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 하치만은 사랑을 모른다. 하지만, 진실을 안다.【11】
 
 
 
 
 
 
 
자원봉사가 끝나, 겨우 치바로 돌아왔다. 이야-, 역시 자연보다 여기 공기가 익숙하니까 기분 좋다.
 
뭐, 어제는 미우리한테 질타랑 히라츠카 선생님의 꾸짖음, 초등학교 선생님한테서 엄중주의 등을 드었지만……지나버린 일은 어쩔 수 없다. 이건 내 의사로 한 거니까.
 
아, 주범 그룹은 내 이야기로 진짜로 겁먹은듯, 루미에 대한 일을 반성한것 같다. 돌아갈때는 그룹에 둘러쌓여 즐거워보이는 루미가 있었으니까.
 
남을 내려깔지 않으면 유지되지 않는 관계는 언젠가 무너진다. 하지만, 그걸 반성하고 또 친구 관계로 돌아간다면……그건 그 녀석들에게 있어 진정한 관계가 될 것이다.
 
"자 너희들. 소풍은 집에 돌아갈때까지가 소풍. 자원봉사는 집에 돌아갈때까지가 자원봉사다. 조심해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산!"
 
하아, 겨우 끝났나……. 아니, 아직 끝난게 아냐. 오히려 여기부터가 시작이다.
 
"오빠, 집에 갈래?"
 
"미안. 나 갈곳이 있으니까 먼저 돌아가. 말해두지만, 아무도 따라오지마"
 
"어? 그, 그치만……"
 
"걱정하지마. 유키노, 하야토. 미안하지만 코마치를 집까지 배웅해줘"
 
"어, 어이……"
 
대답을 듣기 전에 모두에게서 떠나간다. 지금부터 가는 곳은 나 혼자서 가지않으면 의미가 없는 곳이다. 누구 한 사람도 데려가는건 할 수 없다.
 
 
 
 
 
 
 
 
 
 
 
 
 
 
 
 
 
 
 
 
 
 
 
 
 
 
 
 
 
 
 
 
 
 
 
 
"자, 쫓아갈까"
 
"자, 라니……하야토 오빠, 대수롭지 않게 오빠가 한 말을 깨고 있어요"
 
"무르네, 코마치. 확실히 우리에게 있어서 하치만은 무엇보다도 우선해야하지만, 하치만의 몸에 무슨 일이 있으면 그게 더 문제야. 그러니까 쫓아간다. 자, 논파"
 
"어디도 논파하지 않았잖아. 하지만 그 주장은 싫지 않아"
 
"어? 어? 무, 무슨 소리?"
 
"나 모르겠지만……하치만이 상처입는건 더 이상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나, 갈게!"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나도 가는 수 밖에 없잖으-!"
 
"히키가야는 이미 나아의 친구고, 친구를 위해 가는건 당연하지"
 
"하, 하야토가 히키타니를 쫓아가……!? 떠나가는 상대를 집요하게 쫓아가는 얀데레 하야토!? 와씁니다아-!"
 
"그러니까 자중해!"
 
"하하……그, 그럼 갈까"
 
 
 
 
 
 
 
 
 
 
 
 
 
 
 
 
 
 
 
 
 
 
 
 
 
 
 
 
 
 
전차에 타길 1시간. 나는 지금까지 인생에서 완고하게 가려고 하지 않았던 곳을 찾아갔다. 그 녀석들의……이 반년 동안 일이 있었기에 용기와 각오를 낼수 있었다.
 
치바 형무소.
 
그 녀석이……아버지가 들어가 있는 곳이다.
 
접수에서 아버지의 이름을 대자, 내 얼굴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 접수인. 아마, 그 녀석에게 면회가 있다고는 생각 못한걸테지.
 
면회실로 들어가 의자에 앉는다. 거기에는 아이크릴 벽으로 구별지어 있는것 말고는 특별히 아무것도 없는 방이었다. 우리 이야기를 기록하는 형무관 말고는.
 
의자에 앉아 두통과 싸우면서 그 녀석을 기다린다.
 
…………몇 분이지 지났을까. 5분인가? 아니면 아직 1분도 지나지 않았나?
 
……늦지 않나?
 
조마조마 조금 짜증을 느끼고 있으니 마침내,
 
달칵
 
"읏"
 
문이 열렸다.
 
