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부의 난1
 
 
 
 
"선배-, 그 무릎덮개 안 어울리게 귀엽지 않아요?"
 
"……아? 아아, 코마치 녀석을 데리고 나갔다 왔으니까"
 
"헤에-, 안 어울리네요"
 
"……시끄러"
 
실내라고는 해도 한겨울이라는 시기다. 손발이 차가운 시기이며, 조금 통증을 느낄 정도로 춥다.
 
이 정도로 춥다춥다 거리면, 설국의 분들에게 시선을 받을것 같지만……추운건 추운거다.
 
유키노시타로부터 은혜받은 홍차로 따뜻함을 취하려고 찻잔에 손을 뻗는다.
 
……응, 맛있어.
 
"그런데 잇시키"
 
아까전부터 문고본을 펼치고 침묵하고 있던 유키노시타가 갑자기 책을 덮고 말을 한다.
 
"아, 네. 뭔가요?"
 
"오늘은 무슨 용건으로 여기에 있는거니"
 
"아-…………한가 했으니까요?"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나와 유키노시타를 교대로 힐끔 쳐다보면서 잇시키는 그렇게 말한다. 그 손에는 당연하다는듯이 홍차가 든 종이컵이 있다.
 
"너, 학생회랑 축구부는 어떡했는데"
 
"오늘은 둘 다 쉬어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종이컵을 척 살짝 기울이고 목을 적신다.
 
"……혹시, 오면……안 됐어요?"
 
상습수단. 불안하단 눈빛으로 올려다본다. 역시 약았다.
 
"……딱히 그런건 아니다만"
 
압도되는 내 모습을 보고나서 유키노시타한테서 작은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정말로 무르네"
 
"……그런게 아냐"
 
"어떨련지"
 
코를 풀듯이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다시 문고본을 펴고 읽기 시작한다.
 
"잇시키, 하나 말해둘게"
 
"뭔가요?"
 
문고본이 있는 손에 시선을 둔채로 그녀는 말한다.
 
"그 남자하고 관계가지면 제대로 된 일이 없으니까 아무쪼록 조심하렴"
 
"……나는 저주나 숭배 대상이냐"
 
"꼭 틀린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눈이 특히"
 
"……너네 말이다"
 
따금따끔 이쑤시개로 찌르는 듯한 소리공격이 이어진다. 이런때에 유이가하마가 있으면……하고 평소라면 유이가하마가 앉아있을 위치에 눈을 향한다. ……응, 있든 없든 소리공격은 멈추지 않나.
 
하지만 유이가하마가 없으면 뭐하군. ……응, 뭐하다. 휴대폰을 조작하는 '삑삑삑삑' 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쓸쓸하네……. 정말로 아쉬운 녀석을 잃고말았다. 후회해도 후회가 멈추지 않는다. 그 녀석은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천국에서 우리를 지켜봐주고 있으면 기쁘다. ……아, 지금 그 녀석의 목소리가 들린것 같아. 거짓말이지. 환청인게 뻔해. 왜냐면 그 녀석은 이미…….
 
멍하니 있으니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이 진동하는걸 깨달았다.
 
그걸 꺼내고 메일 어플을 연다.
 
『힛키, 지금 뭐 이상한 생각 안했어!?』
 
아무래도 건재한 모양이다. 라고할까 그 녀석은 에스퍼야 뭐야?
 
오늘 유이가하마는 축구부가 쉰다고 해서 미우라랑 하야마네랑 놀러나간 모양이다. 아무래도 내일 스키장에 간다고 해서 그 사전협의를 겸한다나. ……폭발 안하려나. 스키라고 하는것만으로 리얼충 냄새난다. 멋대로 게렌디가 녹아버릴 정도로 사랑했다.
 
"선배? 왜 그래요?"
 
"……앙?"
 
"왠지 엄청 기분 나빠보였어요"
 
"……아아. 너는 내일 같이 안 가? 스키"
 
"하아? 뭐에요 그거, 꼬시는거에요?"
 
"아냐. 하야마네랑 말이다"
 
"아-, 하야마 선배말인가요. 헷갈리는 말투 쓰지 말아주세요"
 
"헷갈리는거 아무것도 없잖아. 내가 너를 꼬실거라고 생각해? 그럴리가 없잖아"
 
"………………확실히 그렇지만요"
 
잇시키에게 있어선 뭔가가 불만이었던 모양인지, 다소 기분 나쁘다는 오러를 뿜고 있다. 아마, 하야마에게 권유받지 못한게 불만이겠지.
 
