다는건 확실했다.
하지만, 말로 형언 할 수 없는 고양감을 느끼고 있는것도, 또 거짓없는 사실이었다.
 
(이래선 단순한 변태잖아. 아아, 진짜!)
 
 급격에 타오르는 수치심에 소녀가 머리를 움켜쥐고 고민하고 있자,
카미죠가 걱정하며 물어본다.
 
「괜찮아? 뭣하면 밖에서 기다릴게」
「됐으니까 넌 거기 있어」
 
 미코토는 뺨을 붉히면서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조금이라도 보면 죽일거야. 하지만, 보는것 뿐이니까. 만지면, 용서 안할거야」
「헤……?」
 
 모순된 발언을, 그녀는 깨다지 못한걸까.
멍한 얼굴의 카미죠를, 소녀는 작은 소리로 고함쳤다.
 
「알았으면 대답은?!」
「네, 넵!」
 
 이건 어느샌가 입장이 뒤바뀐것 처럼 보이지만, 그런건 아니었다.
본인에겐 그런 의식은 없었지만, 그녀는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바로 옆에 있어주세요, 나를 봐주세요, 라고.
 
 
 
 약한 전구의 빛은 생각보다 타개 작업을 난항시키고 있었다.
 
「어두워서 열쇠구멍이 잘 안보여. 어깨좀 빌려줘, 이 위에 올라갈테니까」
「그건 상관없는데 괜찮냐」
 
 약속대로 소녀의 몸을 가능한 보지 않으려고 한 카미죠는,
살짝 시야 구석에 비친 소녀의 기복에 당황하고 있었다.
그 때, 그는 문득 어떤 생각에 미쳐 소리를 질렀다.
 
「잠깐 기다려 미사카, 잘 생각해보니 이런데서 자물쇠를 벗기고 갈아입는건 어떻게 할……」
「에, 바보, 갑자기 움직이면……꺄앗」
 
 당황해서 고간근처를 손으로 가리려고 해서 중심을 잃은 미코토는,
하마터면 넘어질뻔한것을 간신히 소년에게 어깨를 지탱하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손바닥 안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왜 그래, 미사카」
 
 불러봐도 미사카한테서 대답은 없었따. 정확하게는, 갑자기 대답 할 수없었다.
 
 왜냐하면, 지금의 소동으로 열쇠의 뿌리부터 앞이 부러져버렸던 것이다.
 
「열쇠, 부러져버렸어」
 
 흑발의 소년은 이 사건에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진짜냐, 하고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부들부들 소녀의 입술이 떨리며 눈물 방울 몇개가 뺨을 굴러 떨어졌다.
 
「……히끅, 우으……」
 
 팽팽한 실이 끊어져버린것 처럼,
어안이 벙벙해진 카미죠의 앞에서 미코토는 우아앙 울기 시작했다.
 
 
 
「미사카」
「……뭔데」
 
 히끅히끅 코를 훌쩍이면서 뾰로통해진 얼굴로 대답하는 소녀에게,
흑발의 소년은 말 없이 손수건을 건내주고, 조용히 눈꺼풀을 닫았다.
수치심도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마음껏 울며 아우성친 탓으로, 미코토의 얼굴은 엉망진창이었다.
눈은 부어있고, 떨어트리고 있는건 눈물만이 아니었다.
빤히 바라보는건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때 카미죠는 함께 한탄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과는 다른 선택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
 
(불행하기만 한 매일이었지만, 조금은 좋은 일도 있구나)
 
 어찌된 영문인지 뒷 주머니에 넣어둔 니퍼를 꺼내고, 흑발의 소년은 웃었다.
다행이, 여기엔 같은 물건이 두개 있었다. 그걸 교환하자는 것이다.
 
「내가 부쉈다, 라는걸로 할게. 그러니까 너는 이걸 입고 돌아가. 벌써 자물쇠는 풀었잖아」
「……하지만, 이건 빌린물건이랬잖아」
 
 카미죠는 상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고, 미코토의 어깨를 팡팡 두드렸다.
물건은 변상하면 된다. 하지만 상처입은 마음은, 금전으론 달랠 수 없다.
 
