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emory for 42days - 과거에 바람을 불며.
새카만 세계.
난방도 조명도 꺼진 가게 안에서 나는 무언가에 걸려 넘어질뻔한다.
직전에 무언가를 잡아 위기를 모면했지만,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건 변함없다.
"……아아, 정전같군. 눈으로 전선이 끊겼나?"
"선배-. 아무것도 안 보여요-"
밖에서 들어온느 달빛이 유일한 지침이다.
돌아다니는걸 포기하자.
무언가에 부딪쳐 가게 물품을 망가뜨릴지도 모른다.
어두움에 시야를 빼앗긴 나에게, 가게 안에 잇는 다른 한 명의 존재는 술술 움직이고 있다.
가게 안의 레이아웃을 숙지하고 있을 선배라면, 앞이 안 보여도 움직이는건 가능한 모양이다.
"……어디, 이 부근에……, 있다"
"오오! 회중전등! 준비성이 좋네요!"
"음. 양초도 있다"
회중전등으로 주위를 밝히면서, 찾아낸 양초에 불을 피운다.
화륵, 빛나는 작은 불을 보고 있으면 왠지 차분해진다.
달콤한 향기도 퍼졌다.
아무래도 아로마 양초였던 모양이다.
……왜 아로마 양초 같은걸 갖고 있는거지?
"이걸로 대충 밝아졌군. 난방도 멈춰버린건 문제군"
"조금 추워졌네요. ……아! 그렇지! 선배, 회중전등 빌려주세요!"
나는 가게에서 2층으로 올라가 어떤 물건을 갖고 온다.
급하게 가게로 돌아와, 카운터 자리에서 아로마 양초에 손을 대고 잇는 선배를 뒤에서 껴안았다.
"와-악!"
"윽. 허둥대는 녀석이군"
"짜잔-! 모포를 갖고 왔어요-!"
"……한 장이군. 네네, 나보곤 얼어 죽으라고?"
"후후후. 이러면 한 장으로 충분하잖아요?"
모포를 펼쳐서 선배를 감싸고, 그 옆에 파고들듯 나도 모포로 들어갔다.
무엇보다도 따뜻한 난방기구다.
"…따뜻하네요오"
"……뭐, 부정은 하지 않지만"
옆의 체온이 조금 오른 기분이 든다.
따뜻함을 찾아 양껏 기댔다.
화조띤 얼굴도 지금이라면 보이지 않으니까 안심이다.
"대학생 시절에, 이렇게 선배랑 또 재회할 수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듣기엔 좀 나쁠지도 모르지만, 저희는 거의 2년간, 같은 고등학교에 있기만 한 학생 사이였으니까요"
"…그런가"
"6년이라는 시간동안, 저희는 서로 간섭없이 생활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어깨를 나란히 사이 좋게 대화하고 있으니까요. 인생은 참 재미있네요"
스스로 말하면서도 후회한다.
아주 조금의 보신이, 우리들의 관계를 단순한 학생사이라고 표현해버렸다.
적어도, 나는 선배에게 여러 감정을 품고 있었는데.
"……"
선배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표정도 변하지 않고, 농담도 하지 않는다.
마치,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선배?"
"……아, 아아. 왜 그래?"
"멍하니 있고, 생각하는거에요?"
"……아니"
"므-. 저를 방치한 벌이에요. 제가 모르는 6년간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 흑역사밖에 없는데?"
"오, 그건 재미있을것 같네요오"
선배는 나를 노려보면서 또 무언가를 생각한다.
살짝 끄덕이고, 어딘가 결심한것 처럼 무거운 입을 열었다.
"……나에게는 악마 지인이 있거든, 그 녀석하고 괜찮은 계약을해버린 이야기인데….
악마에게 내 죄를 먹인다. 그 대신에, 그 녀석이 하는 말을 한 가지 듣겠다는 계약.
……뭐어 나도 반신반의했지만"
"헤-, 왠지 옛날 이야기 같네요"
"정말이다. 나도 그때는 놀랬어. ……이것이 속죄가 되고 있는건진 모르겠지만"
"…무슨……, 의미에요?"
조금 건조한 분위기가 흐른 느낌이 들었다.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분위기가.
나에게 있어, 잔혹하고 비정한 마음이 파동치는 듯한 감각.
분명, 선배가 만들어낸 웃긴 이야기다.
왜 나는 이렇게나 불안해지는걸까.
선배와 나의 눈이 마주치고, 선배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때, 내가 보기만 해버린 죄를…… 너는…"
뚜둑.
선배의 말을 갈뫅듯, 암흑이었던 가게를 밝은 빛이 비춘다.
정전이 고쳐진건지 가게내 조명이랑 가전제품이 일제이 작동한다.
에어컨에선 따뜻한 바람이 불어, 그 바람에 양초불을 꺼진다.
마치,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라고 말하듯이.
"……. 오, 부활했군. 나는 방으로 돌아갈게"
"아, 네. 안녕히 주무세요……"
크게 흔들린 그네에 작은 힘이 더해지듯, 내 마음은 크게 흔들거린다.
이 흔들거림은 분명 자연히 진정될거다.
내일은 선배에게 웃는 얼굴로 말을 할 수 있다.
나는 꺼진 아로마 양초에 불을 다시 켜고, 그걸 쳐다보며 눈을 감는다.
내일부터도 기분 좋은 당신의 곁에서 보내는 것을 뇌리에 그리며.
11/42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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