하야마니까 '학생회랑 매니저 일로 피곤할테니까' 같은걸 생각해서 부르지 않았겠지만. 정말이지 죄많은 녀석이다.
 
"뭐, 다음이 있겠지. ……할 만큼 해보면 돼"
 
"……하아?"
 
……어라? 가볍게 응원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이 자식' 이라는 눈으로 일축당했네?
 
"무슨 소리를 하는거에요?"
 
……이거 봐.
 
 
 
 × × ×
 
 
"그럼 저는 먼저 실례할게요"
 
결국 잇시키는 뭘 하는것도 아니고, 그저 홍차를 마시고 적당하게 푸념하다가 그것만 하고 돌아가버렸다. ……정말로 심심해서 온것 같다.
 
잇시키가 사라진것으로 인해, 살짝 이 방의 온도가 내려간 느낌이 든다.
 
유이가하마도 없고, 지금 여기에 있는건 나와 유키노시타 둘뿐.
 
특별히 할 얘기도 없어서 둘이서 손에 있는 책을 볼 뿐이다.
 
정적으로 가득찬 공간에 종이를 넘기는 소리만 울린다. 평소 아무렇게 생각하지 않는 작은 소리지만 오늘은 달리 명확하게 들려온다. 그리고 그것이 기분 좋게 귀에 스며든다.
 
내가 종이를 넘기는 소리를 울리면, 유키노시타가 종이를 넘기는 소리를 울린다.
 
이상하게도 그 소리의 간격은 변함없이 일정해서, 그것이 지금 이상하게도 기분 좋은 느낌으로 이어지고 있다.
 
평소보다도 읽고 있는 책의 세계에 깊게 몰입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타악' 하는 유키노시타가 책을 덮는 소리가 몹시 크게 들린건.
 
"히키가야, 잠깐 괜찮겠니"
 
"……뭔데"
 
나는 문고본에 눈을 둔채로 말한다.
 
"그게……"
 
"……뭔데"
 
말을 흐리는 유키노시타의 말에 나는 손가로 보내고 있던 고개를 든다.
 
시선 끝에 있는 유키노시타는 왠지 몸을 트는 몸짓으로 입을 연다.
 
"그게……내일, 우리 집에 와주지 않겠니"
 
"…………………하?"
 
이 때 나는 분명,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얼빵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 것이다.
 
 
 
 
 
 
 
 
 
 
 
인터폰을 손가락으로 누르고 잠시 기다린다.
 
『……네』
 
"나다. 열어줘"
 
『나야나 사기라면 사양하고 싶은데』
 
"……너, 아까도 로비에서 그 대화 했잖아"
 
『어머, 잘도 기억하고 있었구나. 히키가야 치고는』
 
"바로 직전이었잖아. ……됐으니까 열어줘. 현관 앞에서 이런 짓을 하면 다른 주민에게 수상쩍어질거 아냐"
 
『그도 그렇구나. 네 인상으로는 발찌를 찰것 같은걸』
 
"나를 까지 않으면 마음이 안 풀리냐, 아니면 그런 병이라도 걸린거냐 너는……"
 
『지금 열게』
 
문이 천천히 열리고 그 틈새로부터 유키노시타가 천천히 고개를 내민다.
 
"……들어와"
 
"……오오"
 
문화제 무렵이었으니까 약 5개월만일까. 그 때도 그랬지만 역시 익숙치 않다.
 
푸른 청바지와 에이프론이라는 이제부터 할 일을 중시한듯한 차림의 유키노시타의 뒤를 따라 3LDK 구조를 지나간다.
 
진정되지 않는다.
 
뭐가 진정되지 않냐고 하면 우선 이 냄새다. 나쁜 냄새는 아니다. 오히려 좋은 냄새다. 다른 사람의 집의 냄새라는건 여하튼간에 자신이 지금 익숙하지 않은 곳에 있다는걸 알게 한다.
 
그리고 사복차림의 동급생. 이것도 또한 진정되지 않는다. 익숙한 교복 모습이 아닌것 만으로도 진정이 되지 않는데, 유키노시타는 머리형태까지도 평소와 다르다. 마치 하나로 묶은듯이 해서 머리 고무로 묶고 있는 것이다.
 
