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emory for 42days -  흔들리는 증기를 삼키며.
 
 
 
 
리플레이를 반복하는듯한 변함없는 아침.
am6:00를 기입한 디지털 시계의 알람을 끄고 나는 블랑켓을 어깨에 걸치고 1층 찻집으로 향한다.
차가운 계단을 빠른걸음으로 내려가 문에 손을 댔다.
 
 
"……안녕. 오늘은 일찍 일어났군"
 
"헤헤, 안녕하세요. 선배도 평소대로 일찍 일어나네요"
 
 
선배가 앉은 카운터 석의 옆에 앉아 나도 준비한 브렌드를 들이킨다.
어제 달아놓은 테루테루 보우즈가 효력이 있었는지 창밖은 어스푸른색의 하늘이 펼쳐져있었다.
여름의 푸른 하늘도 좋아하지만 어스푸른색의 하늘도 싫지 않다.
 
 
"자, 선배. 슬슬 외출 준비를 해주세요"
 
"……"
 
 
선배는 컵을 입에서 떼고 수상쩍게 내 얼굴을 쳐다봣다.
그렇게나 이상한 소리를 했나.
나는 이렇게나 오늘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증말. 얼마전에 약속했죠? '이건 빚'이라구요"
 
"……으. 기억하…"
 
"그렇겐 안 되요. ……자요, 빚을 갚는건 당연한 의무에요. 오늘은 제가 하는 말을 들어주셔야겠어요"
 
"……하아. 짐들기 정도라면 얼마든지 해주마"
 
"호오, 좋은 마음가짐이네요. 그럼 준비를 서둘러요"
 
 
………
……

.
 
 
"네. 도착했어요!"
 
"……야. 어떻게 된 거야?"
 
"뭐가요?"
 
"뭐가고 자시고. 쇼핑 아니었어?"
 
"언제 쇼핑이라고 했나요? 저는 외출할거라고 말했어요"
 
"……"
 
 
두 칸 편성 로컬 전차에서 내려 무인 개찰구에서 나온다.
도내의 몇 배는 높게 쌓였을 눈의 벽에 사이끼인 도로와 목조의 평탄한 건조물이 드러선 마을.
마을의 한 가운데를 경계짓듯 흐르는 강에선 증기가 떠오른다.
여기저기서 새어나오는 유황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여기는 내가 상상하는 틀림없는 온천 마을이다.
 
 
"어, 그러니까. 오늘 묵을 숙소는 저쪽이네요"
 
"묵어!?"
 
"물론이죠. 하루 갔다 돌아오는건 아깝잖아요"
 
"바, 바보냐? 애시당초 묵을 준비는 안 갖고 왔다고"
 
"제가 선배 몫도 갖고 왔어요"
 
"가, 가게는 어떡할거야!"
 
"오늘, 내일은 쉽니다, 라고 붙여뒀어요. 애시당초 손님도 그리 오지 않으니까 괜찮아요"
 
 
갑자기 허둥대는 선배를 두고 나는 숙박예정 숙소를 찾는다.
어느 건물도 귀엽고 멋져서 숙박처를 상상하고는 가슴이 들뜨고 만다.
 
 
"아! 있어요!"
 
"……"
 
"자요, 가요!"
 
 
나는 선배의 팔을 잡고 숙소 문을 통과한다.
물레방아가 도는 정원을 곁눈으로 현관에서 숙박처 여주인이 맞이해주었다.
 
 
"어서오세요. 이름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히키가야에요-"
 
"네. 히키가야 님이시군요. ……히키가야 하치만 님과 히키가야 이로하 님 두 분이 맞으십니까?"
 
"잠깐만"
 
"네! 맞아요!"
 
 
캐리어 케이스를 여주인에게 맡기고 나와 선배는 신발을 벗고 숙소내 건조물에 시선을 빼앗기면서 여주인의 안내를 따라간다.
 
 
"야, 잇시키 이로하. 아까전에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아까전이라니, 뭐가요? 히키가야 하치만 선배"
 
"이름 말이다! 이름!"
 
"아아. ……수수께끼네요"
 
"……이 애, 머리 이상해져버렸어."
 
 
미끄러운 복도를 걷고 있으니, 여주인이 어떤 방 앞에 멈춰서서 무릎을 꿇고 문을 열었다.
 
다다미가 깔린 방에는 검은 테이블과 앉은뱅이 의자가 중앙에 놓여 있고 창 밖을 쳐다볼 수 있도록 장지문이 크게 열려있었다.
창문으로 보이는 눈으로 덮인 산들이 어디까지나 이어진다.
 
 
"와-! 멋져요!"
 
"……뭐 나쁘지는 않군"
 
"……. 화났어요?"
 
"화났어요"
 
"우으"
 
"……, 하지만 이 숙소는 나쁘지 않군. 거기다 온천도 싫지 않고. ……, 그러니까 뭐, 그거다. 숨 돌리기 정도라면 할 수 있을지도"
 
 
머플러를 입가로 척 잡아당기는 몸짓.
선배는 수줍어할때 자주 입가를 가린다.
이미 난방이 틀어져있는 방에, 거기다 벗지도 않고 머플러를 차고 있던 선배는 앉은뱅이 의자에 앉으면서 창밖을 쳐다봤다.
 
 
"……여전히 너무 다정해요. 그러니까 제가 기어오르는거라구요"
 
"자각하고 있는거냐"
 
 
자각하고 있다.
그게 나 자신인걸.
나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뭘 바라고, 뭘 하고 싶은건지.
분명, 응석쟁이인 나는 선배의 다정함에 녹아들어 몸을 맡기고 만다.
 
다정한 선배니까.
 
줄곧 함께 있기 해주세요, 그렇게 말하면 선배는 받아들여줄것 같아서.
 
떠오르는 증기처럼 흔들흔들 요동치는 아련한 마음을 날려버리고, 나는 선배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지금을 소중히 하려고 결심했으니까.
 
 
23/42days



 

:
BLOG main image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fpvmsk) by 모래마녀

공지사항

카테고리

모래마녀의 번역관 (1998)
내청춘 (1613)
어떤 과학의 금서목록 (365)
추천 종합본 (2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태그목록

글 보관함

달력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Today : Yesterday :
07-19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