"……하치만, 이냐……?"
 
"어. 오랜만이네, 아버지"
 
"그렇군, 오랜만이다"
 
거기에는 나를 사랑한다고 하며 폭력을 휘두르고 형무소에 들어간 나의 아버지……원래 아버지가 있었다. 그 무렵과 달리 꽤나 늙은걸로 보인다.
 
아아……옛 상처가 쑤신다. 전신이 통증을 느끼고 기분조차 나빠진다.
 
"컸군"
 
"7년이나 안 만났은까. 그야 커지지"
 
자……아버지의 얼굴을 이렇게 보는건 거의 처음이지만……그 무렵하고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든다. 패기가 없다고 할까, 미약하다고 할까……. 응? 이 눈은……!
 
"잘 지냈나?"
 
"읏. 뭐, 뭐어. 덕분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은 인내심을 갖췄지"
 
하하. 그런가……내 교육이 성과가 있었나"
 
……교육? 그 말은……처음 듣는데.
 
"아버지는 홀짝 말랐군. 거기다 늙었어"
 
……뭐, 형무소에서 여러모로 있었어"
 
……잠깐. 잠깐잠깐잠깐. 뭔가 걸린다. 뭔가……뭐야 이 위화감.
 
"……어째서 왔어?"
 
어째서, 라…….
 
"……나의 각오를 확인하기 위해……그리고 진실을 알기 위해서다"
 
"진실……그건 무슨 진실이지? 나는 너를 사랑했다. 그게 전부"
 
"아냐"
 
아버지가 말하려던걸 가로막듯, 반사적으로 말한다.
 
아까전의 발언과, 지금까지 인생에서 흩어졌던 조각이 맞추어간다.
 
사랑하고 있다. 학대. 교육. 형무소의 안. 이상하게 마르고 늙음. 그리고 그 패기없고 미약하게 보이는……나와 같은 썩은 눈.
 
……알았다……전부 알았다. 지금 내 안에서 모든것이 통했다.
 
"이만큼 살아가면, 당신이 나한테 해온건 애정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그건 단순히 학대야. 하지만 당신은 지금도 나를 사랑한다고 했어. 그건 무슨 소린가"
 
나의 추리를, 상상을, 아버지는 묵묵히 듣는다.
 
"당신이 나한테 해온것. 그건 당신이 아버지한테……할아버지한테 당해온거랑 같은거지? 그러니까 당신은 나를 마찬가지로 사랑을 보였다. 그것이 진실이라고, 그것이 진짜라고, 진짜 애정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계속해라"
 
"옛날에 할머니한테 들었는데, 우리 가계는 옛날에 어떤 무사를 섬기고 있던 닌자의 말예라던데"
 
……어라? 설마 나의 스텔스 힛키는 내 피에는 닌자의 피가 들어 있으니까 발동한다는거야? 싫다, 나는 격세유전이었나.
 
"게다가 단순한 닌자가 아냐.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정처업이 여행을 떠나던 닌자라고 들었어. 코우가나 이가랑 달리 자신의 마을을 갖지 않고, 살아온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해왔다. 그런 특수한 닌자의 가계지만, 일방면도 특수한 일을 하고 있다. 스파이나 절도는 기본이고 그 외에……고문도 해왔다"
 
"…………"
 
"자신의 주인을 거스르는 녀석을 때로는 암살하고, 때로는 사고로 보이게 해서 죽이고, 그리고 고문 대상이 됐다. 아마 이건 상당히 최근까지도 계속 이어졌던 거겠지. 하지만 시대는 변해가. 주인의 일족은 멸망하고 우리 일족도 쇠퇴해갔어. 그리고 일족 마지막이 된게, 할아버지지. 할아버지는 다정한 사람이라서 일 이외에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남을 상처입히지 않았어. 하지만 일족이 멸망하면 지금까지 선조들이 늘려온 암살이나 절도, 고문의 노하우를 잃어버리지. 하지만 시대가 시대니까 남을 무턱대고 상처입히는건 할 수 없어. 그래서……아버지야"
 
"…………"
 