동년배 여자의 자택, 그것도 단 둘이 있다는건 처음인건 아닐까.
 
어렴풋하게 기억이 있는 거실에 들어가고나서 유키노시타는 이쪽을 돌아본다.
 
내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고 한 마디.
 
"히키가야, 너 거동수상한것도 정도가 있어"
 
"……어쩔 수 없잖아"
 
눈에 보일만큼 진정이 되지 않았던것 같다.
 
"뭐 됐어. ……그럼 바로 가구 이동을 도와주겠니"
 
"…………아아"
 
이것이 오늘 내가 호출받은 이유다.
 
실내 청소를 하기 위해 가구나 가전제품 등,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것을 움직이고 싶다는 모양이다.
 
본래는 유이가하마도 부를 생각이었던 모양이지만, 그녀는 오늘은 설산에서 뒹구를 예정이라서 말을 걸지 못했던 모양이다.
 
남자를 들이는데 저항은 없냐고 물어보니, "철지난 보기라고 생각하기로 했어"라고 한다.
 
아무래도 신용은 받고 있는 모양이다.
 
뭐, 이 경우에 있어서 신용은 나의 남자로서 자존심을 뒤흔드는 문제인것 같기도 하지만, 신경쓰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어쨌든 상대는 유키노시타다. 손을 대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는것 만으로 몸이 얼어붙는다.
 
이 의뢰에 대한 행동을 하면, 그 대가로 점심을 대접해주는 모양이라서 그걸 기대하기로 하자.
 
"히키가야, 우선 이 소파를 움직이고 싶은데"
 
"아아, 알았어"
 
 
 × × ×
 
 
시각은 점심시간을 조금 지난 무렵.
 
아직 할 일은 많이 있지만 일단 점심겸 휴식을 하자고 유키노시타가 제안을 해서 거기에 편승하는 형태로 식탁 의자에 먹이를 기다리는 개처럼 앉아있다.
 
부엌에서 풍기는……이건 치즈일까? 그 향기가 내 비공을 간질어서 배가 소리를 낸다.
 
이미 내 위장은 임전태세다.
 
울부짓는 뱃속 벌레를 문지르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부엌에서 요리를 든 유키노시타가 나타난다.
 
"간단한거지만……"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가 내 앞에 둔것은…….
 
"까르보나라인가"
 
"혹시, 싫어하는거니"
 
"아니, 그런건 아니야"
 
"……그래, 그럼 상관없지만"
 
눈 앞에 놓인건 선명한 황색이 눈에 비치는 까르보나라. 한 입크기로 썰린 베이컨과 파스타면이 치즈나 생크림일까, 거기에 듬뿍 감겨있어서 그 정점에는 계란의 노란 몸이 왕좌처럼 자리잡고 있다. 악센트처럼 주장을 잊지 않는 검은 후추의 존재도 좋다. ……그냥 보는것 만으로도 맛있다는걸 알 수 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손을 모으고 말한다.
 
포크를 한 손에 들고.
 
빙글빙글 한입에 들어갈 정도의 양을 감는다. 그리고 입에 넣는다. 저작.
 
……응. 틀림없어.
 
씹을때마다 순한 향과 맛이 후각과 미각을 자극. 거기다 베이컨의 여분이나 흑후추의 자극이 뒤를 따른다.
 
두 입째는 계란을 가르고나서 입 안에 넣는다.
 
뭐야 이거 맛있어. 트레피아아아아아앙!
 
계란에 휩싸여, 그것이 순한 맛이 되어 내 혀가 유린된다. 삶은 면발도 발군이고, 삼킬때 느낌도 좋다.
 
곁들여진 샐러드에도 손을 대본다.
 
사각사각 씹히는 생야채가 레몬풍미의 드레싱에 어울려, 더욱 그 산뜻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청량감, 느끼한 까르보나라와 상성도 좋다.
 
"……어떠니?"
 
눈 앞의 요리에 푹 빠져있으니 마찬가지로 눈 앞에 앉아있는 유키노시타가 말을 건다.
 
"응? 맛있어"
 
"……그래"
 
그 감상에 아무래도 만족한 모양이라, 유키노시타도 요리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정말로 맛있네, 이거. 그야말로 가게에 내도 좋을 정도다.
 
어제는 나를 모기라고 했지만 모기에게 먹이기에는 심히 맛있다.
 
아니, 쓸뎅벗는 생각을 하지마. 이 맛을 만끽하는거야.
 