「됐으니까 가만히 있어. 빨리 안가면 시라이가 돌아오잖아?」
「알았어」
 
 요소를 연결시킨 의상의 일부를 진지한 얼굴로 빨리 자르기 시작한 소년을 보고,
토키와다이의 소녀는 꾹 눈썹을 대면서 겨우 웃는 얼굴을 되찾았다.
 
「고마워」
 
 이 후 택시로 미코토를 여자 기숙사 근처까지 보내주고 나서 자기 방으로 돌아온 카미죠는,
순백 수녀의 건강한 치아에 의해 극진한 세례를 받았던 것이다.
 
 
 이렇게해서, 카미죠 토우마와 미사카 미코토에게 있어 길었던 하루는 막을 내리게 됬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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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1.00 09/07/27
ver.1.53 09/07/30
 
~어떤 소녀의 부끄러운 호기심・무대 뒤~
 
 모든걸 원래대로 정리한 미코토는,
얼른 샤워를 하고 불을 꺼 바로 침대로 들어갔다.
서있을 여력도 없이, 심신이 모두 지쳐버린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결코 불쾌한게 아니었다.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충족감과, 해방감이 있었다.
 
(꿈, 은 아니지)
 
 미코토는 하늘을 보며 침대에 누운 상태로 살짝 눈꺼풀을 들어올리고, 시선을 공중에 두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너무도 현실이라고는 생각 못할 사건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그녀석, 놀랬어)
 
 언제부터인가 스스로가 스스로를 모르게 됬다.
원래, 뭘 생각해서 그 옷을 입으려고 했던걸까.
 
 그 때, 문이 열리고 팟 하고 방안이 밝아졌다.
미코토는 눈이 부셔서 반사적으로 눈을 감으면서, 후배가 돌아왔다고 멍하니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지금은 몇시인걸까. 돌아오고나서 한번도 시계를 보지 않았다는걸 깨달았다.
 
 그러는 사이에, 방안으로 들어온 시라이가 숨을 삼키는 기척이 전해졌다.
 
「언니, 주무시고 계세요?」
 
 미코토는 일순 대답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고,
그저 트윈테일의 룸메이트는 세면대로 이동했다.
평상시부터 폭주하는게 많은 시라이였지만,
이런때는 버릇없게 얼굴을 들여다보지 않는다는것 만큼은 분별력과 배려는 있는것 같았다.
 
「어쩔 수 없군요. 완전히 늦어버렸고」
 
 방 저편에서 후배가 중얼거리는 이야기를 흘려들으면서, 토키와다이의 에이스는 살짝 숨을 쉬었다.
 
(오늘은 정말로 지쳤어)
 
 얼마나 하드한 수업이나 특훈 뒤에도, 이렇게까지 지치진 않았다.
지금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것 조차도 사양하고 싶을 기분이었다.
 
(뭐라고할까, 또 그녀석에게 도움받았네)
 
 희미하게 상기된 뺨을 살짝 느슨하게 하고, 정체를 모르는 감각이 슥 소녀의 가슴을 지나갔다.
 
(……뭐랄까 정말, 여러가지로 굉장했어)
 
 미코토는 자기도 모르게 할짝 입끝을 핥고, 방금전보다 다소 열기 띤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마음은 흥분한것보다 휴식을 바란것 같았고,
곧바로 사고는 안개가 낀것처럼 흐릿해져갔다.
 
(……어쩐지, 생각하는것도 지쳤……어……)
 
 그대로 나른함에 몸을 맡기는 사이에 어느샌가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차회 예고
 능력측정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낸 미코토는, 그 이유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
이전 여성 검사관에게서 들은 충고대로, 역시 『숨돌리기』는 소중한것이다.
(또 그녀석에게 부탁해서…… 뭘, 생각하는거야 나는!
정말, 바보바보바보! 난 바보!)
 소녀의 마음과는 반대로, 아니, 미코토의 소원대로 육성게임은 다시 막을 열었다.
 
제 4화「“구속"위반?!(가짜)」
 
 그럼, 다시 여러분과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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