"할아버지에게 있어 당신은 소중한 아들이야. 자신의 지금까지 해온 일을 아들인 당신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 하지만 노하우를 끊기게할 수 없다고 하는 완고하고 비뚤어져서 시대에 안맞는 일을 고민했지. 거기서 나온게 아까전의 교육이라는 말이다. 할아버지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이건 교육이다, 애정표현이라고 하면서 매일같이 폭력을 휘둘렀어. 그건 모두 선조가 고문할때 사용했던 틀림없는 진짜 고문이야. 거기에 교육이니 애정이니 계속 들으면……그야 새겨지겠지"
 
"…………"
 
"하지만 그새겨진것도 여기 생활로 도로 칠해졌어. 어떻게 입수한건진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밖에서 해온걸 모두가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형무소 안에서……괴롭힘이 발생했다"
 
"……후우. 너에겐 못 이기겠군……"
 
잠자코 있던 아버지가 마침내 체념한듯 훗, 하고 웃었다.
 
"그래. 대충은 네가 말한대로 우리 가계는 닌자 가계다. 하지만 시대에 뒤처진 아버지한테 교육, 애정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매일같이 받았다. 다른 수형자에겐 그런 애정은 말도 안 된다고, 매일같이 듣고, 비웃음 당하고 폭력을 받았지"
 
책상에 팔꿈치를 대고 내 얼굴을 들여다보듯 본다. 그 얼굴은……역시 내가 싫어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올바르다고 생각했지만, 친절한 수형자에게 들었어. 진짜 애정이라는건 상대를 생각하고,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다정하게 대하는것이라고. 거기서부터 나의 진정한 속죄는 시작했다. ……뭐, 아직 43년이나 있지만"
 
"……그런가……"
 
"난처하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지 48년, 줄곧 옳다고 생각하던게 진실은 거짓이라고, 허실이라는걸 알았을때는. 몇 번이나 운명을, 아버지를 저주했는지 몰라. 그리고 그 이상으로 너에게는 사죄를 해도 부족해. 죽는것도 너에게는 뜨뜻한 사죄일테지. 네 인생을……미쳐버리게 만들었으니까"
 
마지막은 눈물을 띄워서 나에게서 시선을 피한다. 그런가, 모든건……할아버지의 탓이었나…….
 
"……아버지. 나는 당신을 용서하지 않아. 지금 이러고 있는 순간에도, 내 몸 속의 상처가 쑤시고, 두통이 멈추지 않고, 구토마저 느끼고 있어"
 
입을 다물고 고개 숙이는 아버지.

 
"하지만, 하나만……
 
 
 
 
 
 
 
 
 
 
 
 
 
 
 
 
 
 
 
 
 감사도 하고 있어"
 
"……하?"
 
그야 그렇겠지. 보통은 그런 반응 하겠지.
 
"당신이 나를 학대했으니까, 나는 유일무이한 친구를……친우를 가졌어. 당신이 평범하게 나를 길렀다면, 연관을 가질 수도 없었떤 녀석들이야. 그 녀석들을 만난건……얄궂지만 당신 덕분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어"
 
"……큭큭크……앗핫하! 너는 특이한 녀석이야. 보통 이런 바보 자식한테 감사하는 놈은 없다고?"
 
"당신의 아들이니까. 바보 자식인건 서로 마찬가지지"
 
"훗훗후. ……하-, 오랜만에 웃었다. 너랑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다는건 생각 못했어"
 
나도야"
 
……어라? 왠지 어느샌가 평범하게 대화하고 있네.
 
"어이, 시간이다"
 
"어이쿠. 슬슬 가야겠군"
 
"아버지!"
 
방에서 나가려고 하는 아버지를 불러세운다. 나는 그 등에, 한 마디만 말했다.
 
기우하게도 같은 날에 태어난 아버지에게,
 
 
 
 
 
 
 
 
 
 
 
 
 
"……생일 축하해"
 
라고.
 
"큿. ……아아. 이런 아버지라서 미안하다, 하치만. ……생일 축하한다"
 
나와 아버지의 오랜만에 대면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좋은 아드님이군"
 
"……감사합니다. 저에게는 아까운……장한, 아들입니다……! 읏……우으……!"
 
형무관은 히키가야 아버지가 울음을 그칠때까지 계속 거기서 기다렸다. 실제로는 형무관도 조금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나도 오랜만에……아버지를 만날까……그리도 여동생도, 말야……)"
 
 
 
 
 
 
 

 
 
 
 
"오빠!"
 