그리고나서 몇 분, 나와 유키노시타는 말없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 × ×
 
 
오후의 첫번째 일로, 나는 유키노시타의 뒤를 따라간다.
 
눈 앞의 유키노시타가 방 문을 연다. ……거기는 판씨 상품으로 빼곡하게 나열된것도 신경스이지만…………침실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방이었다.
 
"야, 유키노시타"
 
정말로 들어가도 돼? 그런 시선을 그녀에게 향한다.
 
그러자 그녀는 곤혹하다는듯이 미간을 모으며 턱에 손을 댄다.
 
"……알고 있어. 너를 여기에 들일지 말지, 정말로 고섭의 결단은 있었어"
 
"…………"
 
"네 성격이나 달성목표를 가미하고서 한 결단이야"
 
"……그런가. 그럼 얼른 끝낼까"
 
"그렇구나"
 
재빨리 청소에 착수한다. 웃너 책장의 이동을 한다.
 
역시 독서가이기도 해서일까, 이 방에는 많은 책이 보인다. 내가 읽은 적이 없고, 그러면서 흥미를 끌만한 제목도 많이 보였다.
 
"있잖아, 유키노시타"
 
"……뭐니"
 
"뭔가, 추천할 책같은건 있어?"
 
"갑자기 무슨 말을 하나 싶더니……"
 
"……아니, 싫다면 됐어"
 
"……딱히 그런건 아닌데"
 
유키노시타는 펑펑 높은 책장 위를 먼지털이로 닦는걸 멈추고, 책장 안에서 한 권의 책을 뽑는다.
 
"이거는 어떠니"
 
"……『대삼각의 오리온』?"
 
"그래, 최근에 읽어보니 꽤 재미있었어"
 
유키노시타가 보여준건 푸르다고 하기에는 조금 어두운……남색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색을 띤 하드 커버책이었다.
 
"……어떤 장르야?"
 
"그건 읽어보고나서 느낄 즐거움이야"
 
훗, 미미한 미소를 짓고 유키노시타는 책을 돌려놓고, 다시 책장 위를 펑펑 터는 작업으로 돌아간다.
 
그보다, 이 녀석 펑펑 터는거 좋아하는구만. 오전중에도 틈새라는 틈새는 펑펑 치지 않았나? 얼마나 펑펑 좋아하는거야. 만약 이 모습을 유이가하마가 보고 있었음녀 별명이 『펑펑농』이나 『유키퐁』이 될 참이라고. 위기일발이었군, 포푸노시타.
 
아무래도 유키노시타는 이이번에는 조명을 펑펑 털 생각인지, 의자를 조명 아래로 갖고와서 거기에 올라가려고 한다.
 
왠지 보고 있으면 위태로운데. 이런건 내가 해야할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서 유키노시타에게 다가가려던 순간이다.
 
유키노시타는 기지개를 하려고 한건지, 쭈욱 일어난다. 그대로 발끝으로 뒤로 물러나려고 하지만, 그 발끝이 향하는 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대로라면 유키노시타가 뒤로…………떨어진다.
 
"유키노시타!"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인 것이다.
 
손에 들고 있던 청소용구를 던지고 그녀에게 뛰어간다.
 
팔을 뻗어 그녀의 몸을 소중한 유리세공을 다루듯이 신속하게,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감싼다.
 
이상하게도 눈 앞의 광경은 천천히 움직이는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물리법칙에는 거스를 수 없다.
 
한 사람의 몸을 감싼 내 몸은, 그 법칙에 거스르지 못하고 바닥에 빨려들어가듯 쓰러진다.
 
경치가 빙글빙글 도는것과 함께, 몸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팔 안에는 유키노시타가 있다. 그것만을 생각해 세게 껴안는다.
 
……겨우 회전이 멈췄나.
 
어디가 위인지 모르지만 그저 내가 껴안는 모습으로 누운 상태로 멈췄다.
 
괜찮나, 유키노시타. 그렇게 말을 하려던 차에 호흡이 멈춘다.
 
눈 앞에, 눈 바로 앞에, 그야말로 이마와 이마가 닿을 정도의 거리에 유키노시타의 무시무시할 정도로 단정한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키노시타도 거기에 놀랬는지, 아니, 지금 일로 당혹한건지 그 예쁜 눈이 여기저기 움직이고 있다.
 