켁.
 
"코, 코마치? 왜 여기에?"
 
"왜가 아니야-! 어째서 이런데 온거야!?"
 
"맞아, 하치만. 지금 당장 여기서 자백해"
 
"하치만, 나 좀 폭발할것 같은데"
 
후에에……유키노랑 하야토도 무서워어……거봐, 다들 겁먹고 있고…….
 
"으-음……뭐, 하나만 말할 수 있는게 있군"
 
"""뭐!?"""
 
그러니까 무섭다고.
 
"코마치. 이리로 와"
 
"어? 으, 응. ……앗!?"
 
코마치를 꼬옥 안아준다. 응, 괜찮아.
 
"코마치는 이렇게나 따뜻했구나"
 
"…………"
 
다음으로 하야토.
 
"하? 에?"
 
"하야하치 왔다--------!"
 
"히나---!?"
 
아-, 이 녀석은 그만두는 편이 좋았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키노.
 
꼬오옥.
 
"후에……후에에에에에에에에에!?"
 
……좋아.
 
"극복하고 왔다"
 
"""""잠깐잠깐잠깐-!"""""
 
뭐야?
 
"힛키 왜 그래!? 에!? 하아!?"
 
"히키가야, 뭐한거야!? 갑자기 왜 그래!?"
 
"하치만, 나도 꼬옥 안아줬으면 싶은데……"
 
"아아"
 
꼬옥.
 
"앗…"
 
"토츠하치 햣후---!"
 
에비나, 너 출혈다량으로 죽는거 아냐?
 
후우. 아직 조금 두통이 있지만, 어느 정도는 괜찮은것 같다. ……역시 폭력은 아직 무리지만.
 
"오, 오ㅃ, 오빠……? 어어어어어떡, 한거야?"
 
"아니-, 아버지랑 대화하고, 진실을 듣고 왔어. 그걸 들었더니……조금 트라우마를 극복했어. 아직 진짜 애정은 모르겠지만, 껴안는거나 만지는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아"
 
"……우에……우에에에에엥! 오빠햐아!"
 
울며붙는 코마치를 받아내고, 그 가녀린 몸을 껴안는다. 코마치는 이렇게나 작았구나…….
 
"미안해, 코마치"
 
"으응! 갠차나……후에에엥!"
 
코마치의 등을 가볍게 문질러주니, 머리를 누군가에게 벅벅 문질러졌다.
 
"정말로 괜찮구나"
 
"아아. 하야토도, 그리고 유키노도, 정말로 폐를 끼쳤어"
 
"아니, 네 탓이 아니야. 안 그래, 유키노. ……유키노?"
 
""
 
……유키노 녀석,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기절하고 있군. 역시 여자애를 껴안는건 좀 그랬나?
 
"아-……하는 수 없네. 하루노 누나를 부를까"
 
"……미안……"
 
"아니, 괜찮아. 하지만 하치만……두번 다신, 정말로 두번 다신 이런짓 하지 말아줘. 약속해줘"
 
"……선처할게"
 
더이상 할 일도 없을테지만.
 
"힛키……이번 일로 힛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았어. ……괴로웠지……"
 
"하치만, 다행이야……"
 
"유이도 토츠카도 울지마. 훌쩍"
 
"유미코도 울고 있잖아……"
 
"우오오오오옹-! 뭐, 뭔지 모르겠지만, 진짜 잘 됐네, 히키타니!"
 
토베, 역시 너는 바보냐.
 
"하치만, 이제 집에 가는 편이 좋아. 오늘은 여러 일이 있어서 지쳤지?"
 
"그렇게 할게. 코마치, 가자"
 
"응, 응! 우와앙!"
 
가까이 온 택시를 잡고 코마치와 탄다. 처음으로 남의 온기라는걸 느꼈는데……사람이라는건 이렇게나 부드럽고 따뜻했구나…….





 

:
BLOG main image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fpvmsk) by 모래마녀

공지사항

카테고리

모래마녀의 번역관 (1998)
내청춘 (1613)
어떤 과학의 금서목록 (365)
추천 종합본 (2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태그목록

글 보관함

달력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otal :
Today : Yesterday :
04-25 04:14