그 뺨도 희미하게 상기된것 처럼 핑크색으로 물들어간다.
 
이상하게도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유키노시타도 그런걸까, 그녀의 몸은 긴장된듯 해서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심장의 고동이 몹시 빠르다. 점점 몸이 뜨거워져간다. 얼굴도 뜨겁다. 머리도 사고능력이 떨어진듯이 멍해져간다.
 
……정말로, 이 녀석의 얼굴은 예쁘네. 거기다 왠지 좋은 냄새가 난다. 이 실내의 냄새를 압축한듯한 그런 냄새. 눈썹도 굉장히 길다. 코도 오똑하고 입술도 단정하다.
 
이 녀석보다 예쁜 여고생을 찾으라고 말해도 나는 떠오르는 인간이 없고, 찾을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바로 가까이서 보고, 아니, 전부터 생각했지만……이 정도일줄은 생각 못했다.
 
"……저기, 히키가야"
 
얼굴이 맞닿을듯한, 그런 거리에서……평소보다 축축한 느낌을 담은 듯한, 곤란한듯한, 흐트러진 목소리로 내 이름이 불린다. 그걸 이해하고, 아니, 이해하기보다도 먼저 나는…….
 
나중에 생각해보면 사고능력이 떨어졌던 것이다. 그 때의 분위기였을 것이다. 그 정도로 지근거리에서 보는 유키노시타가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마가 낀 것이다.
 
"읍~~~~~~~~~~~~!?"
 
나는 자신의 입술을 유키노시타의 그것에 밀어붙이고 있었다.
 
순간 유키노시타는 눈을 더 이상 없을 정도로 크게 뜨고 소리를 지른다.
 
'짜악'
 
마른 소리.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걸 깨달은건 찌릿찌릿한 감각의 뺨, 젖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유키노시타를 보고나서였다.
 
아아, 맞은건가. 싸다귀 맞은건가. 뺨따귀를 맞은건가.
 
……거절당한건가.
 
상황을 이해하자 단번에 머리는 식고 사고능력도 돌아온다.
 
동시에 지금,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죄악감이 가슴을 조여온다.
 
평소보다도 아득히 무겁게 느끼는 몸을 천천히 일으킨다.
 
지근거리에서 였기 때문일가, 얻어맞은 뺨의 통증은 이미 사라져있었다.
 
"…………미안"

한심함과 미안함이 커서 그녀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정말로 미안해"
 
그녀에게 등을 돌린채 쥐어짜듯이 한번 더 말을 한다.
 
뒤로 희미한 옷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그녀도 몸을 일으킨걸테지.
 
"……오늘은 돌아가"
 
그녀에게 작은 목소리로 들은 그 짧은 말이, 내 몸속에 깊게 꽂힌다.
 
그 말을 따르려고, 일어나려고 하지만 좀철머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떻게든 해서, 겨우 일어나서 걸어간다.
 
그녀에게 해야할 말, 내가 할 말은 뭐가 뭔지 모른다.
 
"…………미안"
 
그렇게 말하고 방문을 여는 수 밖에 없었다.
 
"……너는……너도, 히키가야 하치만이기 전에, 한 사람의 인간, 한 사람의 남자구나…………"
 
그 작은 중얼거림이 방을 나가는 내 등을 후려치듯이 꽂혔다.
 
그녀는 나를 『모기』라고 말했다.
 
그건 잘못됐던걸지도 모른다.
 
예를 든다면 『땅벌』이다. 철지난 땅벌.
 
 
……그 바늘은, 찌르면 확실하게 상대를 상처준다.
 
 
 
 * * *
 
 
그가 현관무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아득히 먼것처럼 들려온다.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그어본다.
 
단 몇 초. 짧은 몇 초. 아니, 몇초의 시간. 그와 입술을 맞췄다. 맞춰버렸다.
 
저도 모르게 나는 손을 들었다. 거의 무의식이었다. 하지만 손을 들기 까지에 무슨 일이 있었지.
 
하지만 나는 그에게 손을 댔다. 그를 상처입혔다.
 
나는 그가 나갈때 표정을, 그 표정을 떠올린다. ……그 표정을.
 
 
 
…………나는 그를 상처 입힌 것이다.
 
 
 
어제, 나는 그를 반쯤 농담으로 『모기』라고 야유했다.
 
아니다. 그는 아니다.
 
 
 
그는……그는 틀림없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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